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떠나는 어거스트 러쉬의 모험
2007. 12. 8. 23:08ㆍ영화
<음악과 함께 떠나는 어거스트 러쉬의 모험>
2007.12.07 금요일
<어거스트 러쉬>를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무슨 내용인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전에 읽었던 <꼬마 요술장이>라는 책에서 내용을 알면 기대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 첫 장면에서 어거스트 러쉬가 넓은 초록색 갈대밭에서 두 손을 펼치고 흔들면 갈대들이 따라서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걸 보고, 나는 무슨 어린이 마법사 이야기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곧 어거스트 러쉬는 마법사가 아니라 고아였고, 주위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느끼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비록 어거스트 러쉬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나도 가끔 공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바람 소리를 음악처럼 느끼고, 내가 바람과 함께 녹아 온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상에 젖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거스트 러쉬가 나와 다르게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온 세상이 아니라, 오직 부모님 품이었다는 걸 알고, 마음이 아파졌다.
어거스트 러쉬가 고아원을 탈출하여 생전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도, 소리를 음악으로 느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정말 놀랐다. 자동차가 '부우웅, 부우웅'하는 소리, 맨홀 뚜껑 아래서 지하철이 '빠앙 크다당'하고 지나가는 소리, 공원에서 비둘기 떼가 '파라락' 날아오르는 소리, 농구공을 '탁 타다닥 통통' 튕기는 소리, '츠컹 츠컹' 거리는 쇠사슬 소리, 이런 소음들을 합쳐서 도시의 행진곡처럼 느끼고 지휘하듯 손을 움직이다니! 나 같으면 도시를 거대한 괴물처럼 느끼고, 무서워서 숨을 곳을 찾았을텐데...
어거스트가 길거리에서 만난 부랑아들의 삶에 나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쓰러진 공연장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일어나 도시의 여기저기를 떠돌며 구걸을 하거나 기타를 쳐서 돈을 받았는데, 그들을 거두어 주었다는 '위자드'라고 하는 이상한 아저씨에게 다 바쳐야 했다. 그들은 부모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며 절망과 미움으로 자기 자신을 포기한 아이들처럼 보였고, 악랄한 위자드를 부모라고 여겼다. 내가 보기엔 위자드 아저씨 또한 버림받아 상처가 많은 사람 같아서 슬프게 느껴졌다.
영화가 어거스트 이야기와 부모님의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하며 이어지는 바람에 좀 어리둥절했지만, 어쨌든 끝내 어거스트는 부모님을 찾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만약 내가 아빠와 엄마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나와 전혀 다른 나를 알게 해 준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전투, 괴물, 영웅들이 나오는 판타지 영화에 익숙했었던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하고 느끼기는 했지만, 누군가 특별한 사람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걸 들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거스트 러쉬처럼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찾으려 하다 보니,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되어 길을 만들어 주었구나 하고 느꼈다. 나도 이제부턴 내 생활 속에 묻어있는 음악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거스트 러쉬처럼 고아였다면, 어거스트 러쉬와 부랑아들의 중간쯤의 삶을 살았을 것 같다. 공원에서 기타를 치기보다는 일자리를 구해서 돈을 벌려 필사적으로 애쓰면서, 어떻게든 부모님을 찾으려고 귀 기울이고 느낌을 놓치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나에게 한마디로, 음악을 지도 삼아 부모를 찾아 떠나는 어린 소년의 모험담이었다. 앞으로는 며칠간 꿈에 어거스트가 교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칠 때, 천장에서 십자가를 품고 터질 듯한 빛줄기가 쏟아져 내렸던 장면이 나타날 것 같다.
2007.12.07 금요일
<어거스트 러쉬>를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무슨 내용인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전에 읽었던 <꼬마 요술장이>라는 책에서 내용을 알면 기대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 첫 장면에서 어거스트 러쉬가 넓은 초록색 갈대밭에서 두 손을 펼치고 흔들면 갈대들이 따라서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걸 보고, 나는 무슨 어린이 마법사 이야기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곧 어거스트 러쉬는 마법사가 아니라 고아였고, 주위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느끼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비록 어거스트 러쉬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나도 가끔 공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바람 소리를 음악처럼 느끼고, 내가 바람과 함께 녹아 온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상에 젖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거스트 러쉬가 나와 다르게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온 세상이 아니라, 오직 부모님 품이었다는 걸 알고, 마음이 아파졌다.
어거스트 러쉬가 고아원을 탈출하여 생전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도, 소리를 음악으로 느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정말 놀랐다. 자동차가 '부우웅, 부우웅'하는 소리, 맨홀 뚜껑 아래서 지하철이 '빠앙 크다당'하고 지나가는 소리, 공원에서 비둘기 떼가 '파라락' 날아오르는 소리, 농구공을 '탁 타다닥 통통' 튕기는 소리, '츠컹 츠컹' 거리는 쇠사슬 소리, 이런 소음들을 합쳐서 도시의 행진곡처럼 느끼고 지휘하듯 손을 움직이다니! 나 같으면 도시를 거대한 괴물처럼 느끼고, 무서워서 숨을 곳을 찾았을텐데...
어거스트가 길거리에서 만난 부랑아들의 삶에 나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쓰러진 공연장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일어나 도시의 여기저기를 떠돌며 구걸을 하거나 기타를 쳐서 돈을 받았는데, 그들을 거두어 주었다는 '위자드'라고 하는 이상한 아저씨에게 다 바쳐야 했다. 그들은 부모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며 절망과 미움으로 자기 자신을 포기한 아이들처럼 보였고, 악랄한 위자드를 부모라고 여겼다. 내가 보기엔 위자드 아저씨 또한 버림받아 상처가 많은 사람 같아서 슬프게 느껴졌다.
영화가 어거스트 이야기와 부모님의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하며 이어지는 바람에 좀 어리둥절했지만, 어쨌든 끝내 어거스트는 부모님을 찾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만약 내가 아빠와 엄마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나와 전혀 다른 나를 알게 해 준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전투, 괴물, 영웅들이 나오는 판타지 영화에 익숙했었던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하고 느끼기는 했지만, 누군가 특별한 사람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걸 들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거스트 러쉬처럼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찾으려 하다 보니,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되어 길을 만들어 주었구나 하고 느꼈다. 나도 이제부턴 내 생활 속에 묻어있는 음악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거스트 러쉬처럼 고아였다면, 어거스트 러쉬와 부랑아들의 중간쯤의 삶을 살았을 것 같다. 공원에서 기타를 치기보다는 일자리를 구해서 돈을 벌려 필사적으로 애쓰면서, 어떻게든 부모님을 찾으려고 귀 기울이고 느낌을 놓치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나에게 한마디로, 음악을 지도 삼아 부모를 찾아 떠나는 어린 소년의 모험담이었다. 앞으로는 며칠간 꿈에 어거스트가 교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칠 때, 천장에서 십자가를 품고 터질 듯한 빛줄기가 쏟아져 내렸던 장면이 나타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