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힘든 아이
2008. 2. 3. 07:46ㆍ일기
<이해하기 힘든 아이>
2008.02.02 토요일
학교는 개학을 맞아 활기가 넘친다. 방학 때는 입을 굳게 다문 얼음 궁전처럼 차갑기만 했던 학교가, 교실마다 보일러 가동하는 소리와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로 추위를 몰아냈다.
4교시 수학 시간을 앞두고 교실 안은 여전히 아이들 잡담 소리로 떠들썩하였다. 나는 3교시 수 맞추기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시간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딸랑딸랑 눈을 예쁘게 뜨고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갑자기 교실 문이 끼익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래도 아이들은 잡담을 멈추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누군가 선생님께 나아가 무언가를 이르듯이 말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말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도 일제히 잡담을 뚝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 반 호봉이가 3학년 2반 신발장 벽에 붙어 있는 방학 과제물 중, 봉미선 이라는 애가 만든 장갑을, 말도 없이 떼어 가져가다가, 실수로 찢어졌다는 것이다. 호봉이는 왕건이가 시켜서 그랬다고 하는데, 왕건이는 호봉이한테 시킨 적 없고 흥수한테 시켰다고 하고 선생님께서는 "그게 그거지 뭐냐?" 하며 화를 내시고, 호봉이는 "아이씨~" 하며 고개를 흔들고 발을 팍 구르며 짜증을 부렸다.
여기에 증인들까지 출두가 되면서 좀 복잡해졌는데,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뜻 듣기에 미선이가 왕건이에게 깝쳤다고 하던데, 깝쳤다니 무슨 말인가? 말뜻을 모르겠다. 그리고 호봉이는 왜 왕건이 대신 미선이 장갑을 떼어 오다가 찢어트리는가? 그 무슨 무모한 우정이란 말인가?
선생님께서는 무표정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호봉이와 왕건이를 혼내셨다. "너희들은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하시며 꾸짖으니까, 호봉이가 "경찰이요." 해서 여기저기 피식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남에 물건을 말도 없이 떼어오는 게 도둑이지, 경찰이냐?" 하시며 깊이 한숨을 쉬셨다.
선생님은 타이르고 호봉이는 칭얼대며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수업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버렸고, 아이들은 이 틈을 타 소리를 낮추어, 거세게 흐르는 물 밑의 자갈들처럼 툭탁툭탁 떠들었고, 나는 이 시간이 괴롭고 답답하였다. 그래서 목폴라를 머리끝까지 길게 잡아당겨 뒤집어쓰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장님이 된 듯 어둠 속에 있었다.
2008.02.02 토요일
학교는 개학을 맞아 활기가 넘친다. 방학 때는 입을 굳게 다문 얼음 궁전처럼 차갑기만 했던 학교가, 교실마다 보일러 가동하는 소리와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로 추위를 몰아냈다.
4교시 수학 시간을 앞두고 교실 안은 여전히 아이들 잡담 소리로 떠들썩하였다. 나는 3교시 수 맞추기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시간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딸랑딸랑 눈을 예쁘게 뜨고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갑자기 교실 문이 끼익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래도 아이들은 잡담을 멈추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누군가 선생님께 나아가 무언가를 이르듯이 말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말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도 일제히 잡담을 뚝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 반 호봉이가 3학년 2반 신발장 벽에 붙어 있는 방학 과제물 중, 봉미선 이라는 애가 만든 장갑을, 말도 없이 떼어 가져가다가, 실수로 찢어졌다는 것이다. 호봉이는 왕건이가 시켜서 그랬다고 하는데, 왕건이는 호봉이한테 시킨 적 없고 흥수한테 시켰다고 하고 선생님께서는 "그게 그거지 뭐냐?" 하며 화를 내시고, 호봉이는 "아이씨~" 하며 고개를 흔들고 발을 팍 구르며 짜증을 부렸다.
여기에 증인들까지 출두가 되면서 좀 복잡해졌는데,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뜻 듣기에 미선이가 왕건이에게 깝쳤다고 하던데, 깝쳤다니 무슨 말인가? 말뜻을 모르겠다. 그리고 호봉이는 왜 왕건이 대신 미선이 장갑을 떼어 오다가 찢어트리는가? 그 무슨 무모한 우정이란 말인가?
선생님께서는 무표정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호봉이와 왕건이를 혼내셨다. "너희들은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하시며 꾸짖으니까, 호봉이가 "경찰이요." 해서 여기저기 피식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남에 물건을 말도 없이 떼어오는 게 도둑이지, 경찰이냐?" 하시며 깊이 한숨을 쉬셨다.
선생님은 타이르고 호봉이는 칭얼대며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수업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버렸고, 아이들은 이 틈을 타 소리를 낮추어, 거세게 흐르는 물 밑의 자갈들처럼 툭탁툭탁 떠들었고, 나는 이 시간이 괴롭고 답답하였다. 그래서 목폴라를 머리끝까지 길게 잡아당겨 뒤집어쓰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장님이 된 듯 어둠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