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서의 첫날

2011. 3. 3. 09:00일기

<중학교에서의 첫날>
2011.03.02 수요일

나는 드디어 강당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계단을 오르고 올라갔다. 마치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 4층 맨 꼭대기에 있는 1학년 4반 교실로 들어갔다. '6학년에서 다시 1학년이 되다니!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랑 같은 4반이 되다니 기분이 오묘하구나!'

오늘은 갑자기 꽃샘추위가 몰아닥쳐, 새 교복을 입은 몸이 으덜덜하고 떨리는 날씨였다. 청운 중학교가 오래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왠지 무서운 이야기에 나오는 으스스한 학교 같았다. 학교 복도 창가에 쇠창살은 왜 달린 거지?

내가 이런 생각에 마음이 어지러울 때, 담임 선생님께서 베이스같이 웅장한 목소리로 "여러분! 모두 앉고 싶은 자리에 마음대로 앉으세요!" 말씀하셨다. 나는 가운데 줄, 햇빛이 잘 들어오는 중간 자리 뒤편에 앉았다. 신입생들로 가득 차서 시끄럽고 어지럽던 교실은, 선생님에 말씀 한마디로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듯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나는 기분이 조금 우울했다.

'차라리 중학교도 지하철 타고 다닐 것을 그랬나? 그랬다면, 내 친구들이랑 지금쯤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면서 입학식을 맞을 텐데... 여기는 아는 아이 하나 없고, 학교는 왜 이리 낯설기만 한 지! 내가 이 학교에서 새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하다 보니 선생님의 말씀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다시 '아니, 정신 차리자! 나는 이 학교에 학생인 걸!' 하며 머리를 툴레툴레 흔들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을 1년 동안 담임을 맡을 김현지라고 합니다! 저는 1년 동안 여러분에게 어떤 대우를 해줄까요?" 선생님의 이 같은 물음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하였고, "학생으로?" 같이 기어들어가는 소리가 조금씩 삐져나왔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저는 여러분을 왕자처럼 대우해줄 거에요! 그러면 여러분은 저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하셨다.

이번에도 대부분 조용했는데, 한 아이가 "여왕처럼요?"라고 하여, "푸훗~ 투핫~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번져 나왔다. 선생님께서는 "여러분은 저를 왕처럼 대해 주세요! 그러면 저도 1년 동안 여러분을 왕자처럼 대해줄게요! 우리 모두 1년 동안 왕과 왕자처럼 잘 지내 봅시다!" 하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 뒤로 선생님은 우리에게 무슨 말만 하시면, "왜 그렇소? 상우 왕자?"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아이들이 모두 하하 킥킥 웃었다.

나는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아직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얼마 안 되고, 또 중학교에 입학한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이다! 지금 내 상태는 이리저리 파도에 휩쓸리는 작은 조각배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조각배의 선장님은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무언가 희망이 느껴진다. 내일은 대청소를 한다고 한다. 입학식 때, 교육부장 선생님께서 이 학교가 오래되어 웬만하게 청소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으니, 내일 청소를 위해서라도 체력을 아껴야겠다.

중학교에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