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에 없는 것
2009. 7. 2. 08:59ㆍ일기
<산마을에 없는 것>
2009.07.01 수요일
이틀 뒤면 있을 기말고사를 앞두고 나는 막바지 공부를 하였다. 사회 과목을 정리하다가 <우리나라의 촌락>이라는 단원 중, 산촌에 관한 설명과 사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지난 주말에, 아빠의 친한 친구 분들 가족과 문경새재란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보았던 산마을의 모습과 사진이 똑 닮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를, 우리나라의 촌락은 농촌, 어촌, 산촌으로 나뉘어 있고, 그중 산촌이 경치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내가 가는 곳마다 시원하고 푸른 속리산 자락이 그림처럼 쫓아오고, 계단식 논밭에 심어진 키다리 옥수수와 산마을 허수아비가 나를 열렬히 환영하듯, 뜨거운 바람에 추와아~ 흔들렸다.
내 입에서는 오직 "우와~!" 하는 탄성만 가슴 밑에서부터 팡팡 터졌다. 그런데 산으로 들어가던 중, 엄마가 급한 일로 속옷가게를 찾으셨다. 깜박 잊고 속옷을 안 챙기셨다는 것이다. 어떤 슈퍼에서 속옷가게 있는 곳을 물어보니, 이 마을에 속옷가게는 따로 없고 저기쯤 가면 옷가게가 있기는 한데, 속옷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보라고 하셨는데, 가보니 문이 자물쇠로 꾹 잠겨 있었다.
마을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점이 별로 없었다. 다방, 처갓집 통닭, 밥집, 전부 다 시설도 허름하고 낡고, 사람도 별로 없고 빈 거리에 땡볕만 이글이글 하였다. 간신히 큰 슈퍼를 찾고, 엄마랑 거기서 먼지 묻은 속옷을 사고, 작은 참기름을 사고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여긴 화장실이 없고 주유소에 가면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촌락에서 도시로 인구이동이 많아서, 촌락은 일손 부족과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나 같아도 이렇게 시설이 부족한 곳에서는 살기 어려울 것 같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도시처럼 편리한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고 학교는 문을 닫고,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마을에 남아 힘들게 농사짓고 사신다니, 참 안타깝구나.
난 순간 내가 사는 도시에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와, 건물과 도로와 숨 막히는 교통 체증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도시와 촌락은 차이가 심한 걸까? 이런 산마을에도 도시에 있는 서점이나, 극장, 편의 시설이 발달하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촌락 사람들은 도시를 동경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자부심을 느낄 텐데...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 곳곳을 바라보며, 산마을의 경치는 아름답지만 혹시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은 아름다운 것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었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터전은 촌락에서 비롯된다는 교과서의 구절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맴맴 돌았다. 이제 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옥수수 잎들도, 무조건 좋다고 휘날린 게 아니라, 그걸 말하려 했던 것 아니었을까?
<동생 영우가 어릴 때 그린 그림>
2009.07.01 수요일
이틀 뒤면 있을 기말고사를 앞두고 나는 막바지 공부를 하였다. 사회 과목을 정리하다가 <우리나라의 촌락>이라는 단원 중, 산촌에 관한 설명과 사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지난 주말에, 아빠의 친한 친구 분들 가족과 문경새재란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보았던 산마을의 모습과 사진이 똑 닮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를, 우리나라의 촌락은 농촌, 어촌, 산촌으로 나뉘어 있고, 그중 산촌이 경치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내가 가는 곳마다 시원하고 푸른 속리산 자락이 그림처럼 쫓아오고, 계단식 논밭에 심어진 키다리 옥수수와 산마을 허수아비가 나를 열렬히 환영하듯, 뜨거운 바람에 추와아~ 흔들렸다.
내 입에서는 오직 "우와~!" 하는 탄성만 가슴 밑에서부터 팡팡 터졌다. 그런데 산으로 들어가던 중, 엄마가 급한 일로 속옷가게를 찾으셨다. 깜박 잊고 속옷을 안 챙기셨다는 것이다. 어떤 슈퍼에서 속옷가게 있는 곳을 물어보니, 이 마을에 속옷가게는 따로 없고 저기쯤 가면 옷가게가 있기는 한데, 속옷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보라고 하셨는데, 가보니 문이 자물쇠로 꾹 잠겨 있었다.
마을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점이 별로 없었다. 다방, 처갓집 통닭, 밥집, 전부 다 시설도 허름하고 낡고, 사람도 별로 없고 빈 거리에 땡볕만 이글이글 하였다. 간신히 큰 슈퍼를 찾고, 엄마랑 거기서 먼지 묻은 속옷을 사고, 작은 참기름을 사고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여긴 화장실이 없고 주유소에 가면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촌락에서 도시로 인구이동이 많아서, 촌락은 일손 부족과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나 같아도 이렇게 시설이 부족한 곳에서는 살기 어려울 것 같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도시처럼 편리한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고 학교는 문을 닫고,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마을에 남아 힘들게 농사짓고 사신다니, 참 안타깝구나.
난 순간 내가 사는 도시에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와, 건물과 도로와 숨 막히는 교통 체증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도시와 촌락은 차이가 심한 걸까? 이런 산마을에도 도시에 있는 서점이나, 극장, 편의 시설이 발달하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촌락 사람들은 도시를 동경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자부심을 느낄 텐데...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 곳곳을 바라보며, 산마을의 경치는 아름답지만 혹시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은 아름다운 것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었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터전은 촌락에서 비롯된다는 교과서의 구절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맴맴 돌았다. 이제 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옥수수 잎들도, 무조건 좋다고 휘날린 게 아니라, 그걸 말하려 했던 것 아니었을까?
<동생 영우가 어릴 때 그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