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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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간 친구의 빈자리
2010.11.20 토요일 오늘은 민재가 전학 간 지 하루가 지났다. 어제 민재는 우리 반에서 6학년 때 처음 전학을 간 기록을 남겼다. 5학년 때까지 많은 아이가 전학 가는 것을 보며 울었던 나는, 이제 전학 가는 것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가 민재와 인사를 나누며 울고 있을 때, 나는 사실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슬프지도 않고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동안은 민재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나는 민재의 뒷자리에 앉았는데, 앞에 민재가 없으니 무언가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수업 시작할 때도, 회장인 민재를 대신해서 부회장인 은철이가 수업이 시작함을 알렸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이상해!", "어색하다." 하는 소리가 들렸..
2010.11.22 -
나라 사랑의 한계 - <호국 보훈의 달 글짓기 행사>
나라 사랑의 한계 - 2010.06.05 토요일 나는 이 주제를 처음 받고서 조금 어리둥절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학교에서 6.25를 기념하기 위해 언제나 글짓기 행사를 한다. 하지만, 언제나 꺼림칙한 것이 이런 글을 쓰는 것으로 나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아지기라도 하는가가 의문이다. 과연 이런 행사로서 아이들이 정말로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쓰러진 이들을 위해 가슴 아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국가 보훈 하면, 지금은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도 연설과, 이번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유시민의 연설이 떠오른다. 특히 유시민 아저씨의 연설은 왠지 더 뜻깊은 것 같았다. 유시민 후보에 의하면, 지금 이 나라의 통치자들은 안보를 아주 중요시하며 철저하게 해야한다고 ..
2010.06.06 -
달 구경
2010.02.27 토요일 "후우아아!~" 숨을 한껏 들이마시니 막혔던 숨이 갑자기 탁 트이는 것처럼, 폐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 혼자서 밤 산책을 나왔다. 요즘 나는 갑갑하다. 일단 우리 가족의 나도 모를, 불안한 미래가 걱정된다. 엄마는 아프시고, 영우는 철부지 상태를 못 벗어나고, 아빠는 힘드시고, 나는 6학년이 된다는 게 왠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크면 세상에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자를 부추기는 사회라, 친구도 경쟁자가 되고,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 나는 우울해진다. 난 이제 더 클 곳이 없다는 무게감에 눌려,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밤길을 나와버렸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5단지를 지나, ..
2010.03.01 -
닌텐도보다 신나는 음악
2008.11.28 금요일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 하시는 수업은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음악 시간이 특별히 좋다. 선생님께선 언제나 우리에게 여러 가지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시고, 그 음악을 통해서 이상하게 선생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 음악 시간엔 인터넷으로 장조와 단조의 음악을 비교해가며 들려주셨다. 처음엔 클라이슬러가 작곡한 과 을 비교해 들었는데, 느낌이 아주 달랐다. 은 가래떡을 꿀에 찍어 먹는 맛처럼 술술 넘어갔는데, 을 들을 땐, 콩이 많이 박혀있는 떡을 먹는 것처럼 뭔가 불편하고 뭉클했다. 그다음 그리그가 쓴 에 나오는, 을 들었을 때, 우리 반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곡을 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딴 이름 한소리인 셈일 것이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 험난한 모험 길에 오르..
2008.11.29 -
아버지 발을 씻으며
2008.05.11 일요일 학교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노고를 덜어 드리라는 뜻으로 부모님의 발 씻기 숙제를 내주었다. 나는 목욕탕에 있는 세숫대야 중에 제일 큰 대야를 골라 샤워기로 한번 씻어내었다. 그런 다음 다시 샤워기를 틀어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물 온도가 아빠 발에 맞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아빠는 적당하다고 하셨다. 아빠는 발을 내밀기가 부끄러운 듯 머뭇머뭇 하시다가, 바지를 걷고 대야에 발을 담그셨다. 나는 비누에 물을 묻혀 손바닥에 칠하고, 박박 문질러 뽀글뽀글 거품을 내었다. 그리고 크림 같은 거품이 잔뜩 묻은 손을 아빠 발에 꼼꼼히 문질렀다. 마치 내 손이 붓이 되어 페인트칠을 하는 기분으로 부드럽게 아빠 발을 닦았다. 특히 무좀이 심해서 고생하셨다는 발가락 사이사이를 더 ..
2008.05.13 -
2007.05.29 선생님
2007.05.29 화요일 나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일이면 서미순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공부하게 된다. 지난 주에 선생님께서 이번 주 수요일이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때 난 믿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했었다. 그런데 왜 이리 뭉클한 걸까? 그냥 울고만 싶어진다. 우리 선생님은 엄숙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린 티가 나셨다. 그것은 학기 초에 우리에게 땅콩을 나누어 주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딱딱한 땅콩의 껍질을 벗겨 가듯이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 가라는 말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선생님은 운동회 때 우리가 너무 줄을 잘 안 서서 힘들어하셨다. 어느 날, 선생님 목이 많이 쉬어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목이 안 쉰 날보다 쉰 날이 더 많으셨던 것 ..
20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