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2009. 3. 30. 11:10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9.03.27 금요일

오늘 단원평가를 마쳤다고 아빠가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너무 어려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나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반신반의하면서 덤덤하게 극장으로 들어갔다.

인도 뭄베이의 빈민가 출신 자말 말리끄는, 통신사에서 차 심부름꾼 일을 하다가, 백만장자 되기 퀴즈 대회에 출전했다. 의사나 변호사도 출전해서 6000루피 이상을 못 땄다는데, 자말은 모든 문제를 척척 맞추고 천만 루피나 되는 엄청난 상금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나 가난하고 배운 적도 없는 청년이 어떻게 어려운 퀴즈 문제를 다 맞추었느냐며, 속임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경찰에게 체포당해 전기 고문까지 받게 된다. 자말은 절대로 속임수를 쓴 적이 없다고 하고, 영화는 자말의 기억 속에 끔찍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정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더럽고 가난한 동네에 사는 어린 자말은, 맨날 학교도 빼먹고 형 살림과 뛰어노는 개구장이다. 어느 날 빨래터에 들이닥친 회교도 반대파들의 폭동으로 동네는 불타버리고, 어머니가 폭도에게 맞아 죽는다. 졸지에 고아가 된 형제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자말과 살림은 라띠까라는 고아 소녀를 만나, 함께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서 파먹고 자고 하다가, 어린이를 상대로 나쁜 짓을 하는 마만이라는 악당의 손에 들어간다. 그들은 버려진 길거리의 아이들을 데려다 먹이고 재워주고, 강제로 노래 연습을 시켜서, 눈을 못 쓰게 만들어 구걸을 시키고, 어린 여자애들을 술집에 팔아먹는다.

장님이 될 뻔한 자말과 살림은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라띠까는 뒤쫓아 온 악당들에게 잡혀가 버리고, 자말은 그 일이 가슴에 못처럼 걸려서, 라띠까를 못 잊는다. 이제 자말과 살림은 먹을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좀도둑 일부터 시작해서 물불 안 가리고 덤빈다. 타지마할 사원에서 한가롭게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접근해, 인도 여행 가이드를 해주는 척하며 물건을 턴다. 그러나 들통나 잡혀서 미국인에게 밟힐 때, "진짜 인도를 보고 싶다고 하셨죠? 이런 게 진짜 인도예요!" 하고 외치는 자말의 절규가, 내 가슴을 상추처럼 찢어놓았다.

지금까지 책으로 읽어왔던 밑바닥 생활이란 게, 힘들지만 어쩌면 재미도 쫌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그 어리석은 생각이 산산조각 깨지면서 내 가슴은 고통으로 떨렸다. 이 세상에는 불쌍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것은 더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그 끔찍한 경험과 고통의 표적이, 언젠가 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삶을 함부로 살아서도 안 되고, 내가 지금 고통을 겪지 않는다고, 남의 고통을 몰라라 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이 세상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성장한 자말은, 지하 조직 두목 밑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는 라띠까를 구하려고, 백만장자 퀴즈쇼에 출전하게 된 것이다. 인도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동경하는 백만장자의 꿈에 자말은 도전했고, 성공했다. 그리고 그 답은 자말이 겪어왔던 처절한 삶 속 구석구석에 숨어 있었다.

'라마의 오른손에는 무엇이 들려 있나?'라는 문제에 '활과 화살'이라는 답을 맞힐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회교도 반대파들이 폭동을 일으켜 도망칠 때, 위기를 피하려고 라마 신으로 분장을 한 아이를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인도 1973년 흥행작<잔지르>의 주연배우 이름은, 자기가 똥물까지 뒤집어써 가며 극적으로 싸인을 받았던 배우였고, 100달러 지폐에 그려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악당 마만에게 눈을 뺏겨 장님이 된 옛친구가, 거리에서 구걸하며 받은 돈에 새겨진 그림이 벤자민 프랭클린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자말은 자기 삶의 대부분이 퀴즈 문제로 나와서, 답을 맞힐 때마다, 슬프고 참혹한 기억에 몸을 떨며 답을 맞혀 나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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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우가 그린 자말과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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