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8 오페라

2007. 9. 8. 00:00일기

<오페라>
2007.09.08 토요일

나는 처음에 청소년 수련관 가족 극장 안으로 이어지는 긴 줄을 보고,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하였지만 들어가 보니 좋은 자리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무대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에 앉아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번째 공연은 <라 트라비아타>였다. 우리 말로 <춘희>라고도 부르는 이 공연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라서 슬프고도 감명 깊었다. 특히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사랑과 자신이 살아왔던 문란한 생활을 두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며 부르는 노래는 마치 선과 악을 두고 고민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모습같아서 흥미로웠다.


번째 공연 <라 보엠>은 가난한 시인과 착하고 가난한 여자 미미와의 쓸쓸한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공연은 내용이 쓸쓸해서 그런가, 보는 내내 마음 속이 춥고 겨울 바람이 '휑' 부는 것처럼 시리고 허무했다.

지휘자 아저씨가 중간 중간에 불을 켜고 해설을 잘 해 주셔서 공연을 더 즐길 수 있었고, 신기하게도 거기 나오는 음악들이 내가 다 잘 알고있는 음악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뚱뚱하고 우람한 아저씨들이 부르는 노래조차 내 귀에는 자장가처럼 감미롭게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자주 들었던 음악이 아니었을까?

두번째 공연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공연 내내 떠들던 아이들이 못참겠다는 듯이 우루루 몰려 나갔다. 나는 공연을 넋을 놓고 보다가 잠에서 깬 듯 엄마에게 물었다. "이 공연 무료 맞아요?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공연이 무료냐?" 흥분하면서 나간 아이들을 다 붙잡아 데려오고 싶었다.


지막 공연 <사랑의 묘약>은 가슴이 꽉 차오르는 행복한 사랑 이야기라서 뿌듯했다.


오늘 세 공연 중에 가장 내 마음을 뒤흔든 노래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가슴에 담고, 공연이 끝난 후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지휘자 아저씨에게 공연을 잘 보았다고 꾸벅 인사하였다.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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