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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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줄다리기
2010.05.13 목요일 6교시 합체 시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교실 뒤에 줄을 서서, 운동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오늘은 줄다리기를 할 거예요!"라고 예고해 주셨다. 그러자 순식간에 아이들 입에서는 "아~"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분위기가 부풀어지다가 가라앉아버려 김이 빠진 빵처럼! 우리 반은 언제나 줄다리기를 하면, 5등 아니면 꼴찌를 하였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나가서 6학년 4반과 대결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여전히 김빠진 사이다처럼 시큰둥하였다. 경훈이는 벌써부터 "졌어, 졌네~" 하였다. 우리 반과 4반의 차례가 되었다. 여기서 이기면 준결승에 나갈 수 있다. 나는 키가 큰 아이들과 앞에 있어선지, 긴장되기는 마찬가지고! 징소리가 "댕엥~" 울리고 일제히 모든..
2010.05.16 -
쉬는 시간의 풍경
2009.12.01 화요일 2교시에 있을 한자 인증 시험을 앞두고, 우리 반은 여느 때와 같이 쉬는 시간을 맞았다. 기말고사가 끝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한자 공부하는 아이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아니면 나만 빼고 모두 시험 준비를 마쳐서 자신에 넘쳐 있거나! 나는 문제지에 나온 한자 위에 손가락을 대어 덧써보다가, 아이들이 너무 자유롭고 신나게 노는 걸 보고, 나만 이러고 있는 게 잘못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의자를 앞으로 밀어 넣고 교실 뒤로 걸어나간다. 원래 미술실이었던 우리 교실 뒷부분은 다른 반 교실보다 엄청 넓다. 그중 제일 오른쪽 구석 바닥에 처박히듯 털썩 주저앉는다. 나는 옷 뒤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벽에 기댄 자세로 느긋하게 앉아서 아이들이 노는..
2009.12.02 -
신종플루 백신을 맞아요!
2009.11.25 수요일 오늘은 우리 학교 전체가 신종플루 백신 주사를 맞는 날이다. 보건소에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나오셔서, 강당에서 직접 백신을 놔주셨다. 강당 안은 톡 쏘는 알코올 소독약 냄새가 솔솔 흘렀다. 강당 안 제일 오른쪽은 주사 맞기 전에 상담하는 줄, 중간은 주사 맞는 줄, 왼쪽은 주사 맞고 나서 변화가 있나 20분 동안 관찰하는 줄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먼저 예진표를 보고 "축농증 있다고 하던데 괜찮니?"하고 물으셨다. 나는 대답을 하려는데, 갑자기 기침이 켈륵켈륵 나왔다. "음~ 기침은 좀 하고 다른 증상은 없어?", "네, 토도 가끔 나와요." 그러자 "백신 맞는 데는 이상 없겠구나, 그럼 가서 백신 맞으렴! 다음!" 하셨다. 나는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 사실에 안심..
2009.11.28 -
다시 듣는 수업
2009.09.05 토요일 어제 기침을 많이 해서 수업에 빠졌기 때문에, 오늘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 시작하기 바로 전, 나는 빨리 수업이 듣고 싶어 온몸이 떨렸다. 그동안 학교는 신종플루라는 녀석 때문에, 개학을 하고도 본격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번 주만 잘 넘기면, 아마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희망하면서 읽기 책을 쓰다듬었다. 내 주위엔 나처럼 수업에 목이 말라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리는 애들도 보였지만, 수업이 그리 기다려지지 않는지 엎드려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틱톡~ 두드리고, 피곤한 듯 축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수업준비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 모두 읽기 책을 펴세요!"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오늘 첫 수업..
2009.09.08 -
체온 재는 등교길
2009.09.02 수요일 이른 아침, 학교 길을 나서기 전 들뜬 마음으로 밥을 먹는데, 안내방송 스피커에서 즈지지직, 삥댕도동~ 소리가 나더니, 스피커를 타고 굵고 힘있는 아저씨 목소리가 울렸다. "관리 사무실에서 삼숭초등학교를 대신하여 알려 드립니다! 오늘 9월 2일부터 다시 등교를 합니다! 8시 이전에는 등교를 삼가해 주십시요! 8시부터 선생님 15명이 나와, 등교길 교문 앞에서 체온검사를 실시합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나는 학생은 귀가 처리하도록 하겠으며, 출석으로 처리됩니다. 학교에서는 개인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합시다!" 나는 아주 기뻤다. 처음 방송이 나올 때는, 휴교 기간이 더 늘어났다는 끔찍한 소식이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
2009.09.04 -
달리기의 여왕
2009.06.24 수요일 1교시 체육 시간, 우리 반은 여느 때처럼 운동장에서 단계별로 기초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요즘 한창 기말고사 준비를 하느라 피곤한 탓인지, 모두 찌뿌드드한 표정으로 기초운동을 해나갔다. 게다가 날씨는 어떤가? 습기 한 점, 구름 한 점 없고, 따가운 햇볕에 닿는 부분은 살이 타들어가 까맣게 재가 되는 것 같았다. 특히 철봉을 만질 땐 불로 달군 쇠를 잡는 것 같이 코끝이 일그러졌다. 그러자 체육 선생님께서는 시들시들 시금치처럼 늘어진 우리를 모이게 해서, 남자, 여자 나란히 줄을 세워 운동장 중간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고는 앞줄에 선 아이들이 "이어달리기를 해요~"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나는 곧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제발 안돼! 얘들아, 이어달리기만은~ 너희들 나 ..
2009.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