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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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먼 팽이 장난감
2009.01.10 토요일 꿀꺽,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스텐드 불을 켠 뒤, 후들거리는 손으로 스르르 책상 서랍을 열었다. 구석에 껌같이 접어 숨겨놓은 비상금 만 원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산책하는 척 집을 나섰다. 바깥공기는 건조해서 코끝이 말랐고, 조금 걸으니 얼음 조각이 온몸에 박히는 것처럼 차가왔다. 내가 아침 일찍 도망치듯 밖으로 나온 이유는, 오래전부터 꼭 갖고 싶었던 팽이를 사기 위해서다. 그것도 엄마, 아빠 자고 계신 틈을 타서 몰래! 그 장난감 팽이는 아이들이 흔히 가지고 노는 것인데, 난 그게 재미있어 보였고, 갖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안된다고 하신다. 무슨 팽이가 7천 원 씩이나 하냐며, 도대체 정신이 있느냐고 펄쩍 뛰다시피 하셨다. 그리고 그런 ..
2009.01.13 -
돌고래 복덩이 - 상우가 쓴 이야기
20008.2.22.금요일 태평양 푸른 바닷물에 아기 돌고래 복덩이가 신나게 헤엄치고 있어요. 그 애는 엄마 돌고래와 함께 어느 야자수 그늘 우거진 섬 밑에 있는 바다 동굴에서 살았어요. 복덩이는 귀엽고 자존심이 강한 돌고래였죠. 그러던 어느 날 복덩이는 학교에 입학하였어요. 복덩이는 돌고래 반에서 수면 위로 점프 하는 법을 배웠는데 그걸로 경주를 하였답니다. 그런데 자신만만하던 복덩이가 그만 꼴찌를 하고 말았어요. 집에 돌아와서 속상해하며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는 "얘야, 살면서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는 거란다. 엄마도 어릴 때는 꼴찌 한 적이 많았어! 아가야." 했지만 복덩이는 화가 풀리지 않았어요. '엄마는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몰라! 이럴 때는 응원을 해주면서 다음번에는 잘 할 수 있다고 해..
2008.02.23 -
선생님 눈에 맺힌 뜨거운 눈물
2008.02.14 목요일 오늘따라 선생님은 유달리 바빠 보이셨다. 내가 헐레벌떡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이 오셨나 힐끔 교탁을 보았을 때, 의자에 선생님 외투가 걸려 있었고, 잠시 자리를 비우신 듯했다. 잠시 후 교실로 돌아오신 선생님은 어딘가 급히 전화를 거시더니, 3학년 연구실로 또 가버리셨다. 종업식 날조차 바쁘신 선생님이 나는 아쉽기만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선생님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어, 오뚝이 눈알처럼 두 눈을 왔다갔다하며 선생님을 부지런히 쫓았다. 우리는 방송으로 교장 선생님의 따분한 연설을 들으며 종업식을 맞이하였다. 선생님은 오늘 좀 달라 보이셨다. 머리를 완전히 풀고 오셨기 때문이다. 항상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묶고 다니셨는데, 머리를 푸시니까 자유로운 대학생처럼 보이셨다. 내..
2008.02.15 -
이해하기 힘든 아이
2008.02.02 토요일 학교는 개학을 맞아 활기가 넘친다. 방학 때는 입을 굳게 다문 얼음 궁전처럼 차갑기만 했던 학교가, 교실마다 보일러 가동하는 소리와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로 추위를 몰아냈다. 4교시 수학 시간을 앞두고 교실 안은 여전히 아이들 잡담 소리로 떠들썩하였다. 나는 3교시 수 맞추기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시간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딸랑딸랑 눈을 예쁘게 뜨고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갑자기 교실 문이 끼익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래도 아이들은 잡담을 멈추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누군가 선생님께 나아가 무언가를 이르듯이 말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말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도 일제히 잡담을 뚝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 반 호봉이가 3학년..
2008.02.03 -
2007.05.29 선생님
2007.05.29 화요일 나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일이면 서미순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공부하게 된다. 지난 주에 선생님께서 이번 주 수요일이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때 난 믿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했었다. 그런데 왜 이리 뭉클한 걸까? 그냥 울고만 싶어진다. 우리 선생님은 엄숙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린 티가 나셨다. 그것은 학기 초에 우리에게 땅콩을 나누어 주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딱딱한 땅콩의 껍질을 벗겨 가듯이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 가라는 말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선생님은 운동회 때 우리가 너무 줄을 잘 안 서서 힘들어하셨다. 어느 날, 선생님 목이 많이 쉬어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목이 안 쉰 날보다 쉰 날이 더 많으셨던 것 ..
20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