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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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도착한 학교
2010.10.20 수요일 오늘은 중간고사 날이고, 내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나는 지난번 시험에서 자신감이 지나쳐, 덤벙대다가 두 문제씩이나 답을 건너뛰었었다. 어이없는 실수에 눈물까지 흘렸던 나는 이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어제 시험 마무리 준비를 슬슬 잘 해나가다, 수학 3단원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새벽 1시를 넘겨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다. 여러분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아직 초등학생이고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로 늦은 시각이었다. 나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피곤했지만, 6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6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나는 종로 3가 역에서 무사히 동두천행 1호선 열차를 탔다. 스르르~ 안심하면서 '조금만 눈 좀 붙이는 거야, 조금만~' 생각하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
2010.10.21 -
은행에서 동전 바꾸기
2010.08.03 화요일 이삿짐을 싸느라 내 방 정리를 하다가, 낡은 돼지 저금통 하나를 발견했다. 미술 보관함에 묻어두었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이 돼지 저금통은, 낡아서 금이 쩍쩍 가있는 부분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저금통 안에는 밑바닥을 묵직하게 채우는 돈이 있었다. 동전을 흔드니 쐐아쐐아~! 소리가 났다. 나와 영우는 저금통을 흔들어서, 동전 넣는 구멍으로 동전을 빼내었다. 동전은 잘 나오지도 않고 생각보다 양도 훨씬 많았다. 동전은 정말 양이 줄지 않는 것처럼, 계속 찔렁찔렁~ 침대 바닥에 쏟아졌다. 나와 영우는 돈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놀라서 눈알이 빠질 것처럼 동그래지고, 입이 동굴처럼 쩍 벌어졌다. 동전은 계속 쏟아지더니 결국에는 저금통 바닥을 들어내고, 내 침대 위에 기분 좋게 ..
2010.08.04 -
태양을 끄는 수레
2008.09.02 화요일 합동 체육 시간, 우리는 오랜만에 운동장에 나가 공 주고 받기를 하며 몸을 풀었다. 마침 하늘엔 구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가을 햇볕이 살을 태울 것 같은 기세로 이글거렸다. 선생님께서 이번 가을 운동회 때,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수레 끄는 단체 경기를 할 거라고 하시면서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먼저 우리 반을 여자, 남자 8명씩 4조로 나누고, 1조에 4명씩 또 앞조와 뒷조로 나눈다. 그리고 앞조와 뒷조에서 각각 수레에 탈 사람과 수레를 끌 사람을 1명씩 정한다. 이렇게 해서 2사람이 수레에 타면, 수레를 끄는 2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깃발 반환점을 돌아 다음 팀에게 바톤 터치하는 합동 경기다. 선생님께서 몇몇 여자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이게 하시고나서, 우..
2008.09.03 -
2007.09.22 친할아버지
2007.09.22 토요일 우리가 대구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맨처음 벨을 아빠가 누르니까 집 안에서 할머니가 "방앗간 아저씨, 벌써 왔슈?" 하셨다. 아빠가 그 말을 듣고 급하게 "아니요, 상우네가 왔습니다!" 라고 하셨다. 안에서는 "상우야?" 하는 할머니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고, 잠시 뒤 "끼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기다리시느라 양복까지 입고 계셨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 마루에 모여 할아버지, 할머니께 큰 절을 드렸다. 할아버지는 나를 안아주시려다가 "아이쿠, 이젠 할아버지가 상우를 안는 게 아니라 상우가 할아버지를 안아주어야겠구먼!" 하셨다. 처음에 할아버지 얼굴은 항상 그랬듯이 인조 인간처럼 빳빳하고 엄숙하셨는데, 오..
2007.09.22 -
2007.07.27 텐트
2007.07.27 금요일 드디어 우리는 동해안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고속 도로는 막히지 않았지만, 시커먼 야산을 따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며칠처럼 달려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가 지나서 바다고 뭐고 자는 것이 급하였다. 그리고 어렵게 어렵게 속초 해수욕장에 있는 오토 캠프장을 찾아 텐트를 쳤다. 이미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해버려서 빙글빙글 돌다가 구석진 곳 네 그루의 앙상한 소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텐트를 치고 누우니 우리 집같이 안정되고 편안했다. 비록 텐트 지붕에 가려 별을 볼 순 없었지만, 왠지 하늘엔 별이 가득 총총총 떠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자꾸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 텐트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것은 보통 바람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겨냥해서 기습 공격을 하는 ..
2007.07.27 -
2006.07.29 파업
2006.07.29 토요일 우리는 차 트렁크에 짐을 꾸역 꾸역 실어 놓고 안면도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우리도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어디서 부턴가 배가 고파오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배는 밥 달라고 꼬르륵 조르는데 피서가는 차들이 밀려 꼼짝도 안하는 것이다. 창 밖 보니 차들이 긴 기차처럼 이어져서 사고가 나서 한 발자국도 못 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휴게소까지만 참아 보기로 했으나 나는 못 참고 엉엉 울었다. 서해 대교를 거북이처럼 지나 행담도 휴게소에 도착 했을때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웃음은 문 앞에서 뚝 그쳤다. 휴게소 곳곳에 빨간 파업 깃발이 꽃혀 있었다.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식당가 문에 붙어있는 글을 보곤 실망에 차서 화장실로 갔다. 나는 생각했다. 휴게소 사장이 직원들..
200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