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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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을 높이 던져요!
2009.08.06 목요일 우리 가족은 해가 질 무렵,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넓은 풀밭을 산책했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햇빛이 오렌지 색깔로 강렬했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흘렀다. 영우랑 나는 맘대로 앞서 걷고 뛰고 하다가, 벌써 온몸이 땀 국물로 흠뻑 젖었다. 갑자기 "상우야, 이거 받아 봐~!" 하고 뒤에 떨어져서 걷던 아빠가, 갖고 있던 작은 생수병을 야구공 던지듯이 내게 던지셨다. 나는 그걸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병에 맞을까 봐, "우어어~!" 소리 지르며 도망쳤다. 물병은 맥없이 풀밭에 털썩~ 떨어졌다. 아빠는 이번엔 영우를 향해 물병을 던지려고 하셨다. 그런데 영우는 피하지 않고, 엉덩이를 뒤로 쏙 빼고 손을 내밀어 받을 자세를 취했다. 아빠는 영우와 똑바로 마주 보고 서서, 몸을 뒤로..
2009.08.11 -
꼴찌를 위하여
2008.05.06 화요일 5일간에 기나긴 휴일이 끝나고 다시 학교 가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운동회 날이기도 하고! 무거운 책가방은 벗어던지고, 모자를 쓰고 물병만 달랑 손에 들고 가니 발걸음이 가볍다 못해, 붕 뜨는 것 같았다. 아직 교실에는 아이들만 몇몇 와있고, 선생님은 안 계셨다. 나는 김훈이라는 아이와 미국 광우병 수입 소 이야기로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선생님께서 쌩하고 들어오셔서 칠판에 '운동장으로 나가기'라고 적어놓고 다시 급하게 나가셨다. 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 연설을 듣고, 국민 체조를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회에 돌입하였다. 오늘은 소 체육대회라서 그렇게 많은 행사는 없었다. 줄다리기, 각 반에서 모..
2008.05.07 -
봄의 향기
2008.03.01 토요일 오늘따라 집안 공기가 텁텁하여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창문 밖에서 쨍쨍 빛나는 해가 나를 부르는 거 같았다. 방과 마루에서 먼지를 피우며 펄쩍펄쩍 뛰어놀다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엄마에게 꽥 잔소리를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가 책을 폈다가 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내 심장이 타오르고 내 영혼이 요동치네요! 내 온몸이 굶주린 짐승처럼 근질거립니다! 그러니 나 놀러 나갈게요!"라고 쪽지에 써놓고 집을 나와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공원까지 다다랐다. 공원에서 빌라단지로 접어드는 계단을 팡팡 뛰어내려, 우석이 집앞에서 벨을 힘차게 누르고 "우석아!" 소리쳤다. 우석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다시 돌아 나와 그때부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008.03.02 -
신발 장수 아저씨
2007.11.07 수요일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나오니까 오후 5시쯤, 오늘의 마지막 해가 학원에서 공원에 이르는 길까지 찬란하게 빛을 펼치고 있었다. 나는 아폴론과 헬리오스의 태양 마차를 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 일광욕을 즐기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공원 입구 방범 초소 맞은 편 풀밭에서 매일 보던 신발 장수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그 아저씨는 주로 운동화를 팔았는데, 이름이 있는 좋은 브랜드 신발은 파란색 플라스틱 탁자 위에 진열해 놓았고, 이름 없는 신발들은 땅바닥에 진열해 놓았다. 그 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신발을 팔게 된 지는 한 달도 넘었는데, 손님들이 신발을 사거나 기웃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장사가 안돼서 그러는지. 항상 일자로 다문 입에 싸늘한 표정의 신발 장수 아저씨는 주로 ..
2007.11.09 -
2007.08.27 해돋이
2007.08.27 월요일 수평선 저 끝트머리가 붉어져 오네. 갈수록 구름도 빨갛게 물드네. 바닷물도 빨갛게 출렁거리네. 바다도 고기잡이 배도 갈매기도 모두 숨죽이고 해를 기다리네. 마침내 손톱만큼 모습을 드러내더니 찬란한 황금빛을 사방으로 뿜으며 서서히 몸통을 내보이네. 이제 모든게 다 드러났네. 동그랗고 이글이글 타는 빨간 태양이. - 2007.08.15 새벽 하조대에서 해돋이를 보고 나서 -
2007.08.27 -
2006.05.21 호수 공원 풀밭
2006.05.21 일요일 나는 지금 잔디밭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내 앞에는 상수리 나무 어깨 아래에서 해가 방글 방글 빛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먼 곳에는 소나무들이 비행 접시 모양을 이루면서 서 있으며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더 먼 곳에는 나무 위로 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눈 앞이 온통 초록색이다. 그리고 아빠는 나무 사이 분수를 가리키며 아빠 거인과 아들 거인이 누워서 쉬 하는 것 같다고 했다.
200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