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싸운 날
2011. 3. 23. 09:02ㆍ일기
<처음으로 싸운 날>
2011.03.21 월요일
안경이 나가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잊을 뻔하였다. 세상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다리도 풀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쓰러지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가 동정은커녕, 좋다고 달려들 걸 알기에, 땅을 밟은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버텼다.
그리고 안경이 날아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오늘 아침부터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 태식이가 나를 화나게 했다. 태식이가 욕을 하는 걸 보고 듣기 싫어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계속 더러운 욕을 쓰고, 나에게 욕도 못한다고 놀리는 것이었다.
나는 슬슬 흥분하여 목소리가 떨리며 그만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태식이는 오히려 더 빈정대며 약을 올렸다. 학교 수업시간을 빼놓고 쉬는 시간, 급식 시간까지 따라다니며 놀려서, 참다 참다 화가 폭발한 나는 결국, 학교 끝난 뒤에 태식이와 형제문구사 뒤편에서 싸웠다! 집으로 오는 길에도 태식이가 계속 장난치는 투로 한결같이 빈정거려서 나는 화가 더 치밀었고, 급기야 나도 욕을 하며 태식이 성질을 건드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히려 태식이가 먼저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들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태식이를 안 다치게 하면서, 내 몸도 방어하려고 맞섰다. 하지만, 정작 둘 다 정신없이 부닥치니, 생각이고 뭐고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주먹으로 치고, 태식이는 할퀴고 내 머리를 잡아 뜯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중에 옆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두 아이들이 말하기를, 처음에는 둘 다 비슷비슷하게 치다가, 나중에는 내가 곰처럼 일방적으로 태식이를 때렸다고 한다.
나는 안경이 없어서 태식이를 살색이 보이는 부분과 검은색이 보이는 부분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검은색만 두들겼고, 무의식중에 급소를 때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튼, 너무 정신이 없었다. 내가 맞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앞에 코뿔소처럼 마구 달려드는 태식이를 막으려고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눈도 제대로 안 보이는 채로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친구를 때리고 있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멈추면 내가 죽는 것이다. 나는 싸우면서도 상당히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10분 동안을 서로 두들기며 싸웠던 것 같다. 나는 태식이의 등을 두들기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끝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지만, 이 상황에서 갑자기 멈추고 사과하는 것은 좀 그래서 우물쭈물 싸우기만 하였다. 사실 태식이도 이제는 더 싸우기 싫은 눈치였다. 그래서 우리 둘은 한참을 서로 바라보기만 하다가, "바보야! 멍청아!" 하는 말을 툭툭 던져가며 싸우고 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둘 다 힘이 빠져 힘도 없는 뭉툭한 주먹으로 서로 두들기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다행히 서로 아무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지치고 배도 너무 고팠다. 그래서 우리는 싸움을 멈추고 그저 서로의 얼굴을 흘기며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나도 미안하다. 내가 먼저 이성을 잃고 싸우자고 했으니까! 하지만, 너도 잘못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잖아! 더 싸워봤자 벌점밖에 더 얻겠어? 우리 이쯤에서 끝내자! 미안해!"
그리고 먼저 태식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태식이는 뻘쭘했는지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주위에 있던 애들이 "야, 그래! 싸워서 힘들기만 한데 왜 해? 이제 그냥 화해해!" 하자, 쭈뼛쭈뼛 손을 내밀며 "미안해!" 하였다. 태식이의 얼굴을 보니 풉~하고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허탈했다. 태식이도 푸훗~하고 웃었다. 우리 둘은 사이좋게 "서울 비둘기는 사람을 안 피하드라!", "야, 비둘기가 인간만큼 커지면 어떨까?" 하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각자 헤어지는 길에서 손을 흔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2011.03.21 월요일
안경이 나가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잊을 뻔하였다. 세상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다리도 풀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쓰러지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가 동정은커녕, 좋다고 달려들 걸 알기에, 땅을 밟은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버텼다.
그리고 안경이 날아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오늘 아침부터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 태식이가 나를 화나게 했다. 태식이가 욕을 하는 걸 보고 듣기 싫어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계속 더러운 욕을 쓰고, 나에게 욕도 못한다고 놀리는 것이었다.
나는 슬슬 흥분하여 목소리가 떨리며 그만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태식이는 오히려 더 빈정대며 약을 올렸다. 학교 수업시간을 빼놓고 쉬는 시간, 급식 시간까지 따라다니며 놀려서, 참다 참다 화가 폭발한 나는 결국, 학교 끝난 뒤에 태식이와 형제문구사 뒤편에서 싸웠다! 집으로 오는 길에도 태식이가 계속 장난치는 투로 한결같이 빈정거려서 나는 화가 더 치밀었고, 급기야 나도 욕을 하며 태식이 성질을 건드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히려 태식이가 먼저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들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태식이를 안 다치게 하면서, 내 몸도 방어하려고 맞섰다. 하지만, 정작 둘 다 정신없이 부닥치니, 생각이고 뭐고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주먹으로 치고, 태식이는 할퀴고 내 머리를 잡아 뜯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중에 옆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두 아이들이 말하기를, 처음에는 둘 다 비슷비슷하게 치다가, 나중에는 내가 곰처럼 일방적으로 태식이를 때렸다고 한다.
나는 안경이 없어서 태식이를 살색이 보이는 부분과 검은색이 보이는 부분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검은색만 두들겼고, 무의식중에 급소를 때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튼, 너무 정신이 없었다. 내가 맞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앞에 코뿔소처럼 마구 달려드는 태식이를 막으려고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눈도 제대로 안 보이는 채로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친구를 때리고 있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멈추면 내가 죽는 것이다. 나는 싸우면서도 상당히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10분 동안을 서로 두들기며 싸웠던 것 같다. 나는 태식이의 등을 두들기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끝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지만, 이 상황에서 갑자기 멈추고 사과하는 것은 좀 그래서 우물쭈물 싸우기만 하였다. 사실 태식이도 이제는 더 싸우기 싫은 눈치였다. 그래서 우리 둘은 한참을 서로 바라보기만 하다가, "바보야! 멍청아!" 하는 말을 툭툭 던져가며 싸우고 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둘 다 힘이 빠져 힘도 없는 뭉툭한 주먹으로 서로 두들기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다행히 서로 아무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지치고 배도 너무 고팠다. 그래서 우리는 싸움을 멈추고 그저 서로의 얼굴을 흘기며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나도 미안하다. 내가 먼저 이성을 잃고 싸우자고 했으니까! 하지만, 너도 잘못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잖아! 더 싸워봤자 벌점밖에 더 얻겠어? 우리 이쯤에서 끝내자! 미안해!"
그리고 먼저 태식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태식이는 뻘쭘했는지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주위에 있던 애들이 "야, 그래! 싸워서 힘들기만 한데 왜 해? 이제 그냥 화해해!" 하자, 쭈뼛쭈뼛 손을 내밀며 "미안해!" 하였다. 태식이의 얼굴을 보니 풉~하고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허탈했다. 태식이도 푸훗~하고 웃었다. 우리 둘은 사이좋게 "서울 비둘기는 사람을 안 피하드라!", "야, 비둘기가 인간만큼 커지면 어떨까?" 하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각자 헤어지는 길에서 손을 흔들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