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케라톱스와의 대화
2009. 2. 24. 08:53ㆍ일기
<트리케라톱스와의 대화>
2009.02.21 토요일
'어! 여기는 어디지?'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 자연사 박물관 옥상에서, 커다란 트리케라톱스 모형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벌써 봄이 왔는지, 사방에 길고 빽빽한 벚꽃 나무 투성이다.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 엄청나게 넓은 초록색 풀밭이 펼쳐지고, 그리고 그 앞에는 햇빛을 받아 살금살금 떨리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나는 벚나무 사이에 숨어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다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앞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 속을 한참 동안 헤매고 다녔다. 가도 가도 호수를 낀 풀밭이 끝나지 않아서 "음~ 여긴 경치가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이 없는 걸까?" 하며 한숨을 쉬고 거대한 나무 둥치 같은 것에 몸을 기대었다.
그것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깜짝 뒤로 물러나 보니, 곧 머리에 세 개의 뿔이 난 멋진 트리케라톱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맙소사! 여기는 백악기다! 트리케라톱스는 잠을 자는 듯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트리케라톱스 얼굴을 살펴보았다.
머리 양쪽에 한 개씩 달린 뿔은 아래로 조금 굽어져 있고, 앵무새 부리같이 생긴 입과 콧등 위에 난, 또 하나의 작은 뿔은 곧게 위로 뻗어 있었다. 승용차만 한 크기의 몸집에, 자갈돌이 오돌도돌 박힌 것 같은 무늬가 매끄러웠고, 따뜻하였다. 꼬리는 생각만큼 길지 않았고, 다리는 말뚝처럼 굵고 탄탄하였다. 콧구멍에서는 '흐흐으응, 흐으으응~' 김이 나왔다. 나는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에 감탄할 새도 없이, 순간적으로 트리케라톱스 위에 올라타야 했다.
바로 백악기의 제일 강자,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콰앙, 쿠쾅~" 땅이 뒤집히는 소리를 내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티라노는 내가 알고 있던 만큼 컸지만, 이빨은 상상보다 더 컸다. 순간 티라노는 시각은 나쁘지만, 청각은 아주 발달하여 조용히 하면 살 수 있다고 한 게 머릿속에 떠올랐는데도, 나는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트리케라톱스의 등을 팍팍 두드려댔다.
깜짝 놀라 일어난 트리케라톱스는 벌떡 일어나 마구 달렸다. 트리케라톱스가 티라노 밑으로 돌진해, 티라노의 다리 사이 근육을 뿔로 받아버린 것이다!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고, 뒤이어 티라노의 끔찍하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풀밭에 벚나무들과 호수가 전부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팍~하고 가루처럼 터졌다.
간신히 눈을 떠보니, 영우가 멀리서 "형아, 뭐해? 빨리 전시관에 들어가자!" 하고 외쳤다. 나는 트리케라톱스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덕분에 끔찍하지만 멋진 모험이었어! 안녕~" 하고 전시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뒤에서 트리케라톱스도 앵무새 같은 눈을 끔벅하며 "잘 가, 그렇지 않아도 뿔이 근질근질 했는데, 잘했어~!" 하는 것 같았다.
2009.02.21 토요일
'어! 여기는 어디지?'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 자연사 박물관 옥상에서, 커다란 트리케라톱스 모형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벌써 봄이 왔는지, 사방에 길고 빽빽한 벚꽃 나무 투성이다.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 엄청나게 넓은 초록색 풀밭이 펼쳐지고, 그리고 그 앞에는 햇빛을 받아 살금살금 떨리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나는 벚나무 사이에 숨어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다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앞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 속을 한참 동안 헤매고 다녔다. 가도 가도 호수를 낀 풀밭이 끝나지 않아서 "음~ 여긴 경치가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이 없는 걸까?" 하며 한숨을 쉬고 거대한 나무 둥치 같은 것에 몸을 기대었다.
그것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깜짝 뒤로 물러나 보니, 곧 머리에 세 개의 뿔이 난 멋진 트리케라톱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맙소사! 여기는 백악기다! 트리케라톱스는 잠을 자는 듯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트리케라톱스 얼굴을 살펴보았다.
머리 양쪽에 한 개씩 달린 뿔은 아래로 조금 굽어져 있고, 앵무새 부리같이 생긴 입과 콧등 위에 난, 또 하나의 작은 뿔은 곧게 위로 뻗어 있었다. 승용차만 한 크기의 몸집에, 자갈돌이 오돌도돌 박힌 것 같은 무늬가 매끄러웠고, 따뜻하였다. 꼬리는 생각만큼 길지 않았고, 다리는 말뚝처럼 굵고 탄탄하였다. 콧구멍에서는 '흐흐으응, 흐으으응~' 김이 나왔다. 나는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에 감탄할 새도 없이, 순간적으로 트리케라톱스 위에 올라타야 했다.
바로 백악기의 제일 강자,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콰앙, 쿠쾅~" 땅이 뒤집히는 소리를 내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티라노는 내가 알고 있던 만큼 컸지만, 이빨은 상상보다 더 컸다. 순간 티라노는 시각은 나쁘지만, 청각은 아주 발달하여 조용히 하면 살 수 있다고 한 게 머릿속에 떠올랐는데도, 나는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트리케라톱스의 등을 팍팍 두드려댔다.
깜짝 놀라 일어난 트리케라톱스는 벌떡 일어나 마구 달렸다. 트리케라톱스가 티라노 밑으로 돌진해, 티라노의 다리 사이 근육을 뿔로 받아버린 것이다!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고, 뒤이어 티라노의 끔찍하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풀밭에 벚나무들과 호수가 전부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팍~하고 가루처럼 터졌다.
간신히 눈을 떠보니, 영우가 멀리서 "형아, 뭐해? 빨리 전시관에 들어가자!" 하고 외쳤다. 나는 트리케라톱스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덕분에 끔찍하지만 멋진 모험이었어! 안녕~" 하고 전시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뒤에서 트리케라톱스도 앵무새 같은 눈을 끔벅하며 "잘 가, 그렇지 않아도 뿔이 근질근질 했는데, 잘했어~!"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