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월척이다!
2011. 5. 7. 08:00ㆍ일기
<얘들아! 월척이다!>
2011.05.03 화요일
"출발한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공기가 가득 찬 우리 배는, 이제 더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점점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대천으로 온 수련회 이틀째, 지금은 바다에서 래프팅하는 시간이다. 사실 나는 래프팅이란 말이 조금 낯설었다.
우리 줄 아이들과 조를 짜서 합숙소의 뒤쪽 운동장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상상이 안 되었다. 합숙소의 뒤쪽 운동장에는 여러 척의 보트들이 그림처럼 한 줄로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때 한 교관 선생님께서 "4조는 제가 맡겠습니다!" 하시며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우리는 선생님의 지시에 맞추어 거대한 고무보트를 들고 타박, 저벅~ 발소리를 맞추어서 바다로 걸어나갔다. 우리 조를 담당한 교관 선생님께서는 얼굴은 조금 길쭉하고 우람한 근육질에 상당히 키가 크셨다. 선생님은 어깨를 쩍 벌리시고, "너희는 몇 반이지?" 물어보셨다. 우리 조는 입을 모아서 "4반입니다!" 하고 크고 우렁차게 대답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좋았어! 4반에 4조라! 너희들, 마음에 들었다! 오늘 선생님이랑 같이 한번 재미있게 해보자꾸나!" 하셨다. 우리 조는 보트 가장자리에 있는 손잡이를 하나씩 잡고 보트를 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무릎까지 올렸다가, 그다음이 허리, 그다음에는 가슴까지 차례대로 올렸다. 맨 마지막에는 양손으로 보트를 번쩍 들어서, 머리 위에 보트 아래쪽을 받쳤다. 그런데 여기서 키 작은 아이들은 팔조차 닿지 않았고, 나는 키가 좀 큰 편이라 머리에 보트에 무게가 그대로 전달되어 몸이 짜부라질 것만 같았다. 팔이 후들후들 떨리고, 키가 큰 것이 처음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머리가 보트에 짓눌려 휘어질 것 같을 무렵, 우리는 해안에 도착하였다! 해안에서 교관 선생님께 보트 타는 법과 노 잡는 법과 노 젓는 법, 위급 상황에 대한 교육을 착착착 받고, 어제 배운 대로 구명조끼를 단단히 착용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보트를 바다까지 이끌고 바닷물이 허벅지에 차올랐을 때, 보트에 한 사람씩 신속하게 올라타서 보트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우리는 교관 선생님의 지휘에 맞추어 하나, 둘, 하나, 둘! 노를 저어갔다. 처음에는 물의 방향과 반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왼쪽, 오른쪽의 아이들, 모두 힘을 합쳐서 힘차게 노를 저으니, 순식간에 속도가 붙고 얼굴에 어느새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그 땀을 시원하고 비릿한 바닷바람이 식혀주었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 조가 가장 먼저 출발하였고, 나머지 조는 아직 해변에서 설명을 듣거나 이제 출발하고 있었다.
노 젓기에 몰입한 나는 영화에 나온 장면처럼, 내 몸도 노와 함께 앞뒤로 흔들며 뜨거운 태양을 맞으면서, 가장 처음 바다를 항해하는 탐험가가 된 듯, 또는 거대한 해적선에서 노를 젓는 기분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오니 순식간에 목표로 정했던 네모난 상자가 떠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꽤 육지에서 멀어져 있었고, 선생님은 "여러분, 여기가 몇 미터나 깊은 줄 아세요? 무려 7m나 된답니다!" 말씀하셨다. 지금 내 발밑에 있는 바다가 밑바닥은 보이지 않는 7m나 되는 깊이라니? 이렇게 깊은 물 위에서 떠있는 것은 처음이구나!
그런데 선생님께서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에 못 들어가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입수해도 좋습니다!"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하나 둘 씩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겁이 나서 처음엔 다리만 살짝 담구었다가, 결국 바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바닷물은 날씨가 따뜻한데도 엄청 추워서 몸이 마구 부르르~ 떨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밑바닥까지 닿아보려고 몸을 바다 깊숙이 집어넣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다리를 아래쪽으로 움직여도 발에 스치는 것은 미역줄기뿐, 그제야 깊은 바다에 온 것을 실감했다.
교관 선생님은 헤엄쳤다 올라오는 우리 조 아이들을 모두 다시 바다속으로 풍~ 펑~! 집어던지셨다. 아이들은 "으아악~ 안 돼! 싫어!" 외쳤고, 보트를 잡고 낑낑 매달리느라 난리였다. 교관 선생님께서 나를 끌어올리실 때는 어제 배웠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셨다. 나의 몸무게는 만만치 않고, 옷도 물에 젖고 구명조끼까지 더해져서 순수히 힘만으로는 들어 올리기 힘든 상태다. 이럴 땐 '반동'을 이용하면 된다! 교관 선생님은 나의 구명조끼 양어깨에 손을 넣어 끼우고, 나를 물속으로 밀어 넣으셨다!
그리고 물에 뜨는 구명조끼의 힘에 의해서 내 몸은 위로 퐁~ 올라왔고, 다시 한번 머리끝까지 밀어 넣으셨다. 한 번 더 뜨고, 한 번 더 밀어 넣고, 3번째 올라왔을 때 드디어 교관 선생님은 나를 힘껏 잡아당기셨다. 나는 주황빛의 보트 바닥에서 "헤크헤크~!" 헐떡거리며 숨을 가다듬었고, 교관 선생님은 한숨 돌리시며 "얘들아! 월척이다!" 외치셨다. 해안으로 돌아올 때는 뒤에서 모터보트가 밀어주어서 시원한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 온몸이 물에 젖어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아이들과 저벅저벅 걸어갈 때엔, 배가 침몰하여서 표류하다가 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2011.05.03 화요일
"출발한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공기가 가득 찬 우리 배는, 이제 더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점점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대천으로 온 수련회 이틀째, 지금은 바다에서 래프팅하는 시간이다. 사실 나는 래프팅이란 말이 조금 낯설었다.
우리 줄 아이들과 조를 짜서 합숙소의 뒤쪽 운동장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상상이 안 되었다. 합숙소의 뒤쪽 운동장에는 여러 척의 보트들이 그림처럼 한 줄로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때 한 교관 선생님께서 "4조는 제가 맡겠습니다!" 하시며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우리는 선생님의 지시에 맞추어 거대한 고무보트를 들고 타박, 저벅~ 발소리를 맞추어서 바다로 걸어나갔다. 우리 조를 담당한 교관 선생님께서는 얼굴은 조금 길쭉하고 우람한 근육질에 상당히 키가 크셨다. 선생님은 어깨를 쩍 벌리시고, "너희는 몇 반이지?" 물어보셨다. 우리 조는 입을 모아서 "4반입니다!" 하고 크고 우렁차게 대답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좋았어! 4반에 4조라! 너희들, 마음에 들었다! 오늘 선생님이랑 같이 한번 재미있게 해보자꾸나!" 하셨다. 우리 조는 보트 가장자리에 있는 손잡이를 하나씩 잡고 보트를 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무릎까지 올렸다가, 그다음이 허리, 그다음에는 가슴까지 차례대로 올렸다. 맨 마지막에는 양손으로 보트를 번쩍 들어서, 머리 위에 보트 아래쪽을 받쳤다. 그런데 여기서 키 작은 아이들은 팔조차 닿지 않았고, 나는 키가 좀 큰 편이라 머리에 보트에 무게가 그대로 전달되어 몸이 짜부라질 것만 같았다. 팔이 후들후들 떨리고, 키가 큰 것이 처음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머리가 보트에 짓눌려 휘어질 것 같을 무렵, 우리는 해안에 도착하였다! 해안에서 교관 선생님께 보트 타는 법과 노 잡는 법과 노 젓는 법, 위급 상황에 대한 교육을 착착착 받고, 어제 배운 대로 구명조끼를 단단히 착용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보트를 바다까지 이끌고 바닷물이 허벅지에 차올랐을 때, 보트에 한 사람씩 신속하게 올라타서 보트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우리는 교관 선생님의 지휘에 맞추어 하나, 둘, 하나, 둘! 노를 저어갔다. 처음에는 물의 방향과 반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왼쪽, 오른쪽의 아이들, 모두 힘을 합쳐서 힘차게 노를 저으니, 순식간에 속도가 붙고 얼굴에 어느새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그 땀을 시원하고 비릿한 바닷바람이 식혀주었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 조가 가장 먼저 출발하였고, 나머지 조는 아직 해변에서 설명을 듣거나 이제 출발하고 있었다.
노 젓기에 몰입한 나는 영화에 나온 장면처럼, 내 몸도 노와 함께 앞뒤로 흔들며 뜨거운 태양을 맞으면서, 가장 처음 바다를 항해하는 탐험가가 된 듯, 또는 거대한 해적선에서 노를 젓는 기분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오니 순식간에 목표로 정했던 네모난 상자가 떠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꽤 육지에서 멀어져 있었고, 선생님은 "여러분, 여기가 몇 미터나 깊은 줄 아세요? 무려 7m나 된답니다!" 말씀하셨다. 지금 내 발밑에 있는 바다가 밑바닥은 보이지 않는 7m나 되는 깊이라니? 이렇게 깊은 물 위에서 떠있는 것은 처음이구나!
그런데 선생님께서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에 못 들어가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입수해도 좋습니다!"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하나 둘 씩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겁이 나서 처음엔 다리만 살짝 담구었다가, 결국 바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바닷물은 날씨가 따뜻한데도 엄청 추워서 몸이 마구 부르르~ 떨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밑바닥까지 닿아보려고 몸을 바다 깊숙이 집어넣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다리를 아래쪽으로 움직여도 발에 스치는 것은 미역줄기뿐, 그제야 깊은 바다에 온 것을 실감했다.
교관 선생님은 헤엄쳤다 올라오는 우리 조 아이들을 모두 다시 바다속으로 풍~ 펑~! 집어던지셨다. 아이들은 "으아악~ 안 돼! 싫어!" 외쳤고, 보트를 잡고 낑낑 매달리느라 난리였다. 교관 선생님께서 나를 끌어올리실 때는 어제 배웠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셨다. 나의 몸무게는 만만치 않고, 옷도 물에 젖고 구명조끼까지 더해져서 순수히 힘만으로는 들어 올리기 힘든 상태다. 이럴 땐 '반동'을 이용하면 된다! 교관 선생님은 나의 구명조끼 양어깨에 손을 넣어 끼우고, 나를 물속으로 밀어 넣으셨다!
그리고 물에 뜨는 구명조끼의 힘에 의해서 내 몸은 위로 퐁~ 올라왔고, 다시 한번 머리끝까지 밀어 넣으셨다. 한 번 더 뜨고, 한 번 더 밀어 넣고, 3번째 올라왔을 때 드디어 교관 선생님은 나를 힘껏 잡아당기셨다. 나는 주황빛의 보트 바닥에서 "헤크헤크~!" 헐떡거리며 숨을 가다듬었고, 교관 선생님은 한숨 돌리시며 "얘들아! 월척이다!" 외치셨다. 해안으로 돌아올 때는 뒤에서 모터보트가 밀어주어서 시원한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 온몸이 물에 젖어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아이들과 저벅저벅 걸어갈 때엔, 배가 침몰하여서 표류하다가 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