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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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끼어가는 차
2011.09.11 일요일 "상우야, 앞으로 작은 삼촌까지 4명이나 여기 타야 되니까, 저쪽으로 바짝 붙으렴!" 아빠가 말씀하셨다. 우리 차에 아빠 말고, 어깨가 떡하니 기골이 장대하신 큰 삼촌과 작은 삼촌, 그리고 엄마, 덩치가 성인 못지않은 나, 영우와 사촌 동생 진우까지 타니, 이건 마을버스가 따로 없을 것 같다. 차를 타고 달리는 중간에 폭~ 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아빠가 운전하시고 그 옆엔 큰 삼촌이 앉으셨고, 뒷좌석에는 사촌 진우가 내 무릎에, 영우는 엄마 무릎에, 작은 삼촌은 엄마의 짐을 무릎에 놓고 가야 했다. 진우가 날 누르는데다 사람들로 꽉꽉 차니, 통조림 깡통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또 차 안의 공기만으로 일곱 사람이 숨 쉬니 더워 못 견디겠다. 창..
2011.09.16 -
중학교에서의 첫 한 달
2011.03.29 화요일 어느새 중학교에 입학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꿈을 꾸는 것 같다. 불과 한 달 전 일을 돌이켜보면,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찌뿌둥하고 피곤한 몸으로 허겁지겁 아침을 먹어야 했다. 대문을 나서면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고, 골목을 돌아 큰길로 나오면 길가에 비둘기 만발한 길을 지나서, 경복궁역 2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내 지갑 안에는 곧 충전해야 하는 교통카드가 들어 있고, 찍으면 띠띠~ 하는 소리가 어김없이 나고는 했다. 안국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릴 땐, 나도 어른들처럼 신문을 읽고 껌을 씹기도 하였다. 지하철이 오면 가볍게 몸을 싫고서,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탈 때,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새우잠을 청하였다..
2011.03.31 -
꽉 잡아, 출발!
2011.02.12 토요일 오늘은 강화도에 있는 옥토끼 우주센터를 취재하기 위해, 큰마음 먹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한적한 시골 길에 과연 우주센터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거대한 우주 발사대 모양의 건물을 보고 나는 앗! 여기다! 할 만큼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대한 놀이공원에 온 듯이 우주 체험을 하고, 재미있게 취재하였다. 취재를 거의 마치고 휴게실에 들렀다. 휴게실을 통해 야외로 나가니 높고 파란 강화도의 하늘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야외 공원에선 꽁꽁 언 얼음장 위에서 썰매를 타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썰매장 옆에는 튜브를 타고 언덕에서 아찔하게 내려오는 어마어마한 눈썰매장이 있었다. 여기선 입장료만으로 썰매장을 이용하게 해준다. 나는 처음에 내 눈을..
2011.02.14 -
전학 간 친구의 빈자리
2010.11.20 토요일 오늘은 민재가 전학 간 지 하루가 지났다. 어제 민재는 우리 반에서 6학년 때 처음 전학을 간 기록을 남겼다. 5학년 때까지 많은 아이가 전학 가는 것을 보며 울었던 나는, 이제 전학 가는 것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가 민재와 인사를 나누며 울고 있을 때, 나는 사실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슬프지도 않고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동안은 민재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나는 민재의 뒷자리에 앉았는데, 앞에 민재가 없으니 무언가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수업 시작할 때도, 회장인 민재를 대신해서 부회장인 은철이가 수업이 시작함을 알렸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이상해!", "어색하다." 하는 소리가 들렸..
2010.11.22 -
2007.05.29 선생님
2007.05.29 화요일 나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일이면 서미순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공부하게 된다. 지난 주에 선생님께서 이번 주 수요일이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때 난 믿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했었다. 그런데 왜 이리 뭉클한 걸까? 그냥 울고만 싶어진다. 우리 선생님은 엄숙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린 티가 나셨다. 그것은 학기 초에 우리에게 땅콩을 나누어 주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딱딱한 땅콩의 껍질을 벗겨 가듯이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 가라는 말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선생님은 운동회 때 우리가 너무 줄을 잘 안 서서 힘들어하셨다. 어느 날, 선생님 목이 많이 쉬어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목이 안 쉰 날보다 쉰 날이 더 많으셨던 것 ..
20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