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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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설득시키기
2009.04.28 화요일 선생님께서 오는 5월 28일, 동두천 교육청에서 지정한 어떤 산에 올라가서, 식물이나 곤충을 관찰하고 그 자리에서 직접 보고서를 써내는 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여기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지금 손을 들라고 하셨다. 나는 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중간고사 시험 준비로 피곤해선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고, 하필 5월 28일 전날이 우리 학교 캠핑 야영하는 날이라 그나마 손을 들었던 두 세 명의 아이들도 다 손을 내렸다. 나는 난처해졌다. 왜냐하면, 2인 1조로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께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함께 할 친구를 다른 반에서 알아보겠다고 허락받았다. 난 같이 나갈 친구를 곰곰히 생각하다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선호가 딱 좋겠다고..
2009.05.01 -
마법의 실 - 도덕 시간에 읽은 이야기
2009.03.23 월요일 언젠가부터 도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 시간 중 하나가 돼버렸다. 저학년 땐 주로 규칙과 질서를 배우느라 지루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생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선생님께 책에 없는 이야기도 덤으로 얻기 때문이다. 4교시 도덕 시간, 오늘도 6모둠의 중진이부터 이라는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였다. 은 내가 지난 봄방학 때 5학년 교과서를 새로 받자마자, 심각하게 읽었던 내용이라서 자세를 잡고 귀를 쫑긋 세웠다. 어떤 건강하고 젊은 12살 소년이, 공부하기가 싫어서 나무 밑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한 노인으로부터, 자신의 시간을 상징하는 은공과 그 공에 박혀있는 금실을 받는다. 그 실을 가만히 놓아두면, 시간은 정상적으로..
2009.03.24 -
버터플라이를 보고
2009.02.01 일요일 영우랑 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상하게 극장 안은 텅 비어 있었지만, 나는 이 영화가 참 맘에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놀라거나,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거나, 심장이 불타오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소리없는 웃음이 술술 새어나왔다. 이 영화는 나비 수집가 줄리앙 할아버지와, 이웃에 사는 8살 난 여자 아이 엘자가, 이자벨이라는 보기 어려운 나비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여행 내내 고집스런 나비 할아버지와 호기심 많은 엘자의 대화가 끊임없이 흐르고, 그 뒤로 부드러운 산맥과 바람에 춤을 추는 초록색 풀들이 달력 그림처럼 따라다닌다. 나는 줄리앙과 엘자의 대화에 귀가 즐거웠고, 나비 찾아 떠난 아름다운 산 풍경에 눈이 젖었다. 엘자는 너무 어려서 말도 ..
2009.02.03 -
맘마미아 - 어마, 세상에 그럴 수가!
2008.09.16 화요일 엄마가 영화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무슨 영화요? 했더니 아바의 음악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라고 하셨다. 나는 아바라는 말에 무조건 보겠다고 하였다. 엄마가 아바 노래를 잘하시는데다, 아바 노래를 자주 들었고, 특히 어릴 때, 엄마가 아바 노래를 틀어놓고, 음악에 맞추어 나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려서 둥둥 물결을 태워주셨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목이 '맘마미아'라서 나는 텔레비전 만화 영화 '아따맘마' 같은 코믹한 내용인가 생각했다. '맘마미아'의 뜻은 'oh, my god!'와 같고, 우리말로 '어마, 세상에 그럴 수가!'하고 놀랄 때 쓰는 감탄사라고 한다. 내가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이었다면 맘마미아! 라고 외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
2008.09.18 -
학교야, 사랑해!
2008.09.01 월요일 지난 토요일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 컴퓨터에 메일이 딩동 오고 그걸 열어보신 선생님 표정이 조금 난처해지시더니, "얘들아,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 숙제가 하나 더 늘었구나!"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께서 숙제를 3개나 가득 내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9월 1일이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이라서, 개교 기념을 주제로 글짓기를 하는 거예요. 이건 잘하면 상도 줘요." 하셨다. 아이들의 울상이 좀처럼 풀어지지 않자, 선생님께서는 가장 어려운 사회 숙제를 빼주시기까지 하셨다. 개교기념일이 사회 숙제를 빼주면서까지 챙겨야 할 중요한 날인 것은 분명한데, 왜 그것을 주제로 하는 글짓기 숙제가 우리에게 부담..
2008.09.01 -
고향
2008.04.30 수요일 우리 가족은 저녁때 전에 살던 동네 할인점에 들렀다. 물건을 사고 나서 돌아오는 길옆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살던 아파트와 공원이 보였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폭포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손을 뻗으면 가 닿을 것 같은 집인데, 이제 다시는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내가 눈물과 콧물이 범벅 되어 숨을 헐떡거리자, 엄마, 아빠는 깜짝 놀라서 공원 한옆에 차를 세우셨다. 나는 차에서 내려 내가 살던 집 5층을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5층에 있는 우리 옛집 창문에서 보석처럼 불빛이 흘러나왔다. 내가 3살 때 처음 이사 와 8년 동안 살았던 집,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작고 낡고 담벼락 여기저기 구정물 같은 때가 번져 있지만, 그 집은 어둠 속에서 하얀..
2008.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