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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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도서관에서 먹은 라면
2010.10.09 토요일 오늘은 주말에 집에서 뒹굴지 않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보려고, 종로도서관 자율 학습실로 갔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중학생, 고등학생 형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다. 나는 어렵게 구한 번호표를 가지고, 제4 자율 학습실로 들어가 공부를 하였다. 밖에 사직공원에서는 무슨 운동회가 열리는지,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어기여차,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하는 소리로 한창 시끄러웠다. 그래도 나는 운동회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추어 즐겁게 수학 문제를 풀었다. 어느새 길고 어려웠던 수학 1단원이 끝나고,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켰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빠가 두고두고 쓰라던 만원을 들고, 지하 1층의 매점으로 한달음에 겅중겅중 소리 없이 뛰어갔다. 도서관 식당도..
2010.10.12 -
태양을 끄는 수레
2008.09.02 화요일 합동 체육 시간, 우리는 오랜만에 운동장에 나가 공 주고 받기를 하며 몸을 풀었다. 마침 하늘엔 구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가을 햇볕이 살을 태울 것 같은 기세로 이글거렸다. 선생님께서 이번 가을 운동회 때,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수레 끄는 단체 경기를 할 거라고 하시면서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먼저 우리 반을 여자, 남자 8명씩 4조로 나누고, 1조에 4명씩 또 앞조와 뒷조로 나눈다. 그리고 앞조와 뒷조에서 각각 수레에 탈 사람과 수레를 끌 사람을 1명씩 정한다. 이렇게 해서 2사람이 수레에 타면, 수레를 끄는 2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깃발 반환점을 돌아 다음 팀에게 바톤 터치하는 합동 경기다. 선생님께서 몇몇 여자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이게 하시고나서, 우..
2008.09.03 -
꼴찌를 위하여
2008.05.06 화요일 5일간에 기나긴 휴일이 끝나고 다시 학교 가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운동회 날이기도 하고! 무거운 책가방은 벗어던지고, 모자를 쓰고 물병만 달랑 손에 들고 가니 발걸음이 가볍다 못해, 붕 뜨는 것 같았다. 아직 교실에는 아이들만 몇몇 와있고, 선생님은 안 계셨다. 나는 김훈이라는 아이와 미국 광우병 수입 소 이야기로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선생님께서 쌩하고 들어오셔서 칠판에 '운동장으로 나가기'라고 적어놓고 다시 급하게 나가셨다. 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 연설을 듣고, 국민 체조를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회에 돌입하였다. 오늘은 소 체육대회라서 그렇게 많은 행사는 없었다. 줄다리기, 각 반에서 모..
2008.05.07 -
2007.05.29 선생님
2007.05.29 화요일 나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일이면 서미순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공부하게 된다. 지난 주에 선생님께서 이번 주 수요일이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때 난 믿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했었다. 그런데 왜 이리 뭉클한 걸까? 그냥 울고만 싶어진다. 우리 선생님은 엄숙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린 티가 나셨다. 그것은 학기 초에 우리에게 땅콩을 나누어 주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딱딱한 땅콩의 껍질을 벗겨 가듯이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 가라는 말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선생님은 운동회 때 우리가 너무 줄을 잘 안 서서 힘들어하셨다. 어느 날, 선생님 목이 많이 쉬어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목이 안 쉰 날보다 쉰 날이 더 많으셨던 것 ..
2007.05.29 -
2006.09.15 화려한 공연
2006.09.15 금요일 운동회 2부 마지막 쯤에 5,6학년 형들의 공연이 시작 되었다. 형들 모두 빨간 티를 입고 태극 깃발을 흔들며 춤을 추었다. 애국가에 맞추어 하나같이 움직였는데 우리가 평소에 부르는 애국가보다 더 빠르고 힘차고 기운이 넘쳤다. 앞줄부터 차례 차례 깃발을 들어 올리고 내릴때 파도가 치는 것처럼 웅장했다. 그리고 호랑이가 뒤에서 뛰어 오르는 것처럼 박진감 넘쳤다. 이것을 지켜 보던 응원석과 운동장 안에서는 우뢰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교 전체가 깃발을 타고 날아 오르는 것 같았다. 너무나 멋진 운동회였다.
2006.09.15 -
2006.09.07 운동회 연습
2006.09.07 목요일 요즘 들어 선생님들께서 다른 때보다 유달리 바빠지셨다. 아침 조회 시간에 2학년 전체가 운동장에 모여 뉴 둘리송 연습을 하였다. 2학년 전체가 모이니 와글 와글 시끌벅적 하였고 각 반 선생님들은 흐트러진 아이들을 바로 잡느라 남의 반도 혼내셨다. 나도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간격이 벌어져서 혼이 났다. 연습이 시작 되자 우리 모두가 군대같이 움직였다.스피커에서는 둘리송 음악이 울려 퍼졌고 아이들의 발소리가 쿵쿵쿵 운동장을 때렸다.그런데 준영이는 다른 노래를 부르면서 하는둥 마는둥 뒤를 보고 자꾸 발길질을 했다. 더운 바람이 불고 땀도 났지만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운동회 연습이 나는 즐거웠다.
200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