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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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2009.10.03 토요일 나는 엄마, 아빠가 최근에 알고 친분을 갖게 되신 어떤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였다. 아빠, 엄마가 월요일 저녁마다 공부하는 학당에서 만난 할아버지인데,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었던 것이다. 그 할아버지 댁은 3단지였는데,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따뜻하고 편안한 인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를 바로 맞아주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두 분만 사시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거실 벽과 책장 유리면에, 귀여운 아기들 사진과 가족사진이 수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 "권상우입니다!"하고 인사를 드리자, 학원을 몇 개나 다니느냐고 물으셔서, 안 다닌다고 했더니, "잘했네! 오랜만에 학생다운 학생을 보는구나!" 하..
2009.10.05 -
나무 타기
2009.02.12 목요일 영우와 피아노 학원 차를 기다리는 동안, 놀이터 나무에 올라가 보았다. 그것은 굵은 나무를 원기둥 모양으로 가공해서 놀이터 안에 말뚝처럼 박아놓고, 몸통 여기저기에 도끼로 찍은 듯한 흠을 만들어, 그것을 잡거나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든 거대한 놀잇감이었다. 나무의 감촉은 매끄러운 돌 같았다. 나는 먼저 왼발을 제일 낮은 틈에 딛고, 조금 더 높은 틈에 오른발을 디뎠다. 일단 그렇게 몇 번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보았다. 그러자 요령이 붙었다. 나무 둥치를 안고 허리와, 등, 어깨 순서로, 뱀처럼 양쪽으로 번갈아 흔들며 올라가니, 발을 딛기가 더 쉬웠다. 정말로 새 알을 훔쳐 먹으려고 나무 위를 올라가는 뱀이 된 기분으로, 나는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듯이 더 심하게 몸을 흔들며 ..
2009.02.13 -
던져라, 눈 폭탄!
2009.01.17 토요일 나는 오후 늦게 영우와 집 앞 놀이터로 나갔다.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니 너무 행복해서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뽀드득 치익~ 내리막길을 미끄러지자, 놀이터 입구에 우뚝 솟은 오두막 집이 보였다. "어! 저기 경훈이다!' 나는 오두막 옆쪽에서 걸어나오는 친한 친구, 경훈이와 동생 지훈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나와 영우는 "툭 파사사~" 눈길을 제치고, 경훈이와 지훈이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우리가 달려오는 걸 알아차린 경훈이가,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지훈이에게 말했다. "쟤네들 분명히 우리한테 눈 던진다!" 경훈이 말이 딱 맞았다. 나는 경훈이에게, 영우는 지훈이에게 눈 뭉치를 던졌다. 내가 던진 눈이 경훈이 잠바에 "펑~!" 맞으며, 경훈이가 "오메~!" 하고 소..
2009.01.18 -
놀이터 묘사하기
2008.11.10 월요일 402동 앞에는 아담한 놀이터가 하나 있다. 놀이터는 동그란 원모양이고, 놀이터 안에는 커다란 수상가옥 모양의 놀이 시설이 우뚝 서 있다. 놀이터 안을 꽉 메우는 이 놀이 시설은, 정글에 지은 집처럼 나무 기둥과 나무판자를 덧대어서 아주 재밌게 만들었다. 놀이시설 왼쪽에는 암벽 등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굵은 나무판을 비스듬히 기울여 세워놓았고, 그걸 지지대로 하여 굵고 튼튼한 나무 기둥 대여섯 개가 하늘을 찌를 듯이 위로 쭉쭉 뻗어 있다. 오른쪽에도 커다란 집 모양의 놀이 시설이 있는데, 왼쪽의 나무 기둥과 밧줄로 구름다리처럼 이어져 있다. 여기에도 역시 암벽 등반 놀이를 할 수 있는 굵은 나무판이 더 경사가 가파르고 높게 세워져 있다. 밑에서 보면 높은 골짜기 같다. 그리고..
2008.11.11 -
친구에게 낚이다!
2008.06.19 목요일 학교 끝나고 성환이와 수영이와 김훈이와 나랑 영우랑, 4단지 놀이터에서 온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뛰어놀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성환이와 수영이가 "우리 학원 때문에 집에 가야겠다!"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막 놀이가 물이 올라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애들이 간다고 하니까, 섭섭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성환이와 수영이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음에 또 놀자!" 하며 놀이터 바깥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훈이까지 "난 시간은 있지만 나도 가야겠어!" 하며 아이들 뒤를 따라 '쌩'하고 가버렸다. 나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이 탁 풀려 울상이 되어서, 영우랑 힘없이 미끄럼틀 타기만 반복하였다.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김훈이가 다시 놀이터 입구에 뽀르르 나타났다. 나는 반갑..
2008.06.21 -
봄에 핀 첫 꽃
2008.03.28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잠깐 햇빛이 비추자, 아까워서 공원 놀이터에 들러 모래성을 쌓고 놀았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자 놀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가고, 나도 집을 향해 달려갔다. 하늘에서는 작은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물벼락이 쏟아질 것처럼 어두침침해졌다. 나는 비에 홀딱 젖은 생쥐 꼴이 될까 봐 불안해져서 도망치듯 달렸다. 그러다가 바로 내 키보다 조금 큰 나무 옆을 지날 때, 뭔가 이상해서 잠시 멈칫하였다. 그 나무에는 가지 끝마다 노란 것들이 뾰족뾰족 달렸다. 난 그것이 처음엔 꽃봉오린 줄 알았다. 하지만, 꽃봉오리보다는 더 화사해 보였다. 가만 보니 그것은 꽃이었다. 바로 올봄에 우리 공원에서 처음 핀 꽃! 다른 나무들..
2008.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