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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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야! 용기를 잃지 마!
2010.06.10 목요일 나는 오늘 엄마가 전화로 말해주기 전까지는, 나로호가 발사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밖에서 놀던 중, 엄마에게 휴대전화가 왔다. "10분 뒤에 TV에서 나로호가 발사한다는데 보지 않을래?" 사실 나는 나로호, 처음 발사할 때부터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도, 이번 재발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복잡한 감정이 엉켜버린 국수처럼 밀려왔다. 결국, 발사 4분 전 집에 부랴부랴 자전거를 끌고 헉헉거리면서 들어왔다. 엄마는 나로호 발사가 생중계되는 TV를 켜놓고, 작은 식탁을 펴서 냉면을 차려놓고 계셨다. 냉면을 먹는 동안, 4분이라는 시간은 참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발사 전, 30초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자, 나는 입안에 ..
2010.06.11 -
엄마보다 커버린 나
2010.06.08 화요일 학교 갔다 와서 샤워한 뒤, 옷을 입고 드라이를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키를 재보자고 내 옆에 서보셨다. 화장대 거울에, 나와 내 옆에선 엄마의 모습이 나란히 비추어졌다.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나와 엄마의 키가 비슷비슷했었다. 때로는 엄마가 키높이 신발을 신으셔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거울로 보니 어느새 내 키가 엄마보다 훌쩍 더 커 있었다. 5학년 때만 해도 엄마보다 작았던 나는, 이런 날이 올 줄 상상하지 못하였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네 살인가, 다섯 살인가? 할인마트에서 엄마를 잃어버려, 미아보호소에서 방송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엄마가 달려오셨다. 그때 고개 숙여 나를 안아주던 엄마는 정말로 커 보였다. 그래서 언제나 엄마..
2010.06.09 -
할머니와 동물원에 간 날 - 2탄
2010.05.02 일요일 이제 동물원에는 마지막 하루해가 뜨겁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주홍빛으로 빛나는 해를 머리 위에 짊어지고, 우리는 이번 동물원에 클라이막스! 맹수들을 보러 갔다. 갈색 곰은 꼭 '시턴 동물기'에 나온 곰을 연상시키고, 엄청난 덩치이지만 꼭 덩치만큼이나 마음은 따뜻할 것 같았다. 온몸에 촉촉하게 젖은 땀이 햇빛에 빛나니, 꼭 야생의 곰을 보는 것처럼 신비하고 마음을 잡아끌었다.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사각 철창에 표범, 치타, 재규어 같은 조금 작은 맹수들을 지나치다, 어느 순간 철창이 없어지고 큰 산같이 올록볼록한 지형이, 인도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유롭게 앉아서 낮잠을 즐기고, 어깨를 웅크리고 사나운 눈빛으로 번뜩이는 호랑이들이 보였다! 호랑이는 특이하게..
2010.05.06 -
빗나간 시험 결과
2010.04.29 목요일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번쩍! 하고 든 생각은 '시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였다. 학교 가는 길에도 기대, 혹시나 모를 걱정, 성취감에 애드벌룬 같이 부풀어서, 둥실둥실 붕 뜬 기분으로 걸었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아서 휘파람 소리를 유후후, 유후후~ 흉내 내며, 다리를 높이 들고 걸었다. 일 년에 네 번, 언제나 시험 다음 날의 긴장감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존재한다. 사실 그 시간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한 아이에게는 기대를, 시험 준비를 안 한 아이에게는 지옥 같은 기다림의 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제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초등학교 6학년의 시험에서, 올백을 받아보고 싶다는 야망이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 나름대로 준..
2010.05.01 -
장래 희망
2009.11.09 월요일 우리 반은 지난주,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에 이란 시를 공부했다. 이 시의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가 문 짜는 공장 직공인 주인공은, 사회시간에 장래 희망을 발표한다. 나도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아 문 짜는 기술자가 희망이라고. 그러자 반 아이들이 그게 무슨 희망이냐고 모두 비웃는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앞뒤 생각 없이 대통령,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 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나은 꿈이라며 칭찬하시고, 주인공은 그제야 어깨를 편다는 내용의 시다. 그리고 숙제로 똑같은 제목의 시를 써서 오늘 발표하기로 했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90쪽 펴기 전에 지난번에 했던 숙제 89쪽 펴보세요! 자아~ 9번!" 하셨다. 마침 내가 딱 걸렸다. 나는 내가 공들여 쓴 장래 희망이란 시를 더듬더듬 ..
2009.11.10 -
이웃 할아버지와 강아지똥
2009.10.16 금요일 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댁 인터폰을 눌렀다. "똥동 두루두루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구세요?" 하는 할머니 목소리가 달착지근하게 들려왔다. "할머니, 저 상우인데 기억하시나요?", "어! 그래, 그래~" "네~ 할아버지께서 제 블로그에 댓글로 무슨 책을 주신다고 하셔서 받으러..." 하는데, 그때 인터폰 너머로 따뜻한 할아버지 목소리가 뭉글뭉글 들리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고 할아버지 댁으로 올라가니, "어어~ 들어와!" 하시며 할머니께서 반갑게 문을 여셨다. 할머니가 "할아버진 저기 계시단다!"하며 서재를 가리키시자, 막 할아버지는 강아지똥 책을 들고 마루로 나오고 계시는 중이었다. "안녕? 상우야! 앉거라! 밥은 먹었니?", "네, 먹고 왔어요.", "집에 엄마..
2009.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