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초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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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떡볶이 만들기
2010.12.18 토요일 작은 방울이 보글보글 끓는 물 속에, 빨간 돌덩이 같은 고추장이 뽀퐁~! 소리를 남기며 물에 녹고 있었다. 빨간 고추장 뭉텅이가 풀어지며, 물은 마법의 약 만들어지듯이 점점 빨간색으로 변했다. 빨간색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그것은 전혀 고추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뽀글거리는 떡볶이의 소스는 점점 진한 냄새를 풍겨왔다. 조금 매콤, 쌉싸름하며 쓴 냄새는 왠지 입맛을 끌어당기며, 사람을 멍하게 하였다. 나는 나무젓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우리 모둠 소스 맛을 보았다. 아직 고추장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서 그저 맵고 쌉싸름 했다. 나는 꼭 영화에서 주방장이 주방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참견하는 것처럼, 뒷짐을 지고 목을 쭉 빼고 먼저 완성된 모둠의 떡볶이를 시식하거나, 만들고 있..
2010.12.19 -
올레스퀘어의 저녁
2010.10.27 수요일 나는 엄마와 함께 오후 5시 20분쯤, 광화문에 있는 올레스퀘어 건물 1층에 도착했다. 로비 왼쪽으로는 커피 냄새가 살짝 살짝 진동하는 카페테리아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로 나온 핸드폰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위이이잉~!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요란하게 마구 울렸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중, 아이폰 4를 재미있게 눌러보다 말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전화기에서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바로 주위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네, 상우입니다!" 대답하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저 지금 도착했는데, 어디 있어요?" 하고 물어보는 소리가 들..
2010.10.29 -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2009.10.03 토요일 나는 엄마, 아빠가 최근에 알고 친분을 갖게 되신 어떤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였다. 아빠, 엄마가 월요일 저녁마다 공부하는 학당에서 만난 할아버지인데,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었던 것이다. 그 할아버지 댁은 3단지였는데,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따뜻하고 편안한 인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를 바로 맞아주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두 분만 사시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거실 벽과 책장 유리면에, 귀여운 아기들 사진과 가족사진이 수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 "권상우입니다!"하고 인사를 드리자, 학원을 몇 개나 다니느냐고 물으셔서, 안 다닌다고 했더니, "잘했네! 오랜만에 학생다운 학생을 보는구나!" 하..
2009.10.05 -
물병을 높이 던져요!
2009.08.06 목요일 우리 가족은 해가 질 무렵,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넓은 풀밭을 산책했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햇빛이 오렌지 색깔로 강렬했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흘렀다. 영우랑 나는 맘대로 앞서 걷고 뛰고 하다가, 벌써 온몸이 땀 국물로 흠뻑 젖었다. 갑자기 "상우야, 이거 받아 봐~!" 하고 뒤에 떨어져서 걷던 아빠가, 갖고 있던 작은 생수병을 야구공 던지듯이 내게 던지셨다. 나는 그걸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병에 맞을까 봐, "우어어~!" 소리 지르며 도망쳤다. 물병은 맥없이 풀밭에 털썩~ 떨어졌다. 아빠는 이번엔 영우를 향해 물병을 던지려고 하셨다. 그런데 영우는 피하지 않고, 엉덩이를 뒤로 쏙 빼고 손을 내밀어 받을 자세를 취했다. 아빠는 영우와 똑바로 마주 보고 서서, 몸을 뒤로..
2009.08.11 -
난타 연습
2008.01.17 목요일 오늘은 피아노 학원에서 난타와 합창 연습이 있는 날이다. 합창 연습을 마친 뒤, 학원 중앙 복도에 난타 연습하는 학생들만 모여 앉았다. 선생님들께서는 중앙 복도 괘종시계에 커다란 악보를 붙이고 계셨다. 악보에는 의 음표와 박자, 여자와 남자가 따로 연주할 부분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었다. 준비가 너무 길어 심심해진 나는 두 손을 쫙 펴서 꼿꼿하게 만든 다음, 옆자리에 앉아 있는 김기수에 등을 콱 찔렀다. 그러자 기수도 손모양을 나처럼 하고 내 어깨를 찔렀다. 우리는 계속 서로 몸 여기저기를 찌르며 장난을 쳤다. 그러다 뭔가 뜨거운 눈초리가 느껴져 번갯불을 맞은 듯 흠칫하였다. 원장 선생님께서 "거기 둘, 나가!" 하셨고, 우리 둘은 피아노 학원 들어서는 입구로 ..
2008.01.18 -
2007.05.31 새로 시작
2007.05.31 목요일 아침 자습 시간에 한자를 쓰고 있을 때, 갑자기 박영은 선생님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하며 들어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오른쪽 손에 걸고 계셨던 가방을 교탁위에 '탁' 올려 놓으시고나서 컴퓨터 있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셨다. 바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우리는 모두 1교시 국어 책을 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직도 새 선생님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하고 산만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엄격한 눈초리로 우리들의 흐트러진 태도를 지적하셨다. 나는 왠지 선생님이 무서운 분 같아 바짝 긴장이 되었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 목소리는 맑고 쩌렁쩌렁하였다. 그런데 무언가 아직은 어색하고 서먹했던 우리 반 수업 분위기가 4교시 사회 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좀 더 활..
2007.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