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노래
2009. 2. 20. 08:51ㆍ일기
<선생님의 노래>
2009.02.18 수요일
어제 담임 선생님께서 외국 연수에서 돌아오셨다. 4학년이 끝나기 전에 선생님 얼굴을 꼭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돌아오셔서 기쁨보다 얼얼함이 앞섰다. 선생님도 그러셨을까?
아주 먼 길을 달려와 '짠~' 하고 나타나셔서, 교탁 앞에 앉아 태연하게 일하시는 선생님 얼굴은 예전처럼 무표정했고, 입가엔 풀처럼 까칠까칠한 수염이 돋으셨다. 마치 선생님은 우리 곁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 종업식을 맞았다. 청소를 마치고 성적표를 나누어 받고 모두 자리에 앉은 다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이 앞으로 친구로 만날 순 있겠지만, 4학년 송화 반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서, 선생님과 함께 4학년 생활을 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나는 갑자기 목이 칵 메었다.
"선생님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년 아이들과 헤어질 때마다 선물을 준답니다. 비록 그 선물을 여러분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셨다. 그러자 시큰둥했던 아이들 눈빛이 보물 상자를 눈앞에 둔 해적처럼 번쩍거렸다. 무슨 선물일까? 필통? 연필? 혹시 먹을 거? "여러분에게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예상을 빗나간 선물에 아이들은 "아~" 한숨도 쉬고, 어떤 아이는 실망스러운 듯 입이 뚱 불었지만, 나는 잔뜩 기대가 되어 귀를 기울였다. 내가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아름다운 노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선생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이..." 선생님은 무엇을 고백하듯 눈을 반쯤 감고, 우리를 위해 정말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셨다. 교실 안을 한음 한음 나직하게 울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따뜻한 코코아같이 부드러웠다. 나도 눈을 지그시 감고 듣다가, 눈을 떠 가끔 선생님 모습을 바라보며 노래를 들었다.
이탈리아의 에드몬도가 쓴 '사랑의 학교'를 읽어보면, 어떤 죄수가 감옥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새사람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감옥을 나가는 날, 그 죄수는 감옥에 있는 동안 정성스럽게 나무로 깎아 만든 잉크병을 선생님께 선물하며, 세상에 나가서 바르게 살겠노라고 약속하며 눈물을 흘린다.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며 왜 이 이야기가 떠오른 걸까?
4학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 스스로 지나쳤던 작은 잘못과 실수들을 용서하고, 새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깨달으며 나도 모르게 그 죄수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꼭 잘 클게요!' 하는 소리가 약속처럼 움찔움찔 울려 나왔다. 이제 선생님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진다. 나는 내 마음속의 라디오를 켜서, 선생님의 노래를 녹음하였다. 선생님이 주신 귀한 선물을 가슴 속에 고이고이 새겨두었다.
노래가 끝나자 선생님은 예전과 다름없는 덤덤한 표정으로 종업식을 마치셨다. 우리 차재인 선생님은 언제나 표정이 변함이 없으셔서, 오늘이 마지막이란 게 별로 실감 나지 않았다. 마치 내일이면 다시 눈을 비비며 일어나, 4학년 송화 반 교실로 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도 선생님의 노래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내일 학교에 와서 교실 문이 굳게 잠겨서 놀란다 해도, 그 노래는 나를 떠나지 않고 반겨줄 거야!
2009.02.18 수요일
어제 담임 선생님께서 외국 연수에서 돌아오셨다. 4학년이 끝나기 전에 선생님 얼굴을 꼭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돌아오셔서 기쁨보다 얼얼함이 앞섰다. 선생님도 그러셨을까?
아주 먼 길을 달려와 '짠~' 하고 나타나셔서, 교탁 앞에 앉아 태연하게 일하시는 선생님 얼굴은 예전처럼 무표정했고, 입가엔 풀처럼 까칠까칠한 수염이 돋으셨다. 마치 선생님은 우리 곁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 종업식을 맞았다. 청소를 마치고 성적표를 나누어 받고 모두 자리에 앉은 다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이 앞으로 친구로 만날 순 있겠지만, 4학년 송화 반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서, 선생님과 함께 4학년 생활을 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나는 갑자기 목이 칵 메었다.
"선생님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년 아이들과 헤어질 때마다 선물을 준답니다. 비록 그 선물을 여러분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셨다. 그러자 시큰둥했던 아이들 눈빛이 보물 상자를 눈앞에 둔 해적처럼 번쩍거렸다. 무슨 선물일까? 필통? 연필? 혹시 먹을 거? "여러분에게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예상을 빗나간 선물에 아이들은 "아~" 한숨도 쉬고, 어떤 아이는 실망스러운 듯 입이 뚱 불었지만, 나는 잔뜩 기대가 되어 귀를 기울였다. 내가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아름다운 노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선생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이..." 선생님은 무엇을 고백하듯 눈을 반쯤 감고, 우리를 위해 정말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셨다. 교실 안을 한음 한음 나직하게 울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따뜻한 코코아같이 부드러웠다. 나도 눈을 지그시 감고 듣다가, 눈을 떠 가끔 선생님 모습을 바라보며 노래를 들었다.
이탈리아의 에드몬도가 쓴 '사랑의 학교'를 읽어보면, 어떤 죄수가 감옥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새사람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감옥을 나가는 날, 그 죄수는 감옥에 있는 동안 정성스럽게 나무로 깎아 만든 잉크병을 선생님께 선물하며, 세상에 나가서 바르게 살겠노라고 약속하며 눈물을 흘린다.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며 왜 이 이야기가 떠오른 걸까?
4학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 스스로 지나쳤던 작은 잘못과 실수들을 용서하고, 새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깨달으며 나도 모르게 그 죄수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꼭 잘 클게요!' 하는 소리가 약속처럼 움찔움찔 울려 나왔다. 이제 선생님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진다. 나는 내 마음속의 라디오를 켜서, 선생님의 노래를 녹음하였다. 선생님이 주신 귀한 선물을 가슴 속에 고이고이 새겨두었다.
노래가 끝나자 선생님은 예전과 다름없는 덤덤한 표정으로 종업식을 마치셨다. 우리 차재인 선생님은 언제나 표정이 변함이 없으셔서, 오늘이 마지막이란 게 별로 실감 나지 않았다. 마치 내일이면 다시 눈을 비비며 일어나, 4학년 송화 반 교실로 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도 선생님의 노래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내일 학교에 와서 교실 문이 굳게 잠겨서 놀란다 해도, 그 노래는 나를 떠나지 않고 반겨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