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7)
-
뒤늦은 음악회 감상문
2011.08.18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거셨다고 한다. 개학한 지 3일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방학 숙제를 안 내서 꼭 가져오라고! 나는 '어마, 뜨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난처하였다. 우리 선생님은 음악 선생님이라서, 클래식이나 국악 연주회를 직접 보고 소감문을 한 편 써오라는 방학 과제물을 내셨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얼렁얼렁 미루다가, 내가 찜한 덕수궁에서 열리는 무료 재즈음악회 기한을 놓치고 말았다. 갑자기 음악 감상문을 쓰려니 막막했다. TV에서 보았던 에 대한 감상을 써볼까? 아니지, 클래식 음악이어야 한댔지? 나는 낯익은 한 편의 클래식 음악을 인터넷에서 찾아 들으며 즉흥적으로 감상문을 작성했다. 내일 선생님께서 이 감상문을 받아주실지 모르겠지만, 과제물에..
2011.08.21 -
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중학교에서의 첫날
2011.03.02 수요일 나는 드디어 강당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계단을 오르고 올라갔다. 마치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 4층 맨 꼭대기에 있는 1학년 4반 교실로 들어갔다. '6학년에서 다시 1학년이 되다니!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랑 같은 4반이 되다니 기분이 오묘하구나!' 오늘은 갑자기 꽃샘추위가 몰아닥쳐, 새 교복을 입은 몸이 으덜덜하고 떨리는 날씨였다. 청운 중학교가 오래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왠지 무서운 이야기에 나오는 으스스한 학교 같았다. 학교 복도 창가에 쇠창살은 왜 달린 거지? 내가 이런 생각에 마음이 어지러울 때, 담임 선생님께서 베이스같이 웅장한 목소리로 "여러분! 모두 앉고 싶은 자리에 마음대로 앉으세요!" 말씀하셨다. 나는 가운데 줄, 햇빛이 잘 들어오는 중간 자리 뒤편에 앉았..
2011.03.03 -
춤추시는 목사님
2010.01.29 토요일 오늘은 아빠와 친한 김 목사님의 아들이 장가를 가는 날이다. 김 목사님은 지난번 용산참사 현장에서 성탄절 전야 예배를 같이 드리기도 했었고, 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실 때 만나뵌 적도 있었다. 내 기억 속에 목사님은 정의를 위해 기도하거나 투쟁하는 모습이 많이 그려져 있어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으로 남겨져 있다. 아빠, 엄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참되고 정의로운 목사님의 아드님이 결혼하시는 자리에 가게 되었다고 들떴고, 나는 오랜만에 결혼식에 가보고 맛난 뷔페를 먹을 생각하니 마구 들떴다. 출발하기 전 우리 가족은 꼭 설날에 할아버지 댁에 가는 것처럼 분주했다. 나는 삼촌과 할머니께 "잘 다녀오겠습니다! 좋은 구경 많이 하고, 많이 먹고 올게요!" 하였고, 삼촌은 우스갯소..
2011.01.31 -
불국사의 모험
2010.05.28 금요일 지금 나는 불국사 입구에 있다. 두 개의 큰 돌계단이 왼쪽과 오른쪽에 버티고 있고, 계단 꼭대기 위로 거대한 절 문이 보이는 곳에, 경훈이와 은철이랑 같이 서 있다. 2박 3일 수학여행의 절정! 교과서에서 상상만 하던 그곳에 지금 와 있는 것이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가지고 고개를 휙휙 돌리면서, "드디어 불국사다! 길 안 잃어버리게 조심해야겠는 걸!" 하고 말했다. 그러자 경훈이도 막막한 듯이 "그래, 정말 넓다!" 했다. 그런데 불국사 계단은 올라갈 수가 없다. 이것은 국보 21호, 22호로 지정된, 연화교, 칠보교, 청운교, 백운교이다. 교과서에서는 마음껏 다닐 수 있을 것처럼 보였는데, 걸어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초록색 이끼가 낀 튀튀한 느낌의 이 계단이 국보라..
2010.06.01 -
2007.04.19 웅장한 공연
2007.04.19 목요일 오늘은 아빠가 잘 알고 있는 합창단 친구에게서 특별히 공연 티켓을 무료로 얻어서 덕양 어울림 누리 극장으로 종교 음악 공연을 보러 갔다. 무대 맨 뒤에는 합창단이 자리를 잡았고, 무대 중간에는 관현악단이 있었다. 그리고 무대 맨 앞에는 지휘자가 아주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여 인사를 하였는데, 그 모습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려고 준비하는 새 같았다. 나는 공연 팜플렛을 뒤적이며 이게 도대체 무슨 공연인지 알아보려고 애썼지만, 다 외국말로 써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하였다. "뜨드든!" 하며 세상이 기지개를 켜듯이 웅장한 소리가 공연장 안에 울려 퍼졌다. 연주가 진행될수록 합창도 시작되었고 내 눈도 점점 커졌다. 그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별별 악기들의 소리가 합..
2007.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