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연습

2008. 1. 18. 16:32일기

<난타 연습>
2008.01.17 목요일

오늘은 피아노 학원에서 난타와 합창 연습이 있는 날이다. 합창 연습을 마친 뒤, 학원 중앙 복도에 난타 연습하는 학생들만 모여 앉았다. 선생님들께서는 중앙 복도 괘종시계에 커다란 <숫자송> 악보를 붙이고 계셨다. 악보에는 <숫자송>의 음표와 박자, 여자와 남자가 따로 연주할 부분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었다.

준비가 너무 길어 심심해진 나는 두 손을 쫙 펴서 꼿꼿하게 만든 다음, 옆자리에 앉아 있는 김기수에 등을 콱 찔렀다. 그러자 기수도 손모양을 나처럼 하고 내 어깨를 찔렀다. 우리는 계속 서로 몸 여기저기를 찌르며 장난을 쳤다. 그러다 뭔가 뜨거운 눈초리가 느껴져 번갯불을 맞은 듯 흠칫하였다. 원장 선생님께서 "거기 둘, 나가!" 하셨고, 우리 둘은 피아노 학원 들어서는 입구로 나갔다. 우린 따로따로 나누어 양쪽 벽에 기대어 섰다.

나는 벽에 귀를 바짝 대고 난타를 연습하지 않는 형, 누나들이 피아노 연습하는 소리를 들었다. 눈을 감고 달콤한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다가, <터키 행진곡>을 들을 땐, 신이 나서 짜릿짜릿 어깨가 움직였다. "난타 연습 제대로 할래? 아님 계속 서 있을래?" 하고 원장 선생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둘 다 "난타 연습이요!" 하며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나는 또 페트병 준비물을 안 가져와서 손뼉을 치며 따라해야 했다. 다른 애들은 모두 콩 또는 곡류를 집어넣은 페트병 두 개를 찰찰 찰찰 흔들다가, 악보에 x 표시가 나오면 페트병을 서로 부딪쳐 캉캉 소리를 내었는데, 나만 혼자 그걸 손뼉으로 대신했다. 나는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딱딱 박자를 맞춰가며 연습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손뼉을 쳐도, 페트병을 열정적으로 흔들어대는 아이들의 모습과 내 모습은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마치 나는 연주하는 사람들 옆에서 박수치는 고릴라가 된 기분이었다. 연주회 때는 고릴라가 아닌 사람으로 거듭나리라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나 말고도 페트병을 안 가져온 애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흐흐, 나 말고도 고릴라가 더 있었군!' 하며 마음이 가벼워져서 더욱 즐겁게 연습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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