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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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쓰기는 참 어려워!
2011.08.06 토요일 "하아히~!" 소리를 내며 영우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다시피 하였다. 아빠는 "아효~ 이런!" 하셨고, 나도 김이 빠져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똑같이 김빠진 콜라만 꿀꺽꿀꺽 들이켰다. 우리 가족은 올여름 휴가 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빠, 엄마가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휴일마다 비와 태풍이 약속이라도 한 듯 들이닥쳤기 때문에, 사실 이번 여름에는 그저 달력에 그려진 바다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아빠가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인터넷에서 태릉에 있는 수영장 반값 쿠폰을 끊으셔서 바다는 아니지만, 고기를 굽고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으로 잠시 놀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방학 중에는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
2011.08.11 -
하수구 물세례를 맞은 날
2011.05.20 금요일 지금 내 몸에서는 하수구의 폐수 냄새가 나고, 온몸이 찝찝하도록 꼬질꼬질 더러운 똥물이 묻어 있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투 툭, 투 톡~!" 비까지 내리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비참한 기분이 안 든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필립이와 지홍이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도롯가에 하수구 공사를 했는지, 하수구 뚜껑이 열려 있었다. 하수구 안에서 나온 걸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물질과 비가 뒤섞여, 인도와 차도 사이에 신기한 물감 같은 액체가 엄청 고여 있었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나와 친구들은 호기심이 들어 하수구 앞에 가까이 가 보았다. 구멍이 뚫린 하수구는 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꾸물꾸물 거리고 있었다. 필립이는 "상우야! 이거 되게 불쾌하다! 빨리 가자!" 하..
2011.05.24 -
종로 도서관에서
2010.08.12 목요일 오늘은 이사 온 지 3일째, 아직 컴퓨터는 개통이 안 되었지만, 아빠 컴퓨터를 빌려 일기를 쓴다. 할머니 댁은 옛날 주택가다. 그래서 할머니 댁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에 이삿짐을 싸놓고, 하나하나 옮기면서 풀었다.그런데 소낙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쌓인 짐에 비닐 지붕을 얹고 기다렸다 날이 개면 풀고 하였다. 오늘도 짐 풀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갑자기 날씨가 맑아져서, 나는 서울특별시 어린이 도서관으로 책을 읽으러 갔다. 나는 영우 손을 꽉 잡고 출발하였다. 도서관까지 가는 길에는, 넓은 찻길에 중간중간 차들이 휙휙~ 옆으로 지나가서, 인도 끝에 접착제처럼 달라붙어서 걸었다. 한차례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자그마한 언덕에 올라온다. 오른쪽으로는 사직공원이 있고, 사..
2010.08.14 -
둥지
2008.02.11 월요일 도롯가에 잎을 다 떨어뜨려낸 겨울 나무 줄지어 서 있네. 수없이 많은 나무 곁으로 차들이 쌩쌩 스쳐가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빼빼 마른 나뭇가지들이 힘겹게 떨고 있네. 이제 막 태양은 저물어 도로와 하늘은 포도색으로 물들고 수천 개의 은빛 핏줄처럼 뻗어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포도즙이 흘러내린 것처럼 스며들다가 곧 세상은 거대한 암흑으로 변한다. 나는 갑자기 길을 잘못 흘러든 것처럼 불안하다. 빨라지는 걸음 따라 노란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진다. 저 높이 시커먼 나무 꼭대기에 무엇이 걸려 있네. 비닐봉지가 걸린 것일까? 작은 먹구름이 걸린 걸까? 올라가서 잡아보고 싶네. 꺾어놓은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듯 거칠고 칙칙해 보이지만 그렇게 아늑해 보일 수가 없구나! 나도..
2008.02.12 -
2006.07.29 파업
2006.07.29 토요일 우리는 차 트렁크에 짐을 꾸역 꾸역 실어 놓고 안면도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우리도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어디서 부턴가 배가 고파오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배는 밥 달라고 꼬르륵 조르는데 피서가는 차들이 밀려 꼼짝도 안하는 것이다. 창 밖 보니 차들이 긴 기차처럼 이어져서 사고가 나서 한 발자국도 못 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휴게소까지만 참아 보기로 했으나 나는 못 참고 엉엉 울었다. 서해 대교를 거북이처럼 지나 행담도 휴게소에 도착 했을때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웃음은 문 앞에서 뚝 그쳤다. 휴게소 곳곳에 빨간 파업 깃발이 꽃혀 있었다.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식당가 문에 붙어있는 글을 보곤 실망에 차서 화장실로 갔다. 나는 생각했다. 휴게소 사장이 직원들..
2006.07.29 -
2006.07.15 폭우
2006.07.15 토요일 우리는 밤 11시쯤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우리 차를 때리듯이 쏟아졌다. 그러더니 차 앞이 아주 안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는 빨리 와이퍼를 작동시켜 빗물을 쓰러 내렸다. 하지만 빗물은 투우사에게 소가 달려 오듯이 투두두툭 소리를 내며 계속 사냥꾼이 먹이를 사냥하듯이 덮쳐왔다. 그런데 차 바퀴가 빗물을 갈라서 양 옆으로 엄청난 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앞에 차는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차가 물 위를 달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때 "어떻게 사고라도 나는 건 아니야?" 하고 호들갑을 떨었고 엄마는 "상우야 그러면 아빠 운전 방해 되잖니? 좀 침착하렴." 하셨다. 영우는 비가 차를 무너질듯이 공격하고 있는데도 세상 모르게 잠이 쿨쿨 들었다. 그리고..
200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