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2 친할아버지

2007. 9. 22. 00:00일기

<친할아버지>
2007.09.22  토요일

우리가 대구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맨처음 벨을 아빠가 누르니까 집 안에서 할머니가 "방앗간 아저씨, 벌써 왔슈?" 하셨다. 아빠가 그 말을 듣고 급하게 "아니요, 상우네가 왔습니다!" 라고 하셨다. 안에서는 "상우야?" 하는 할머니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고, 잠시 뒤 "끼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기다리시느라 양복까지 입고 계셨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 마루에 모여 할아버지, 할머니께 큰 절을 드렸다. 할아버지는 나를 안아주시려다가 "아이쿠, 이젠 할아버지가 상우를 안는 게 아니라 상우가 할아버지를 안아주어야겠구먼!" 하셨다.

처음에 할아버지 얼굴은 항상 그랬듯이 인조 인간처럼 빳빳하고 엄숙하셨는데, 오늘따라 웃으시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워낙 표정이 없으셔서 가만히 있으면 꼭 화난 사람 같았는데, 오늘은 눈도 크게 뜨시고 입도 위로 올라가고 볼도 실룩실룩거리셨다. 내가 할아버지 손도 잡아드리고 할아버지의 좋은 점도 이야기해 드렸더니 할아버지는 "헛허!" 큰 소리로 웃기까지 하셨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 모습을 처음 봐서 깜짝 놀랐지만 기분은 좋았다.

친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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