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25)
-
달리기의 여왕
2009.06.24 수요일 1교시 체육 시간, 우리 반은 여느 때처럼 운동장에서 단계별로 기초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요즘 한창 기말고사 준비를 하느라 피곤한 탓인지, 모두 찌뿌드드한 표정으로 기초운동을 해나갔다. 게다가 날씨는 어떤가? 습기 한 점, 구름 한 점 없고, 따가운 햇볕에 닿는 부분은 살이 타들어가 까맣게 재가 되는 것 같았다. 특히 철봉을 만질 땐 불로 달군 쇠를 잡는 것 같이 코끝이 일그러졌다. 그러자 체육 선생님께서는 시들시들 시금치처럼 늘어진 우리를 모이게 해서, 남자, 여자 나란히 줄을 세워 운동장 중간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고는 앞줄에 선 아이들이 "이어달리기를 해요~"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나는 곧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제발 안돼! 얘들아, 이어달리기만은~ 너희들 나 ..
2009.06.25 -
내년에 만나자 물로켓!
2009.04.07 화요일 오늘은 드디어 물로켓 발사하는 날! 3교시가 되자 나는,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서 함께 했던 상상 속의 조종사 한 명과 마지막 화이팅을 외치며, 기대에 들떠서 교실 밖으로 나왔다. 지난주 토요일은 과학 행사의 날로 온종일 물로켓을 만들었고, 월요일인 어제 운동장에서 발사하려 했는데, 펌프에 이상이 생겨서 오늘로 미루어진 것이다. 4학년까지는 글짓기를 선택하여 써냈는데, 이번에는 글짓기 종목이 사라져서 처음으로 물로켓 발사에 도전해 보았다. 나는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 잘 날게 할 수 있을까? 밤 늦게까지 아빠랑 설명서를 보고 연구하고, 인터넷을 뒤지며 고민했었다. 그러면서 왠지 신이 났다. 우리 반은 물로켓 발사하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
2009.04.08 -
승부가 뭐길래!
2009.02.07 토요일 4교시에 국화 반과 축구 시합을 하였다. 안개 때문에, 오늘따라 운동장을 감싸는 공기가 음침하게 느껴졌다. 국화 반이 어떤 반인가! 유난히 운동을 좋아하는, 덩치 크고 기운 팔팔한 아이들이 몰려있기로 이름난 반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되자마자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격전이 펼쳐졌다. 나는 수비수로 뛰면서 비정한 눈빛의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국화 반 아이들에게 은근히 기가 죽었다. 하지만, 겁먹은 티 내지 않고 눈썹에 힘을 주고, 이를 앙 문 채 밀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는 곰이 아니다, 사자가 되어야 해, 공을 놓치지 말자!'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안간힘을 썼는데, 전반전은 2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전이 들어서자, 우리 송화 반은 더 악착같이 달렸다. 특히, 준렬이, 성환이..
2009.02.09 -
개학을 한 뒤 달라진 것
2009.02.05 목요일 오늘 아침에는 하얀 눈이, 소금을 솔솔 뿌리는 것처럼 내렸다. 눈은 잠바에 닿아도 스르르 녹지 않고, 통통 튕겨나갔다. 아직은 어두침침한 길, 하나, 둘씩 소금 눈을 맞으며 걷던 아이들이 자꾸 모이고 모여서,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 학교 가는 길은 붐비고 활기 넘쳤다. 어제 우리 학교는 개학을 했다. 아이들은 명절날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맘 놓고 떠든다. 교실 창문으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소리가, 짹째재잭 봄을 맞은 새소리 같다. 우리 반은 담임 선생님께서 어학연수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셔서, 체육 선생님이 임시 담임 선생님을 맡으셨다. 나는 우리 선생님을 볼 수 없어 마음 한쪽이 너무 쓰렸지만, 꾹 참고 선생님의 이름을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임시 선생님의 수업..
2009.02.06 -
싸움
2008.11.14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자유 활동 시간이라 아이들은 운동장 여기저기 흩어져서, 산만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 입구에서 해영이가 목을 높여 노래 부르듯 소리쳤다. "해송이는 수아를 좋아한대요오~!" 해영이 앞에 몇 발짝 떨어져 걷던 해송이가 뒤를 돌아보며 "야, 이 새끼야! 거기서!" 하며 달려들었다. 해영이는 "나 잡아봐라!" 하며 교실 쪽으로 달아났다. 해송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해일처럼 해영이를 쫓아갔다. 나도 놀라 해송이를 뒤쫓아갔는데, 해송이가 하도 빨리 뛰어 반만 달리다 멈추었다. 잠시 뒤 해송이가 씩씩거리며 나타나서 해영이를 놓쳤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뒤쪽으로 돌아 다시 나타난 해영이가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워가지고 와, 마구 던지기 시작하는 것..
2008.11.15 -
날아라 계란!
2008.09.09.화요일 요즘 우리가 운동회 연습 때문에 지쳐 있자, 선생님께서 우리를 위해 뭔가 재미있는 것을 고안하셨다. 미술 시간 1교시부터 2교시에 걸쳐서, 계란 낙하산 놀이 준비를 하느라, 우리 송화 반은 한참 분주하였다. 계란 낙하산 놀이란, 수수깡으로 집을 만들어 그 안에 계란을 넣고, 신문지로 낙하산을 만들어 실로 계란 집과 연결한 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과연 계란이 깨지는가 안 깨지는가 해보는 놀이다. 우리는 모둠마다 어떻게 하면 계란이 깨지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계란을 넣을 수수깡 집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었다. 종이컵에 계란을 넣고 그 위에 수수깡 지붕을 덮은 모둠도 있고, 수수깡을 별모양으로 엮어 그 속에 계란을 넣은 모둠도 있었는데, 그 중 우리 모둠은 가장 단순한 모양이 안전..
200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