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게 미안해!

2009. 7. 9. 08:55일기

<책상에게 미안해!>
2009.07.08 수요일

난 오늘 엄마에게 딱 걸렸다. 그동안 내 방을 청소하지 않고, 기말고사가 끝나면 정리하겠다고 얼렁뚱땅 미루어오다가, 결국 엄마를 폭발하게 한 것이다.

엄마는 쓰레기가 쌓여 날파리가 맴도는 내 책상을 부숴버릴 듯한 기세로 화를 내셨다. 나는 한바탕 혼이 난 다음, 묵묵히 내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 책상을 한참 바라보다가, 흐음~하고 한숨을 쉬었다.

햇빛을 받지 못한 낡은 성 안에, 난쟁이들이 마구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계단처럼, 책, 공책, 교과서, 종이 쪼가리, 휴지들이 겹쳐서 층층이 쌓여 있었고, 책더미 사이로 생긴 구멍에선 금방이라도 생쥐들이 들락날락할 것 같이 지저분했다.

나는 허리를 조금 굽혀서 책상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는 월요일마다 집앞에 재활용품을 담아가러 오는 지게차에 달린 쇠팔이 된 기분으로, 내 팔을 쭈욱 내밀어 인형 뽑기하는 것처럼, 영어 교과서를 들어 올렸다. 나는 그것을 두 손으로 내 눈앞까지 들어 올려, 방금 내가 그려낸 명화를 감상하듯, 앞뒤로 훑어본 다음 책장에 자리를 찾아 뚝! 하고 명쾌한 소리가 나게 집어넣었다.

나는 다시 조금 속력을 내어 교과서를 한꺼번에 모아 책장에 꽂아넣고, 공책은 공책대로, 문제집은 문제집대로 나눠 모아 계속 뚝탁뚝탁~ 책장에 집어넣었다. 책들이 쌓여 있던 자리에는 개미집이 파헤쳐진 자리처럼, 연필과 볼펜, 붓펜, 색연필, 파스텔, 지우개, 여러 가지 필기도구가 흩어져서 뒹굴고 있었다. 나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들이 주인공 걸리버를 한 손에 집어들듯이, 연필들을 하나씩 집어 연필꽂이에 꽂아놓았다.

필기도구를 정리한 다음엔, 빈 생수병, 물컵, 빈 과자 봉지, 지우개 가루, 부러진 연필심, 코를 풀어 뭉쳐놓은 휴지, 학교에서 받아온 구겨진 안내장, 낙서한 종이, 뚜껑이 열려 입구가 말라붙은 딱풀, 10원짜리 동전, 딱지, 고장 난 손목시계, 퍼즐, 어제 받은 영어 챔피언 인증서까지 하나하나 가려내서 정리하니 눈이 뱅글뱅글 돌 지경이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내 책상은 그동안 어떻게 견뎌냈을까? 마지막 정리로 안내장을 파일에 끼우고, 부서진 장난감 우주선을 조립해서 스탠드 앞에 짠~ 세워놓으니, 이제 거의 원래 모습을 찾은 것 같았다. 그때 엄마가 내 방앞을 휙 지나치면서 걸레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셨다. 나는 일부러 엄마 들으라고 "이제 휴지통에 쓰레기를 전부 넣고 방을 닦으면 완벽해!"하고 소리쳤다.

책상에게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