땀 비 쏟아지는 체육 시간

2011. 4. 14. 09:01일기

<땀 비 쏟아지는 체육 시간>
2011.04.13 수요일

1교시 시작하기 전이다. 나는 교실에 남아 아직 떠들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시간에 늦지 않게 커다란 고양이에 쫓기는 생쥐처럼, 복도 계단을 2칸씩 뛰어 내려간다.

현관문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잽싸게 달려나가니, 모래 먼지가 섞인 바람이 불어온다. 새의 부드러운 깃털로 간지르는 것처럼 목이 간질간질하다.

이제 남은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후다닥 오고, 체육 선생님께서 저벅저벅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체육 선생님께서 손을 위로 올리시며 "달려~!" 하시자마자, 맨 앞줄부터 아이들은 앞을 향해 주르르륵~ 밀리듯 달려나간다.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시간에 쫓겨 교복 와이셔츠 위에 체육복을 덧입다 보니, 금방 땀이 흐르고 몸을 찜통 속에 가둔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처음에 운동장 뛸 때보다는 덜 힘들다. 지금은 그나마 호흡이 고르게 안정되게 뛰지만, 몇 주 전 체육 수업을 시작할 때는 허덕허덕~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근만근 지친 몸뚱아리를 이끌고 움직여야 했다. 운동장 2바퀴를 뛰고 나니, 차가운 물 담은 컵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처럼, 내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한바탕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꼭 군인들처럼 줄을 맞추어 섰다. 아니 사실, 그것보다는 많이 삐뚤삐뚤 제각각으로 늘어섰다. 체육 선생님께서 대형에 대해서는 무어라 안 하시기 때문이다. 이어서 앞에 몸이 허약해 보이는 회장이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하나, 둘~!' 하며 구호에 맞춰 스트레칭 체조를 시작하면, 우린 그것을 따라 한다. 이렇게 가끔 체조할 때에는 공장에 쇠들이 맞춰지는 소리처럼, 관절에서 뿌드득 뜨뜩~ 하는 소리가 난다.

초등학생 때는 안 나던 소리가 신기하고, 또 내가 조금 늙은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코밑, 인중에 조금씩 수염의 색깔이 짙어지기도 하고, 아침에 거울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릴 때 자세히 보면, 이마에 조금씩 잔주름도 나타난다. 뭐, 나라고 나이가 안 먹을 순 없겠지? 그렇지만 조금은 충격스럽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이렇게 빠른 변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지난 중학교 1달간 나는 초등학생 때랑 몰라보게 달라진 것 같다.

스트레칭 체조가 마지막 둘둘 셋 넷~! 끝나자, 선생님께서는 "자, 지난 한 달 간은 팀을 짜서 연습을 했다! 이제는 직접 한번 조끼리 리그 형식으로 돌아가면서 붙어 볼 거야! 먼저 1조와 2조 나와! 15분간 경기 한다! 내가 휘슬 불 때만 반칙이고 아니면 그냥 아닌 거야! 괜한 억지 부릴 생각 하거들랑 말고, 시간 되었을 때 선생님이 휘슬 분다! OK?" 말씀하셨다.

나는 2조여서 첫 번째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반 32명을 8명씩 네 팀으로 나눈 팀 중, 두 번째 팀인 우리는 솔직히 우승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 우리 팀과 4조는 축구를 잘하는 아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1조와 3조는 유력한 우승 후보이다. 팀으로 비교하자면, 1조는 첼시, 우리 2조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3조는 바이에르 뮌헨, 4조는 볼튼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 축구는 재미있으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뭐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오로지 경기를 할 때, 먼지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달릴 뿐! 온몸은 땀 비에 젖어 옷이 딱 늘러붙고, 이제는 목이 메마른 땅처럼 쩍쩍 갈라진다. 이렇게 옷과 몸이 붙어서 땀 덩이가 되도록 열심히 뛰고 나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몸과 마음을 식혀준다. 2대 1로 지고 났어도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편안하고 시원하다!

땀 비 쏟아지는 체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