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핸드폰

2011. 3. 18. 09:02일기

도둑맞은 핸드폰
2011.03.16 수요일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날씨는 맑은데 꽃샘추위 바람이 살을 엔다. 나는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마음속은 바짝바짝 타고 있고, 하늘은 무심하게도 이런 날을 골라 맑은 햇빛을 온 세상에 비춘다. 대문 앞에서 열쇠를 꽂아넣은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오금이 저린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범수와 동영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문 앞이 보이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나는 학교에 가져왔던 핸드폰에 다시 전원을 켜려고, 잠바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원래 우리 학교에선 핸드폰 사용 금지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보니 핸드폰을 안 가지고 다니는 애는 드물었다. 학교 수업 시간엔 전원을 끄고, 쉬는 시간이나 집에 갈 때 요령껏 사용하는 애들이 많았다. 기술 선생님께서도 "아, 지금 여러분 주머니 속에 전원을 꺼놓고 있을 핸드폰도 다 기술로 만든 거랍니다!" 하며 농담을 하신다.

나는 혹시 집에서 왔을 연락이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할 겸 잠바 주머니 안을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나는 이게 웬일인가? 싶어서 바지는 물론 교복 주머니 하나하나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검은색 바탕에 검은색 스크린, 검은색 터치 펜이 달린 내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오, 하느님!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순간 다리가 풀리면서 쓰러져 버리고만 싶었다. 이게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도 잠바를 의자에 걸어놓고 급식을 먹으러 다녀온 사이, 지갑 속에 있던 6천 원이 발이 달렸는지 없어져 충격을 받았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어제의 상황을 어이없는 상상으로 때우며 괴로워했었다. 내가 이중인격자라서 나의 인격이 잠자고 있을 때, 다른 인격이 튀어나와 돈을 펑펑 써버린 것일까? 아니면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내 코 묻은 용돈을 털어간 것일까? 인정하기는 싫지만, 아마 우리 학교 학생 중 한 명이 그랬을 것 같다.

어제 6천 원을 잃어버린 사건은, 내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평소에 물건을 잘 챙기지 않는 습관을 꼭 고치겠다고 맹세해 엄마, 아빠에게 간신히 용서받았는데, 오늘은 세상에 핸드폰이라니! 아니,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마구 내뱉고만 싶었다! 마음속에서는 락그룹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나오는 '맘마미아! 맘마미아!'가 폭풍 치듯이 들려오고 있었다. 왜 하필 내 핸드폰이란 말인가?

물론 어제 도둑질당했음에도 그새 주의를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핸드폰을 가져온 내가 미웠다. 하지만! 어디 핸드폰 가져오는 것이 나뿐인가? 나도 부모님과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라고 해서, 이틀 전부터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차라리 핸드폰을 훔쳐가질 거였다면, 다른 애들 다 스마트 폰인데, 왜! 왜! 왜! 그렇게 상처도 많이 나고, 다른 핸드폰과 비교해서 좋은 점 하나 없는 핸드폰을 왜? 나는 내 핸드폰이 스마트 폰이 아닌 것에는 불만이 없다. 그러나 아빠가 아직 스마트 폰을 가지지 못한 것이 항상 가슴 아팠다. 그래서 꼭 내가 돈을 모아 아빠에게 스마트 폰을 사드리려고 했는데...

어떤 사람이 왜?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토록 내 속을 부글부글 뒤집어 놓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평범한, 작은 블로그 하나를 운영하는 중학생이란 말이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절망하고 고통받아야 하는가? 왜 이 세상 널린 휴대폰 중에 내 것인가? 그것참 대단한 인연이네! 나는 고통 속에 시달리다가 문득 어떤 영화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자기가 처한 상황을 욕하고 저주하고, 그 상황을 증오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머리에 되새기며, 엄마, 아빠에게 혼날 준비를 잔뜩 하고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행히도 엄마도 아빠도 그렇게 크게 화내지 않으시고, 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엄마는 간단하게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내 핸드폰을 발신 정지시키셨다. 나는 계속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계속 전원이 꺼져 있어서, 이번 한 번 만 걸어보고 포기하자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신호음이 가는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안녕하세요? 핸드폰 주인인데요!' 하고 무슨 말을 할까? 머릿속에 구상해 보았다. 하지만, 10초, 20초, 30초가 지나고 1분이 지나도 받지 않고, 결국에는 삐~ 소리만 나며 연락을 하지 못하였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다! 내일은 집에 일찍 와서 엄마와 함께 임대폰을 맞추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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