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04 지각

2007. 6. 4. 00:00일기

<지각>
2007.06.04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더니 엄마가 졸린 목소리로 "아우, 상우야, 지각이다." 하셨다. 나는 너무 졸려서 그 소리가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뭐어?" 하며 시계를 보았더니, 8시 30분이었다. 나는 놀라긴 하였지만 그 때까지도 잠결이었다.

다급해진 엄마가 계속 "미안해." 하시며 나보다 더 허둥대셨다. 하지만 오히려 미안한 건 나였다. 어제 밤 엄마가 밤새워 작업하시는 동안 나도 그 틈을 타 몰래 책을 읽다 잠들었기 때문이다.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서 공원 길로 접어드는 순간 미지근한 온도의 끈적끈적한 바람이 불어 잠이 완전히 달아나면서, 나는 '에잇, 완전 지각이군!' 하며 난감한 기분과 후회가 뒤섞여 학교로 갔다.

오늘따라 학교 가는 길이 왜 이리 무거운지 마치 내가 피고가 되어 재판을 받으러 법원으로 가는 길 같았고, 공원의 나무들도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교문을 통과해 텅 빈 복도를 지나 교실 뒷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나는 숨이 막혀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그러나 꾹 참고 용기를 내어 교실로 들어갔더니 예상 밖으로 선생님께서는 크게 화를 내지 않으시고 그냥 교실 복도쪽 벽에 평상시와 다름없이 서 있게 하셨다. 휴우! 지옥에서 건져진 기분이었다.

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