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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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1 새로 시작
2007.05.31 목요일 아침 자습 시간에 한자를 쓰고 있을 때, 갑자기 박영은 선생님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하며 들어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오른쪽 손에 걸고 계셨던 가방을 교탁위에 '탁' 올려 놓으시고나서 컴퓨터 있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셨다. 바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우리는 모두 1교시 국어 책을 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직도 새 선생님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하고 산만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엄격한 눈초리로 우리들의 흐트러진 태도를 지적하셨다. 나는 왠지 선생님이 무서운 분 같아 바짝 긴장이 되었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 목소리는 맑고 쩌렁쩌렁하였다. 그런데 무언가 아직은 어색하고 서먹했던 우리 반 수업 분위기가 4교시 사회 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좀 더 활..
2007.05.31 -
2007.03.28 억울한 기분
2007.03.28 수요일 영어 특강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황사로 날이 어둡고 꿉꿉하더니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면서 쏟아진 비였다. 그러나 나는 여유있는 마음으로 '음, 이럴줄 알고 우산을 준비해 왔지!' 하면서 신발 주머니를 뒤졌는데 거짓말처럼 아침에 넣어 온 우산이 없어진 것이었다. 나는 너무 황당해서 어쩔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빗속으로 몸을 던졌다. 신발 주머니를 머리에 이고 뛰는데 비가 더 거세졌고, 비를 너무 많이 맞아 온 몸이 다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다. 급한 김에 가까운 청소년 수련관에 들러 비를 피해 볼까 생각도 하였지만 문득 선생님께서 청소년 수련관에 불량스러운 형아들이 있으니 혼자서 가지 말라고 알림장에 써 주셨던 기억..
2007.03.28 -
2007.01.02 새 단장한 피아노 학원
2007.01.02 화요일 나는 피아노 학원이 어떻게 변했을까 벅찬 마음으로 피아노 학원에 가고 있었다. 피아노 학원이 1주일 동안 공사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피아노 학원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페인트 냄새를 맡자 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갈색으로 새롭게 칠한 문이 나를 반겨 주었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도 부분 부분 갈색으로 칠해져 더 활동적인 느낌이 났다. 가구도 위치가 바뀌었고 원장실도 바뀌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끄는 것이 있었다. 학원 구석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로 종 모양에 전등불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어 마치 학원을 상징하는 대장 피아노 같아서 감탄을 했다. 내가 정신을 놓고 앞에 서 있기만 하니까 선생님이 "상우야, 서 있지만 말고 와서 가방 가져가서 피아노 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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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9 작별
2006.06.09 금요일 2교시 때 선생님께서 "제성이가 오늘 수업만 마치고 어머니가 데리러 오시면 이사를 가요. 마지막이니까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라고 하셨다. 나는 순간 깜짝 놀라서 제성이를 바라 보았다. 제성이는 다른 때와 똑같이 웃으면서 앉아 있었다. 왠지 마음이 슬펐다. 나랑 제성이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 적은 없지만 그 애는 세상 일이 어떻든 웃고만 있는 친구였다. 그리고 놀기도 좋아해서 운동을 할 때는 꼭 그 모습이 꼭 축구를 좋아하는 거북이 같았다. 수업을 마치고 제성이는 떠나갔다. 나는 혹시 제성이가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성이 가방이 걸려 있던 자리를 쳐다 보았다. 그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랑 같은 배를 탔던 친구가 다른 배를 탔구나 친구여! 그 배에서도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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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1 실수
2006.04.21 금요일 우리는 오늘 학교에서 어린이 박물관에 현장 학습을 갔다. 어제까지는 날이 축축하고 흐렸는데 오늘은 박물관 가는 날이라고 하늘이 번쩍 눈을 뜨면서 미칠듯이 쨍쨍쨍 햇볕을 보내 주었다. 고구려 영상관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고구려 영상을 신나게 보고 일어나 걸어 나가는데 어떤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누나가 "아유, 귀엽다. 이 과자 먹을래?" 했다. "아니오" 나는 이렇게 딱 잘라서 거절했다. 그런데 나오면서 무엇인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가방을 놓고 왔던 것이다. 나는 재빨리 영상관에 들어가서 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십년 감수 했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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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1 학교 오시는 선생님
2006.04.01 토요일 내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2학년 2반 아이들 중에서 몇 명이 창문 밖을 뚫어지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가방을 풀어 놓고 창문 밖을 같이 내려다 보았다. 몇 분 뒤 후문으로 선생님이 걸어오고 계셨다. 아이들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신이나서 엉덩이를 흔들며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께서는 위를 올려다 보시며 후문으로 들어 오셨다. 우리 반 친구가 "선생님 오신다!" 하니까 모두 후다닥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200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