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6 폭설

2006. 12. 16. 00:00일기

<폭설>
2006.12.16  토요일

 밤이 되자 엄마와 나와 영우는 모험심을 키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추위를 막기 위해 목도리를 둘둘 감고, 장갑을 끼고, 단단무장하였다.

바깥은 어둡고 바람이 불면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북극 탐험 놀이를 하느라 추운 것도 잊었다. 신호등 앞에서는 지나가는 차들을 북극곰이 이동하고 있는 거라 여기며 기다렸다. 추워서 뒤뚱거리는 사람들을 펭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점에 들러 책도 사고, 햄버거도 먹고 돌아 오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눈이 살살 와서 "야! 눈이다!" 하고 좋아했는데, 갈수록 눈이 막무가내로 펑펑 쏟아져 내렸다. 엄마와 나는 안경이 눈에 젖어 하얗게 물이 흘렀고, 오리털 잠바가 눈에 파묻혀 눈사람이 되어 걸어 가는 꼴이었다.

전자 제품 가게 앞에서는 직원들이 내 놓은 물건들을 치우느라 난리였고, 어떤 할머니는 파마한 머리 위에 눈이 솜사탕같이 쌓여 울상이었다. 젊은 형아들은 눈을 우산으로 탈탈 튕겨 내며 깔깔 웃었다.

나는 하늘이 꺠진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눈 속을 뚫고 가는 기분이 짜릿했다. 마치 내가 북극점을 정복하는 탐험가 같았다.

집 앞에 다 왔을 때 쯤 눈발이 약해졌다. 우리는 서로 눈사람 같다고 막 웃었다. 엄마가 "제군들! 폭설을 헤치고 무사히 도착한 것을 축하한다!" 하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