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 버린 원고
2011. 1. 16. 09:17ㆍ일기
<날아가 버린 원고>
2010.01.14 금요일
"어, 어, 아아악~!" 아래층 할머니 방에서 책을 읽다가, 몸을 풀려고 콩콩거리며 뛰고 있을 때, 엄마의 비명이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정적을 깨버리는 소리는 왠지 불길했다. 나는 무언가 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위에서는 계속 "오오~!" 하고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계셨다. 나는 '엄마가 실수로 뭐에 베였나? 아니면 영우가? 오! 핸드폰이 터져서 집에 불이 붙었나?' 하는 오만 가지 상상을 하였다. 위층으로 급하게 올라가 보니, 엄마는 컴퓨터 의자에 앉아서 죽을상을 하고 계셨다.
무슨 사고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물었다. 엄마는 몹시 흥분하셨나 보다. "이, 이게, 아~ 지, 지워졌어~!" 하며 어더더하시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블로그에 글 쓰는 칸이 텅 빈 것을 보고 알아차렸다. 바로 내가 일주일간 공들여 친 교육과학기술부에 낼 기사가 송두리째 지워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웬일인지 물어보았다.
엄마는 내 글을 보려다가 실수로 뭘 잘못 눌러서 다 지워졌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심장이 터질 듯한 마음으로 '임시저장이라도 되어 있어라!' 간절히 바라며 다시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냥 일기 포스팅이였으면 몰라도, 이번 글은 1주일 내내 마음먹고 여유롭게 친 글이라 양도 많고, 다시 복구시키기도 힘들뿐더러, 당장 내일이 마감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
오늘 기사를 송고하고 내일 개운한 마음으로 양주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서 온종일 놀기로 약속했는데...! 엄마는 "상우야, 미안해! 어떻게 복구시킬 수 없겠니?" 하고 물었다. 나는 맥이 빠져 고개를 천천히 흔들다가 울음보가 터졌다. 엄마도 충격이 컸는지 옷장에 기대어 한숨만 쉬셨다. 그때 할머니께서 들어오시고 뒤따라 영우가 들어왔다. 할머니는 "아니, 어떻게 된 일이여?" 물으셨고, 엄마와 나는 동시에 입을 모아서 "그동안 친 원고가 모두 날아갔어요!" 하였다.
사실 원고가 지워진 것은 엄마 탓이 아니라, 우리 집 컴퓨터 마우스 때문이었다. 우리 집 마우스에는 뒤로 가는 버튼이 있는데, 누구든 글을 쓰고 있을 때 그 버튼을 실수해서 잘못 누르면, 전부 지워져 버리는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난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임시저장본을 불러와서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임시저장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영우는 "아니, 그거 모~ 다시 치면 되지 않나?" 하였다.
엄마는 "아, 그렇게 긴 걸 어떻게 기억해서 친다니? 그리고 내일이 마감인데... 상우야, 미안하다! 엄마가 실수해서..." 하고 사과하셨지만,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어어~! 입을 헤~ 벌려서 울기만 하였다. 할머니께서는 "상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여! 노력해서 다시 쳐보고 정 안되면, 요번에는 거기 못 내겠다고 말을 해야지, 어쩔 수 없잖여. 가끔은 이런 일도 받아 들여야 혀! 세상 살다 보면 얼마나 기막힌 일들이 많은데...!" 하시며 내 눈을 보고 나를 달래주셨다.
그때 영우가 잽싸게 할머니 방으로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와, 꽹과리를 가지고 나타났다. 영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돌리며, 팔도 막 흔들면서 '깨갱~ 깨갱~!' 꽹과리를 쳐댔다. 좁은 방안에 꽹과리 소리가 울려 머리가 깨질 듯 시끄러웠다. 엄마는 "아니, 이게 뭐하는 짓이라니?" 하시며 영우를 데리고 나가셨다. 나는 일단 컴퓨터를 잘 다루시는 큰삼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삼촌도 그렇게 되었을 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마감일이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라 다행이라면서 나를 위로해주셨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쳐야 했다. 그래도 나는 예전의 원고 내용은 잊어버리고, 아예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글을 쓰려고 작정했다. 그 뒤로 꼼짝하지 않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밤 늦게까지 시간을 잊어버리고 타자를 타다다닥~ 두두두둑~ 친 덕분에, 이제 거의 막바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지금 쓴 원고가 더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2010.01.14 금요일
"어, 어, 아아악~!" 아래층 할머니 방에서 책을 읽다가, 몸을 풀려고 콩콩거리며 뛰고 있을 때, 엄마의 비명이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정적을 깨버리는 소리는 왠지 불길했다. 나는 무언가 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위에서는 계속 "오오~!" 하고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계셨다. 나는 '엄마가 실수로 뭐에 베였나? 아니면 영우가? 오! 핸드폰이 터져서 집에 불이 붙었나?' 하는 오만 가지 상상을 하였다. 위층으로 급하게 올라가 보니, 엄마는 컴퓨터 의자에 앉아서 죽을상을 하고 계셨다.
무슨 사고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물었다. 엄마는 몹시 흥분하셨나 보다. "이, 이게, 아~ 지, 지워졌어~!" 하며 어더더하시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블로그에 글 쓰는 칸이 텅 빈 것을 보고 알아차렸다. 바로 내가 일주일간 공들여 친 교육과학기술부에 낼 기사가 송두리째 지워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웬일인지 물어보았다.
엄마는 내 글을 보려다가 실수로 뭘 잘못 눌러서 다 지워졌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심장이 터질 듯한 마음으로 '임시저장이라도 되어 있어라!' 간절히 바라며 다시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냥 일기 포스팅이였으면 몰라도, 이번 글은 1주일 내내 마음먹고 여유롭게 친 글이라 양도 많고, 다시 복구시키기도 힘들뿐더러, 당장 내일이 마감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
오늘 기사를 송고하고 내일 개운한 마음으로 양주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서 온종일 놀기로 약속했는데...! 엄마는 "상우야, 미안해! 어떻게 복구시킬 수 없겠니?" 하고 물었다. 나는 맥이 빠져 고개를 천천히 흔들다가 울음보가 터졌다. 엄마도 충격이 컸는지 옷장에 기대어 한숨만 쉬셨다. 그때 할머니께서 들어오시고 뒤따라 영우가 들어왔다. 할머니는 "아니, 어떻게 된 일이여?" 물으셨고, 엄마와 나는 동시에 입을 모아서 "그동안 친 원고가 모두 날아갔어요!" 하였다.
사실 원고가 지워진 것은 엄마 탓이 아니라, 우리 집 컴퓨터 마우스 때문이었다. 우리 집 마우스에는 뒤로 가는 버튼이 있는데, 누구든 글을 쓰고 있을 때 그 버튼을 실수해서 잘못 누르면, 전부 지워져 버리는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난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임시저장본을 불러와서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임시저장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영우는 "아니, 그거 모~ 다시 치면 되지 않나?" 하였다.
엄마는 "아, 그렇게 긴 걸 어떻게 기억해서 친다니? 그리고 내일이 마감인데... 상우야, 미안하다! 엄마가 실수해서..." 하고 사과하셨지만,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어어~! 입을 헤~ 벌려서 울기만 하였다. 할머니께서는 "상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여! 노력해서 다시 쳐보고 정 안되면, 요번에는 거기 못 내겠다고 말을 해야지, 어쩔 수 없잖여. 가끔은 이런 일도 받아 들여야 혀! 세상 살다 보면 얼마나 기막힌 일들이 많은데...!" 하시며 내 눈을 보고 나를 달래주셨다.
그때 영우가 잽싸게 할머니 방으로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와, 꽹과리를 가지고 나타났다. 영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돌리며, 팔도 막 흔들면서 '깨갱~ 깨갱~!' 꽹과리를 쳐댔다. 좁은 방안에 꽹과리 소리가 울려 머리가 깨질 듯 시끄러웠다. 엄마는 "아니, 이게 뭐하는 짓이라니?" 하시며 영우를 데리고 나가셨다. 나는 일단 컴퓨터를 잘 다루시는 큰삼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삼촌도 그렇게 되었을 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마감일이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라 다행이라면서 나를 위로해주셨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쳐야 했다. 그래도 나는 예전의 원고 내용은 잊어버리고, 아예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글을 쓰려고 작정했다. 그 뒤로 꼼짝하지 않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밤 늦게까지 시간을 잊어버리고 타자를 타다다닥~ 두두두둑~ 친 덕분에, 이제 거의 막바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지금 쓴 원고가 더 잘 된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