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9. 23:29ㆍ영화
<귀향>
2016.02.24 수요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독서 기록장에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에 묶여서 감상해야 한다면, 나는 거부감이 먼저 든다.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은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묶는,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하고 깊은 무언가가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피해자가 있다. 20만 명이나... 일제시대에 강제로 끌려가 처참하게 인생을 빼앗긴 어린 소녀, 여성들의 수가 20만 명, 그중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238명, 현재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수는 44명이다.
생존해계신 할머니들은 아직 제대로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다. 전쟁을 빌미로 소중한 몸을 파괴하고 여성의 인생을 망가트린 최악의 범죄자들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거라고는, 범죄자들과 결탁한 정부의 일방적 합의 통보뿐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철저히 배제한 협상이 어딨는가? 그런 사실을 안다면, 인간이라면, 그 일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들 거로 본다. 안타까움, 슬픔, 분노, 책임감, 모든 감정이 얽혀서 영화관 가는 길이 장례식장 가는 길 같았다. 충격적이다. 사람은 직접 보는 것에 유독 약하다고 했던가? 그토록 많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었던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영화가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영화로 직접 재현해 그 참상의 불구덩이에 나를 떨어트려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아니기에 실제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었던 훨씬 잔인한 행위의 100분지 1도 다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눈을 뜨고 있기 힘들었다. 몇몇 장면들에서는 질끈 눈을 감고, 속으로 찔끔찔끔 울면서 제발 저 장면이 빨리 지나가기를 원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본군들은, '저 사람은 그저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다.'라고 몇 번이나 속으로 뇌까려야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여자들에게 역겹게 굴었다.
힘들었다. 영화를 보는 일이 힘들 줄은 정말 몰랐는데, 슬픔과 화를 못 이겨 나를 내동댕이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앞좌석을 발로 쾅쾅 치며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했다. 저 화면에서 나오는 일이 상상이 아니라 전부 사실이라는 것이 가슴에 대못을 박고 한이 되었다.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도 대못 박힌 한숨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 세상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과 고민하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일, 그리고 우리나라가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도록 하는 일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