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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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블로거 촬영의 날!
2011.07.21 목요일 "상우야, 지난번에는 방송 촬영할 때 한 명만 가고, 대포 같은 카메라와 장비들도 없어서 실망했니?", "아,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 "그래서 이번에는 있는 장비를 모두 다 끌고 왔단다!" 대장 PD님의 한마디로 갤러리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밤 10시, 나는 나무 의자에 연예인 호란 누나와 마주 앉아, 홍대 입구의 2층 갤러리에서 MBC 방송국 슈퍼블로거 팀과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러리 안에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거대한 카메라와 풍선같이 부풀어 있는 조명장치들에 둘러싸인 나는, 사실 지금 당장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이틀 전 양주에 놀러 갔다가 어젯밤 늦게 돌아왔는데,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에서 선크..
2011.07.28 -
꽉 잡아, 출발!
2011.02.12 토요일 오늘은 강화도에 있는 옥토끼 우주센터를 취재하기 위해, 큰마음 먹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한적한 시골 길에 과연 우주센터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거대한 우주 발사대 모양의 건물을 보고 나는 앗! 여기다! 할 만큼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대한 놀이공원에 온 듯이 우주 체험을 하고, 재미있게 취재하였다. 취재를 거의 마치고 휴게실에 들렀다. 휴게실을 통해 야외로 나가니 높고 파란 강화도의 하늘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야외 공원에선 꽁꽁 언 얼음장 위에서 썰매를 타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썰매장 옆에는 튜브를 타고 언덕에서 아찔하게 내려오는 어마어마한 눈썰매장이 있었다. 여기선 입장료만으로 썰매장을 이용하게 해준다. 나는 처음에 내 눈을..
2011.02.14 -
날아가 버린 원고
2010.01.14 금요일 "어, 어, 아아악~!" 아래층 할머니 방에서 책을 읽다가, 몸을 풀려고 콩콩거리며 뛰고 있을 때, 엄마의 비명이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정적을 깨버리는 소리는 왠지 불길했다. 나는 무언가 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위에서는 계속 "오오~!" 하고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계셨다. 나는 '엄마가 실수로 뭐에 베였나? 아니면 영우가? 오! 핸드폰이 터져서 집에 불이 붙었나?' 하는 오만 가지 상상을 하였다. 위층으로 급하게 올라가 보니, 엄마는 컴퓨터 의자에 앉아서 죽을상을 하고 계셨다. 무슨 사고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물었다. 엄마는 몹시 흥분하셨나 보다. "이, 이게, 아~ 지, 지워졌어~!" 하며 어더더..
2011.01.16 -
주사 맞는 친구
2009.10.14 수요일 학교 끝나고 친한 친구 석희가, 상가에 있는 소아과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간다고 했다. 석희가 "상우야,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인데 나랑 병원에 같이 가주면 안될까?"해서, 나는 흔쾌히 함께 갔다. 병원 문을 들어서니 석희 할아버지께서 미리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석희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나, 주사 맞기 싫은데, 꼭 맞아야 돼?" 하며, 할아버지 무릎에 덥석 올라앉아,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난 그걸 보고 흐훗~ 웃음이 쏟아졌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석희에게 "주사가 무섭지는 않니?"하고 물었다. 그러자 석희는 할아버지 앞에서 아기처럼 촐랑대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원래 굵은 목소리로 돌아와 당차게, "내가 아기도 아니고, 왜 주..
2009.10.15 -
짜릿한 피구 시합
2009.10.07 수요일 1교시, 강당에서 여자 대 남자로 피구 시합을 하였다. 모두 세 번의 시합을 했고, 나는 두 번째 시합까지 초반에 공을 맞아 탈락했다. 그래서 마지막 판에는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으리라! 하는 각오로 임했다. 나는 처음부터 아이들 틈에 섞여 공과 멀찍이 떨어져서 뛰어다녔다. 상대방 팀의 선수가 공을 잡으면, 공을 던지려 하는 반대쪽으로 미끄러지듯 뒷걸음질쳤다. 아이들이 슝슝~ 공을 던지는 걸 보면, 내가 공을 던지는 것처럼 짜릿해서, 오른손을 주먹 쥐고 높이 들어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여자팀의 이승희가 공을 높이 던졌다. 나는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뒷걸음질쳤는데, 어느 틈에 공을 받은 이예진이, 바로 내 뒤에서 칼을 잡은 것처럼 빠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놀랐는..
2009.10.08 -
아슬아슬 용배
2009.06.06 토요일 한바탕 비가 오고 난 산정호수는, 오리 배를 타러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호수는 산빛이 비쳐 완전히 초록색이었다. 물살이 아주 세 보였고, 호수 괴물이 살고 있을 것처럼 멋지고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났다. 나랑 영우는 안전 조끼를 입고 오리 배 줄에 서서, 두근두근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우리 앞으로 온 것은 오리 배가 아니라, 파란색 몸통에 머리가 용모양인 '용배'였다. 어차피 겉모양만 조금 다르고 똑같은 배라서 우리는 그냥 그것을 타기로 했다. 영우랑 나는 후닥닥 조종석에 들어가 앉았는데, 안전요원 아저씨가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종석에 어른이 한 명 앉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앞에 앉겠다고 영우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할 수 없이 뒷자리에 ..
2009.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