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0 굳은 아이들

2007.09.20 00:00일기

<굳은 아이들>
2007.09.20 목요일

드디어 우리 반이 무대에 서는 차례가 되었다. 아이들은 연습을 한대로 무대에 있는 자기 자리를 찾아 섰다. 나는 맨 끝 줄 한가운데에 떨리는 마음으로 섰다. 7살 미술 학원 재롱 발표 때 이후로 친구들과 공연을 하려고 관객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선 게 처음이라 쑥스럽고 떨렸다.

전주가 라디오를 타고 흘러 나오자, 우리 3학년 4반은 약간 당황하여 처음 동작을 놓쳤지만 그런데로 잘 움직여 나갔다.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 옆에 친구들을 슬쩍슬쩍 보니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있고 몸 동작이 작았다. 앞에 선 아이들도 몸 동작이 작고 뻣뻣해서 이건 공연이 아니라 배고픈 아이들이 단체로 나와서 구걸을 하려고 어설픈 몸짓을 하는 것 같았다. 앞에서 동작을 맞춰주시던 담임 선생님 얼굴도 점점 굳어만 갔다.

그래서 나는 팔을 더 크게 휘젓고 더 높이 뻗었다. 입도 크게 찢어서 웃는 얼굴을 만드느라 입 가장자리 근육이 떨렸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연습한만큼 못한 것에 대하여 친구들도 선생님도 아쉬워했다. 나는 그동안 연습을 열심히 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보았다.

굳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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