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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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산 가는 길
2012.01.25 수요일 나는 아소산의 정상에 올라갔다가 죽을 뻔하였다. 일본의 날씨, 정확히 최남단 규슈의 날씨는 서울의 날씨보다 훨씬 따뜻하였다. 구름 한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하늘에서는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구정 연휴에 대구에 내려갔다가 할아버지, 할머니, 큰고모 가족, 둘째 고모 가족, 막내 고모 가족, 그리고 나와 영우, 이렇게 전 가족이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가게 일 때문에 아빠, 엄마는 가지 못하셨다! 나는 후쿠오카로 가는 배 위에서 거센 높이의 파도에 대항하듯이, 파도를 눈 부릅뜨고 바라보느라 다른 가족 다 하는 배멀미도 하지 않았다. 칼데라 화산으로 유명한 아소산 입구에 모인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하지만 기상 상태는 점점 더 안좋아지고..
2012.01.29 -
친구 집에서 잠들기는 어려워!
2010.12.03 금요일 어제 난 처음으로 외박하였다. 기말고사도 끝났으니 우리 반 지호네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안된다고 그러셨고 아빠는 된다고 그러셨다. 내가 지호네 집에서 잔다고 하니까 은철이도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서, 우리는 셋이 같이 자게 되어 뛸 듯이 기뻤다. 지호와 은철이는 학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정거장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산다. 지호네 집에서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영화를 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지호집의 수많은 카드를 모아서 카드 게임을 하고, 지호네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저녁을 먹는 시간은 꼭 빠르게 흐르는 강물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어느새 창밖이 진한 블랙커피 색깔처럼 어두워지고, 우리는 마루에 깔린 이부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2010.12.04 -
내게 너무 먼 팽이 장난감
2009.01.10 토요일 꿀꺽,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스텐드 불을 켠 뒤, 후들거리는 손으로 스르르 책상 서랍을 열었다. 구석에 껌같이 접어 숨겨놓은 비상금 만 원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산책하는 척 집을 나섰다. 바깥공기는 건조해서 코끝이 말랐고, 조금 걸으니 얼음 조각이 온몸에 박히는 것처럼 차가왔다. 내가 아침 일찍 도망치듯 밖으로 나온 이유는, 오래전부터 꼭 갖고 싶었던 팽이를 사기 위해서다. 그것도 엄마, 아빠 자고 계신 틈을 타서 몰래! 그 장난감 팽이는 아이들이 흔히 가지고 노는 것인데, 난 그게 재미있어 보였고, 갖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안된다고 하신다. 무슨 팽이가 7천 원 씩이나 하냐며, 도대체 정신이 있느냐고 펄쩍 뛰다시피 하셨다. 그리고 그런 ..
2009.01.13 -
억울한 죽음
2008.04.02 수요일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구멍가게 앞에 놓인 건널목을 건너려고 할 때였다. 어떤 아저씨가 맞은 편에서 오다가 내 앞을 스쳐가면서, 내 왼쪽 팔 등을 꽉 움켜잡았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손을 급히 뒤로 빼냈다. 요즘 뉴스에서 한창 방송 중인 일산 초등학생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서 재빨리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걷다가 잠깐 뒤를 돌아보니, 우산 2개를 들고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제야 아저씨가 납치범이 아니라, 골목에서 차가 지나가자 생각에 잠겨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나를 붙잡아 준 사실을 깨닫고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요즘 일어났던 두 여자 어린이 납치 살인 사건, 폭행 사건 때문에,..
2008.04.04 -
2007.10.26 단풍 물든 공원 길
2007.10.26 금요일 피아노 학원 마치고 지도 공원 트랙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아파트가 보일 때 쯤 어떤 아이와 아이 엄마가 아주 예쁜 나뭇잎 몇 장을 손에 들고 가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니, 저렇게 예쁜 나뭇잎을 어디서 구했지?' 하고 눈이 왕방울만큼 커져서 주위의 나뭇잎들을 한 번 살펴보았다. 그때부터 눈 앞에 단풍 나무들이 쑥쑥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빨강, 노랑, 주황색의 나뭇잎들이 어울려 붉은 은하수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눈부셨다. 내 마음도 활짝 열리면서 빨갛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고, 그러면서 추위에 움츠렸던 몸도 빨간 빛에 녹아 따뜻해졌다. 불처럼 빨간 단풍잎, 윤기 나는 바나나 껍질같은 노란잎, 잘 구워진 빵처럼 보드라운 갈색잎!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2007.10.27 -
2007.04.09 자석 장난감 만들기
2007.04.09 월요일 2교시 과학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자석으로 장난감을 만들었다. 어떻게 만드는 것이었냐면 선생님이 나누어 주는 종이에다 자기가 그리고 싶은 동물이나 곤충을 그리고, 다 그렸으면 선생님한테 가지고 가서 "다 됐어요, 선생님." 하고 말하면 "너무 크다, 작다." 이렇게 말씀을 하여 주시거나, 중간 부분에 꽃핀을 꽂아 주신다. 그러면 자기 자리로 돌아 가서 통과 못한 사람은 고치거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통과를 한 사람은 꽃핀에다 실을 묶거나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서 실의 끝자락을 자기 책상에 또 한번 테이프로 붙이면 완성! 가지고 노는 법은 각자 가져 온 자석으로 꽃핀을 붙인데에 갖다 대서 붙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만든 것처럼 자석에 완전히 붙으면 안되고,..
2007.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