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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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숲 - 꿈속에서 벌어진 일
2008.12.14 일요일 지난 토요일, 우리 가족은 시내로 외출하였다. 교통체증으로 꼼짝도 하지 않는 차 안에서 나는 깜박 잠이 들었고, 그 사이에 꿈을 꾸었는데 신기하고 재밌어서 여기 글로 옮겨 본다. 여기서 잠이 깨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왠지 내가 쓰고 싶은 동화의 시작이 될 것 같은...!
2008.12.15 -
안개를 헤치며
2008.10.09 목요일 오늘 아침은 안개 때문에 숨이 막혔다. 아파트 입구를 벗어나 곧게 뻗은 통학 길을 따라 걷는데, 차가 다니는 길을 끼고 오른쪽에 마주한 아파트 3,4단지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답답했다. 안개 괴물이 세상을 집어삼킨 건 아닐까? 자세히 보니 아파트 아랫부분은 조금 보였지만, 안개가 많이 낀 아파트 위쪽은, 뿌연 구름이 걸려 버린 것처럼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본 하늘성 (제9의 사도 바칼이, 하늘 세상을 지배하려고, 바다 마을에서 계단을 이어서 하늘까지 쌓아올린 탑) 같았다. 사방을 둘러싼 안개속에서 학교 가는 아이들의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와~ 안개 정말 짙다! 이거 천재지변 아니야?" 바로 코앞에 아이는 보였지만, 멀리 앞서가는..
2008.10.10 -
아침
2008.03.04 화요일 4학년의 첫 아침이다. 나는 아주 당연한 일처럼, 다른 때보다도 훨씬 일찍 일어나, 아직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밥 달라고 졸랐다. 엄마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준비하시는 동안, 나는 졸음기를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잤다 깼다를 반복하였다. 집을 나선 시간은 7시 30분, 날은 흐리고 우중충했다. 게다가 공원 입구는 시커먼 구름과 안개가 깔려있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거대한 용이 엎드려 있는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 났다. 어제는 입었던 겨울 잠바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그래서 오늘 얇은 잠바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이번엔 뼈가 으들들거릴 정도로 춥기만 했다. 나는 이게 학교 가는 길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공원 길엔 학교 ..
2008.03.05 -
기말 고사를 마치고
2007.12.05 수요일 드디어 기말 고사가 끝났다.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3학년의 마지막 기말 고사를 후회 없이 보고 싶어서 일기까지 미뤄가며 열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기말 고사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건 사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엄마한테 혼나고 걱정까지 들어가며 몰아붙인 벼락치기 공부였다. 내가 왜 그랬을까? 만약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3학년 1년이 허무하게 가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나를 벼락공부로 몰아간 것 같다. 과정은 끔찍했지만 시험날인 오늘만큼은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자신만만했다. 자신에 넘치다 못해 심장이 바람을 꽉 채운 자동차 바퀴처럼 팽팽해져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나는 가방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2007.12.06 -
2007.10.24 기다림
2007.10.24 수요일 학교에서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급식도 먹지 않은 채, 조퇴를 했다. 날씨는 화창했고 돌아오는 길은 견딜만했으나 문제는 집에 다 와서부터였다. 벨을 누르고 "상우예요, 상우예요!" 하며 몇 번씩 문을 땅땅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내가 누른 벨 소리가 집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뿐이었다. 나는 아무도 없음을 알고 어떻게 할 줄 몰라 한 동안 서있었다.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층간 계단으로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띵' 하고 날 때마다 엄마가 아닐까 하고 살펴 보았지만, 대부분 우리 집이 있는 5층에서 서지 않고 다른 층에서 멈추었다. 나는 기다리다 못해 1층으로 내려가서 돌덩이처럼 무거운 가방과 잠바를 벗어..
2007.10.25 -
2007.06.04 지각
2007.06.04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더니 엄마가 졸린 목소리로 "아우, 상우야, 지각이다." 하셨다. 나는 너무 졸려서 그 소리가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뭐어?" 하며 시계를 보았더니, 8시 30분이었다. 나는 놀라긴 하였지만 그 때까지도 잠결이었다. 다급해진 엄마가 계속 "미안해." 하시며 나보다 더 허둥대셨다. 하지만 오히려 미안한 건 나였다. 어제 밤 엄마가 밤새워 작업하시는 동안 나도 그 틈을 타 몰래 책을 읽다 잠들었기 때문이다.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서 공원 길로 접어드는 순간 미지근한 온도의 끈적끈적한 바람이 불어 잠이 완전히 달아나면서, 나는 '에잇, 완전 지각이군!' 하며 난감한 기분과 후회가 뒤섞여 학교로 갔다. 오늘따라 학교 가는 길이 왜 이리 무거운지 마치 내가 피고가 되어..
2007.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