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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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져요!
2008.10.23 목요일 오늘,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놀랐다.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입구를 나서며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할 때, 갑자기 매서운 칼바람이 내 몸을 쓱~ 휩쓸고 갔다. 나는 너무 추워서 온몸이 핸드폰 진동처럼 즈즈즈즉 흔들렸다. 그리고 '후~' 숨을 한번 내뱉었는데, 입에서 입김이 눈보라처럼 흘러나왔다. 나는 속으로 '아! 그동안 그렇게 덥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추위가 오는구나!' 생각했다. 깡 말라서 쪼글쪼글 비틀어진 나뭇잎들이 칼바람을 못 이기고 후두 두둑 떨어져 내렸다. 나는 다리를 오므리고 으으~ 하면서 걸었다. 영우는 아흐흐흐~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바람에 대항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었다. 자꾸 바람이 얇은 잠바 옷깃으로 스며들어 와서, 뼛속까지 관통하고 빠져나..
2008.10.24 -
이해하기 힘든 아이
2008.02.02 토요일 학교는 개학을 맞아 활기가 넘친다. 방학 때는 입을 굳게 다문 얼음 궁전처럼 차갑기만 했던 학교가, 교실마다 보일러 가동하는 소리와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로 추위를 몰아냈다. 4교시 수학 시간을 앞두고 교실 안은 여전히 아이들 잡담 소리로 떠들썩하였다. 나는 3교시 수 맞추기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시간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딸랑딸랑 눈을 예쁘게 뜨고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갑자기 교실 문이 끼익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래도 아이들은 잡담을 멈추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누군가 선생님께 나아가 무언가를 이르듯이 말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말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도 일제히 잡담을 뚝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 반 호봉이가 3학년..
2008.02.03 -
2007.10.26 단풍 물든 공원 길
2007.10.26 금요일 피아노 학원 마치고 지도 공원 트랙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아파트가 보일 때 쯤 어떤 아이와 아이 엄마가 아주 예쁜 나뭇잎 몇 장을 손에 들고 가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니, 저렇게 예쁜 나뭇잎을 어디서 구했지?' 하고 눈이 왕방울만큼 커져서 주위의 나뭇잎들을 한 번 살펴보았다. 그때부터 눈 앞에 단풍 나무들이 쑥쑥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빨강, 노랑, 주황색의 나뭇잎들이 어울려 붉은 은하수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눈부셨다. 내 마음도 활짝 열리면서 빨갛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고, 그러면서 추위에 움츠렸던 몸도 빨간 빛에 녹아 따뜻해졌다. 불처럼 빨간 단풍잎, 윤기 나는 바나나 껍질같은 노란잎, 잘 구워진 빵처럼 보드라운 갈색잎!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2007.10.27 -
2006.12.16 폭설
2006.12.16 토요일 밤이 되자 엄마와 나와 영우는 모험심을 키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추위를 막기 위해 목도리를 둘둘 감고, 장갑을 끼고, 단단무장하였다. 바깥은 어둡고 바람이 불면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북극 탐험 놀이를 하느라 추운 것도 잊었다. 신호등 앞에서는 지나가는 차들을 북극곰이 이동하고 있는 거라 여기며 기다렸다. 추워서 뒤뚱거리는 사람들을 펭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점에 들러 책도 사고, 햄버거도 먹고 돌아 오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눈이 살살 와서 "야! 눈이다!" 하고 좋아했는데, 갈수록 눈이 막무가내로 펑펑 쏟아져 내렸다. 엄마와 나는 안경이 눈에 젖어 하얗게 물이 흘렀고, 오리털 잠바가 눈에 파묻혀 눈사람이 되어 걸어 가는 꼴이었다. 전자 ..
2006.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