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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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8 개학
2006.08.28 월요일 내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이 여기 저기서 우글 우글 떠들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나는 "선생님이 오셨어!" 하고 외쳐 보았다. 드디어 수업을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리고 선생님과 우리는 정식으로 인사를 하였다."선생님, 안녕히 지내셨어요?" 하고 인사를 드릴 때 마치 오래 떨어져 있던 옛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마음이 설레였다. 선생님은 피부가 약간 까매져 있었고 우리반 아이들도 햇빛에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아마도 여름 방학이 준 선물이겠지.
2006.08.28 -
2006.08.10 친선 경기
2006.08.10 목요일 오후 4시 30분이 되자 학교 앞으로 감독님의 버스가 도착하였다. 우리 팀은 감독님 버스를 타고 백석 잔디 광장으로 가서 백석 초등학교 축구반과 친선 경기를 하였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나와 똑같은 번호를 가진 선수와 악수를 하였는데 그 아이가 욕을 하지 않고 "잘 해보자!" 라고 하였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나는 수비수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분 뒤에 선수를 교체하였다. 나는 후반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런데 나는 운 좋게도 골을 넣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프사이드였다. 하지만 나는 기뻤다.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형들도 인제 나를 좀 인정해주는 것 같았다. 경기는 4:0 으로 이겼다. 버스에 타서 가는 내 마음은 뿌듯했다.
2006.08.10 -
2006.07.31 조개 잡이
2006.07.31 월요일 뜨거운 한낮이었다. 나는 바다에서 파도 타기를 하던 우리 가족이 바다 바로 앞에 있는 갯벌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하여 가 보았다. 내가 "엄마 뭐해요?" 하고 물어 보았더니 "조개를 잡아." 하고 대답하셨다. 나도 땅을 파 보았다. 정말로 파기만 하면 조개가 나왔다. 정말 조개가 많이 나와서 아빠가 조개 담는 바구니를 가지러 갔다. 그 사이 희안한 광경을 보았다. 잡았던 조개들을 땅 위에 내려 놓으니 일자로 뒤집어져서 갯벌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이러다가 조개를 다 놓치겠어!" 하고 영우와 난리를 부렸다. 나는 옷을 뒤집어 보자기처럼 만들어서 다시 조개들을 빼내 옷 속에 담았다. 아빠가 통을 가져와서 한가득 잡고 꽉 찬 마음으로 샤워장에 갔다.
2006.07.31 -
2006.07.29 파업
2006.07.29 토요일 우리는 차 트렁크에 짐을 꾸역 꾸역 실어 놓고 안면도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우리도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어디서 부턴가 배가 고파오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배는 밥 달라고 꼬르륵 조르는데 피서가는 차들이 밀려 꼼짝도 안하는 것이다. 창 밖 보니 차들이 긴 기차처럼 이어져서 사고가 나서 한 발자국도 못 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휴게소까지만 참아 보기로 했으나 나는 못 참고 엉엉 울었다. 서해 대교를 거북이처럼 지나 행담도 휴게소에 도착 했을때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웃음은 문 앞에서 뚝 그쳤다. 휴게소 곳곳에 빨간 파업 깃발이 꽃혀 있었다.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식당가 문에 붙어있는 글을 보곤 실망에 차서 화장실로 갔다. 나는 생각했다. 휴게소 사장이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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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7 빗소리
2006.07.27 목요일 나는 지금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 '후두두두' 떨어지는 빗소리가 내 마음을 닦아 주는 것 같다. 그동안 내 마음은 힘이 들어 너무 말라 있었다. 축구부에서는 느리다고 욕도 많이 먹고, 날씨는 변덕을 부리고, 집에서는 맨날 동생하고 싸우다 아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화가 많이 쌓였다. 그런데 이 빗소리는 왠지 나의 화를 씻어 주고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한다. 왜냐하면 내 눈에서는 빗줄기처럼 시원하게 눈물이 흘러 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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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8 슬픔
2006.07.08 토요일 요즈음 엄마는 바쁘시다. 외할아버지 병 간호하느라 밤이고 낮이고 집에서 나가기 바쁘시다. 오늘도 엄마는 새벽에 나갔다가 오후 늦게 들어 오셨다. 엄마는 왠지 지치고 우울해 보였다. 나는 혹시 할아버지가 큰 일이라도 난 건 아닐까 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엄마는 할아버지께서 이제 사람도 알아보시고 오른 손도 조금씩 움직이려 하고 절대 안정도 취해야 한다고 하셨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할아버지께서 낫더라도 말을 할 수가 없게 된다고 한다. 나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제발 거짓말이기를 바랬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글을 쓰시는 분인데 오른 손을 못 쓰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나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슬펐지만 터지는 눈물을 꾹 참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이 세상은..
200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