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가 좋아!

2008. 1. 20. 16:00일기

<영풍문고가 좋아!>
2008.01.19 토요일

주말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차를 타고 서울, 영풍문고로 향했다. 3학년 1학기 교내 음악제에 나갔다가 부상으로 받은 도서 상품권을 책상 서랍 속에 꼭꼭 모셔 두었었는데, 드디어 오늘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영풍문고는 아주 오랜만에 가보는 것이라 마음이 떨렸다.

차를 타고 달리며 바깥을 구경하니 세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로 옆에는 거대한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하늘에는 얇은 비행기가 바람을 타고 위태롭게 날았다. 아빠가 그건 비행기가 아니라 글라이더라고 하셨다. 나는 처음 세상 구경을 하러 나온 산골 소년처럼 차 창문에 코를 박고 바깥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영풍문고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차에서 뛰어내렸다. 도서 상품권 봉투를 높이 쳐들고 꺄오~ 소리를 지르며 엘리베이터로 먼저 뛰어갔는데, 뒤쫓아온 엄마에게 단단히 잔소리를 들었다. "아니, 서점에 와서 원시인처럼 행동하면 어떻게 같이 다니냐? 엉?"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문이 열리자 나도 모르게 휘둥그레 눈이 커졌다.

천국이 따로 있으랴? 여기가 바로 책들의 천국이구나! 서점 안에는 사람들이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내 눈에는 사람들도 책을 읽고 고르는 천사들처럼 보였다. 나는 문제집과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만화책 코너를 거쳐, 과학책과 어린이 명작 코너로 들어섰다. 와, 이게 웬일이야? 몬테 크리스토 백작, 허클베리핀의 모험, 모비딕, 크리스마스 캐럴, 비밀의 화원, 해저 2만 리, 죄와 벌,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벅찬 명작들이, 나 30% 세일이요! 하는 팻말을 붙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책을 골라 두 팔에 가득 담아 안고 있었는데, 엄마가 도서 상품권 액수를 초과했다며 빼내신 책들이 더 많았다. 나는 책 외에도 많은 것을 구경했는데, 공중에 떠있는 지구본, 장기와 체스, 고호 아저씨가 그린 그림을 갖고 싶었다. 그리고 사전 코너에도 들러 여러 나라의 사전들을 흥미롭게 구경하였다. 국어사전과 영어사전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까지 여러 사전을 한 권 씩 들춰보며,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끄덕끄덕 읽는 척을 해보았더니, 옆에서 중국어 사전을 든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웃으셨다.

여기 있는 책들을 평생 다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면서도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생각하니 가슴이 황홀하고 울렁거려 터질 것만 같았다. 천장 높이에 꽂혀있는 책들까지 올려다보며 '기다려라, 책들아!' 했더니, 서점 안의 책들이 모두 나를 내려다보며 '기다릴게, 상우야!' 하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올 때는 차 안에서 책 꾸러미를 너무 꽉 끌어안고 오는 바람에 책봉투가 군고구마 봉지처럼 따끈따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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