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블루 마블 게임

2009. 2. 11. 08:41일기

<재미있는 블루 마블 게임>
2009.02.10 화요일

석희가 먼저 주사위를 턱턱 던졌다. 그리고 우주선 모양의 플라스틱 말을 옮겼다. 그런데 우연히 황금 열쇠 칸이 걸렸다. 석희는 황금 열쇠 칸에 있는 카드를 한 장 뽑았다.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상금 10만 원을 가져가십시오!'

석희는 음흉하게 흐헤헤 웃으며 돈을 가져갔다. '큭~' 나는 석희가 잘되어 위협을 느낀 채, 침을 꿀떡 삼키며 주사위를 던졌다. 아쉽게도 황금 열쇠에 걸리지 않았다.

'블루 마블' 게임은 원래 어느 정도의 돈(블루 마블 전용 지페)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우리는 조금 달리 돈 없이 시작하였다. 나는 블루 마블 보드 판 한 바퀴를 다 돌아, 월급 20만 원을 받으려고 계속 기를 썼지만, 석희는 황금 열쇠가 걸린 탓에 돈이 굴러들어왔다.

당연히 나는 돈이 적어 보드 판에 적힌 땅을 사지 못하였고, 석희는 우르르 들어온 넉넉한 자금으로 마구 마구 땅을 사들였다. 나도 돈을 모아 땅을 샀지만, 석희가 가진 것에 비하면 우스운 정도의 재산이었다. 석희가 가진 땅은 아주 비싼 관광지, 기름진 땅이었고, 내가 가진 땅은 먼지 날리는 황무지였다.

당연히 상황은 석희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아무리 돈을 모아도 결국에는 석희에게 갖다 바치기 일쑤였다. '블루 마블'은 진짜로 재산을 불려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게임이라도 석희는 여유롭게 재산을 모으는데, 나는 허덕허덕 입에 풀칠하기 바쁜 사람이 된 것처럼,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아프고, 내가 점점 작아져만 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석희의 재산을 부러워하는 대신,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한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아니, 열심히 주사위를 굴려 돈을 모았다. 이런 게임을 해보니, 내가 진짜로 열심히 일해 돈을 한푼 두푼 모아서,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가슴에서 점점 자부심이 올라왔다.

그리고 월급을 받을 때는 가짜 지폐 냄새를 맡으며 기뻐했고, 황금열쇠에 걸렸을 때에는 보너스가 나오는 것 같아서 기뻐했다. 석희에게 돈을 넘길 때에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기분처럼 속이 쓰렸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블루 마블 게임에 빠지느라, 나는 또 두 가지를 얻게 되었다. 피아노 학원 차를 놓칠까 봐 집까지 헐레벌떡 뛰었다는 것과, 오늘따라 좀 추웠던 석희 방에서 오래 게임을 하는 바람에, 감기가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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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우가 그린 재밌는 블루 마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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