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팬더 - 머리엔 국수 그릇을 쓰고 앞치마를 두른 영웅
2008. 6. 25. 16:30ㆍ영화
<쿵푸 팬더 - 머리엔 국수 그릇을 쓰고 앞치마를 두른 영웅>
2008.06.22 일요일
나는 영화 쿵푸 팬더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처음 보는 중국 무술 쿵푸와, 팬더와 동물들의 이야기가 신기하고 묘했기 때문이다.
쿵푸를 좋아하는 팬더 포는, 국수집 아들인데 그에 아버지는 거위다. 그리고 우습게도 우리 가문의 혈관에는 육수가 흐른다는 자부심으로, 최고의 국수 만드는 비법을 포에게 전수하려 하지만, 포는 별로 관심이 없다. 포가 관심이 있는 건 오로지 쿵푸다. 포는 자기 인생에 전부인 것처럼 쿵푸에 열광하였다.
어느 날 쿵푸 마스터들이 사는 궁전에서 용의 전사를 뽑는다는 광고 전단이 날아 왔을 때, 자기 식당에서 밥을 먹는 손님들에게 "여러분! 드디어 용의 전사를 뽑는데요! 갑시다!"하고, 손님들을 모두 끌고 가게를 나가 버렸다. 그리고는 뚱뚱한 몸 때문에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혼자서만 용의 전사 대회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내내 얼굴이 빨개졌다. 그건 포가 나랑 닮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하나만 빼고 다 똑같다. 나처럼 항상 실수투성이고, 얼렁뚱땅하고, 속 편해 보이고, 화가 나면 많이 먹고, 물렁해보이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달려든다는 점, 모든 게 나랑 흡사했다. 포가 팬더라서 뱃살이 훨씬 더 두둑하다는 것 빼고!
그렇게 기다렸던 용의 전사 뽑는 걸 보고 싶어서, 궁전 안으로 들어가려고 별수를 다 쓰다가, 대회장 중간에 떨어져, 얼떨결에 늙은 거북이 대사부에게 용의 전사로 지목된 포! 그러나 용의 전사로 임명된 포에게는, 용의 전사를 노리고 감옥에서 탈출한 무시무시한 천하무적 타이렁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시푸 사부와 그동안 용의 전사 자리를 놓고, 엄청난 훈련을 해왔던 무적 5인방은 어이가 없어하는데, 포는 태평하다. 물론 자기가 용의 전사란 걸 믿지도 않을뿐더러 5인방의 멸시와 따돌림에도 꿋꿋하게 웃음으로 대한다. 그럴수록 사부와 5인방의 속은 터지지만...
나는 포의 모습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까지 하였다.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에 비둔한 몸으로 거대한 임무를 맡은 채 남은 꼴이 걱정스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거북이 대사부만은 포를 용의 전사감이라고 믿어 준다. 이유는 그냥 믿으면 된다는 것이다. 포가 궁전 뜰 복숭아나무에 달린 복숭아를 몰래 와구와구 따먹고 있을 때에도, 거북이 대사부는 그곳은 지혜의 복숭아나무라며 그 밑에서 포야 지혜를 얻기 위해 고뇌를 하고 있구나! 하며 대견해 한다. 그래서 나는 거북이 대사부가 궁전 천정에 매달아 둔 용문서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 용문서는 용의 전사가 된 쿵푸 용사만이 펼쳐볼 수 있는 문서이고, 어마어마한 비법이 쓰여있을 거로 생각하고, 타이렁은 용문서를 차지하려 어수룩한 포와 일대 혈전을 펼친다.
포가 엉뚱하게 싸우고, 말도 안되게 타이렁을 이겨내고 마을의 평화를 찾는 걸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포는 아주 평범한 팬더였는데 거북이 대사부가 믿어주었고, 시푸 사부가 무술을 가르쳐주고, 자기 자신이 자꾸 갈대같이 다시 일어났기 때문에 영웅이 되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게 아니라, 머리엔 국수 그릇을 쓰고 앞치마를 두른 영웅이! 그리고 영웅이 되기 위한 비법은 없다는 게 이 영화의 결론인 것 같았다.
최고의 국수를 만드는데도 비법은 없으며, 영웅이 되는 것에도 비법은 없고, 그냥 특별하다고 믿으면 되는 것! 나는 그게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쿵푸란 무술이 어떤 동작을 쓰는 무술인지 잘 떠오르질 않았다. 영화 기술이 너무 빠르고 화려해서 그랬을까?
이 영화의 압권은 처음 부분, 타이렁이 감옥에서 탈출할 때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새가 떨어트린 깃털 하나로 자물쇠를 열고, 수천 명의 간수가 지키는 지옥 같은 감옥에서, 화살도 뚫고, 바위도 타오르고, 감옥 전체를 간수들과 함께 날려버리는 타이렁의 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이 장면을 보면서 타이렁이 포악한 놈이지만, 탈출할 만해! 하고 나는 타이렁을 응원했다. 그런데 타이렁이 저렇게 된 이유가, 거북이 대사부에게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조금 씁쓸했다.
2008.06.22 일요일
나는 영화 쿵푸 팬더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처음 보는 중국 무술 쿵푸와, 팬더와 동물들의 이야기가 신기하고 묘했기 때문이다.
쿵푸를 좋아하는 팬더 포는, 국수집 아들인데 그에 아버지는 거위다. 그리고 우습게도 우리 가문의 혈관에는 육수가 흐른다는 자부심으로, 최고의 국수 만드는 비법을 포에게 전수하려 하지만, 포는 별로 관심이 없다. 포가 관심이 있는 건 오로지 쿵푸다. 포는 자기 인생에 전부인 것처럼 쿵푸에 열광하였다.
어느 날 쿵푸 마스터들이 사는 궁전에서 용의 전사를 뽑는다는 광고 전단이 날아 왔을 때, 자기 식당에서 밥을 먹는 손님들에게 "여러분! 드디어 용의 전사를 뽑는데요! 갑시다!"하고, 손님들을 모두 끌고 가게를 나가 버렸다. 그리고는 뚱뚱한 몸 때문에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혼자서만 용의 전사 대회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내내 얼굴이 빨개졌다. 그건 포가 나랑 닮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하나만 빼고 다 똑같다. 나처럼 항상 실수투성이고, 얼렁뚱땅하고, 속 편해 보이고, 화가 나면 많이 먹고, 물렁해보이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달려든다는 점, 모든 게 나랑 흡사했다. 포가 팬더라서 뱃살이 훨씬 더 두둑하다는 것 빼고!
그렇게 기다렸던 용의 전사 뽑는 걸 보고 싶어서, 궁전 안으로 들어가려고 별수를 다 쓰다가, 대회장 중간에 떨어져, 얼떨결에 늙은 거북이 대사부에게 용의 전사로 지목된 포! 그러나 용의 전사로 임명된 포에게는, 용의 전사를 노리고 감옥에서 탈출한 무시무시한 천하무적 타이렁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시푸 사부와 그동안 용의 전사 자리를 놓고, 엄청난 훈련을 해왔던 무적 5인방은 어이가 없어하는데, 포는 태평하다. 물론 자기가 용의 전사란 걸 믿지도 않을뿐더러 5인방의 멸시와 따돌림에도 꿋꿋하게 웃음으로 대한다. 그럴수록 사부와 5인방의 속은 터지지만...
나는 포의 모습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까지 하였다.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에 비둔한 몸으로 거대한 임무를 맡은 채 남은 꼴이 걱정스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거북이 대사부만은 포를 용의 전사감이라고 믿어 준다. 이유는 그냥 믿으면 된다는 것이다. 포가 궁전 뜰 복숭아나무에 달린 복숭아를 몰래 와구와구 따먹고 있을 때에도, 거북이 대사부는 그곳은 지혜의 복숭아나무라며 그 밑에서 포야 지혜를 얻기 위해 고뇌를 하고 있구나! 하며 대견해 한다. 그래서 나는 거북이 대사부가 궁전 천정에 매달아 둔 용문서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 용문서는 용의 전사가 된 쿵푸 용사만이 펼쳐볼 수 있는 문서이고, 어마어마한 비법이 쓰여있을 거로 생각하고, 타이렁은 용문서를 차지하려 어수룩한 포와 일대 혈전을 펼친다.
포가 엉뚱하게 싸우고, 말도 안되게 타이렁을 이겨내고 마을의 평화를 찾는 걸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포는 아주 평범한 팬더였는데 거북이 대사부가 믿어주었고, 시푸 사부가 무술을 가르쳐주고, 자기 자신이 자꾸 갈대같이 다시 일어났기 때문에 영웅이 되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게 아니라, 머리엔 국수 그릇을 쓰고 앞치마를 두른 영웅이! 그리고 영웅이 되기 위한 비법은 없다는 게 이 영화의 결론인 것 같았다.
최고의 국수를 만드는데도 비법은 없으며, 영웅이 되는 것에도 비법은 없고, 그냥 특별하다고 믿으면 되는 것! 나는 그게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쿵푸란 무술이 어떤 동작을 쓰는 무술인지 잘 떠오르질 않았다. 영화 기술이 너무 빠르고 화려해서 그랬을까?
이 영화의 압권은 처음 부분, 타이렁이 감옥에서 탈출할 때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새가 떨어트린 깃털 하나로 자물쇠를 열고, 수천 명의 간수가 지키는 지옥 같은 감옥에서, 화살도 뚫고, 바위도 타오르고, 감옥 전체를 간수들과 함께 날려버리는 타이렁의 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이 장면을 보면서 타이렁이 포악한 놈이지만, 탈출할 만해! 하고 나는 타이렁을 응원했다. 그런데 타이렁이 저렇게 된 이유가, 거북이 대사부에게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조금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