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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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가지마!
2007.11.25 일요일 오늘은 내가 큰맘 먹고 반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원래는 우석이, 우석이 동생 서진이, 민석이, 현승이, 재완이, 낙건이를 초대하려고 했는데, 우석이는 갑자기 어디 갔는지 전화 연락도 안 되고, 집에도 없었고, 민석이는 목욕탕 간다고 못 왔다. 그래서, 현승이, 재완이, 낙건이만 우리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놀다가 집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공놀이를 하려고, 축구공을 가지고 공원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풀밭에서 놀고 싶어 했는데, 내가 청소년 수련관 앞에 있는 운동장에서 놀자고 우겨서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운동장에서는 이미 동네 형들이 자리를 차지했고, 축구 연습이 한창이었다. 현승이가 "역시나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모두 툴툴거리며 발걸음을 ..
2007.11.26 -
2007.10.22 빛을 쏘는 아이들
2007.10.22 월요일 4교시 체육 시간에 과학 시간 때 못했던 실험을 하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우리는 먼저 손거울을 가져온 사람과 안 가져온 사람으로 나누어, 3m 정도 거리를 두고 나란히 마주 섰다. 그런 다음 손거울을 가져온 사람이 거울을 자기 쪽으로 향하지 않게 반대 편으로 거울을 돌려 비추었다. 나는 낙건이 가슴을 향해 거울을 비추었다. 그랬더니 거울에서 광선이 나가듯이 노란 빛이 낙건이 가슴을 맞추었다. 낙건이는 그 빛을 지우려는 듯이 두 손으로 가슴을 박박 문질렀다. 어떤 애는 빛을 더 맞으려고 두 손을 펼치고 빛을 향해 뛰어다녔고, 또 어떤 애는 빛을 피하려고 요리조리 뛰어다녔다. 빛을 쏘는 아이들은 사냥꾼처럼 한 명이라도 더 맞추려고 안달이 나서, 그야말로 레이저 쇼처럼 정신없는 수..
2007.10.22 -
2007.01.03 싸늘한 운동장
2007.01.03 수요일 영어 수업을 마치고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방학이라서 교실 문들이 모두 잠겨 있었다. 그래서 운동장까지 밀리듯 가 보았다. 나는 운동장 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이가 오들오들 떨리고 주먹밥이 얼음 덩어리처럼 차갑고 딱딱했다. 입을 벌릴 때마다 추위가 솔솔 들어와서 먹고 난 다음에 언 입을 손으로 닫아 주어야 했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때문에 모래 바람까지 날려서 잠바로 도시락을 감싸고 먹어야 했다. 집 나온 거지가 이런 것일까? 눈물이 찔끔 났다. 그러나 내가 북극에 앉아 언 물고기를 먹고 있는 펭귄 같다는 기분이 들어 웃음도 났다. 엉덩이까지 얼어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언 몸을 이끌고 뚱기적 뚱기적 피아노 학원으로 갔다..
2007.01.03 -
2006.09.07 운동회 연습
2006.09.07 목요일 요즘 들어 선생님들께서 다른 때보다 유달리 바빠지셨다. 아침 조회 시간에 2학년 전체가 운동장에 모여 뉴 둘리송 연습을 하였다. 2학년 전체가 모이니 와글 와글 시끌벅적 하였고 각 반 선생님들은 흐트러진 아이들을 바로 잡느라 남의 반도 혼내셨다. 나도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간격이 벌어져서 혼이 났다. 연습이 시작 되자 우리 모두가 군대같이 움직였다.스피커에서는 둘리송 음악이 울려 퍼졌고 아이들의 발소리가 쿵쿵쿵 운동장을 때렸다.그런데 준영이는 다른 노래를 부르면서 하는둥 마는둥 뒤를 보고 자꾸 발길질을 했다. 더운 바람이 불고 땀도 났지만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운동회 연습이 나는 즐거웠다.
2006.09.07 -
2006.06.22 축구 수업
2006.06.22 목요일 오늘은 새로운 특기 적성 수업이 있는 날이다. 우리는 운동장 스탠드 왼쪽으로 모였다. 감독님께서 출석을 부르셨다. 먼저 아웃 사이드와 드로잉을 배우고 손으로 공을 떨어뜨려서 발등으로 다시 차 올리는 연습을 하였다. 그런데 나는 공이 차이질 않고 발등을 맞고 공이 자꾸 튕겨 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실전 연습경기에 들어갔다. 나는 노란팀이 되어 빨강팀과 싸웠다. 나는 공을 쫓아 다니기만 하고 한번도 차 보지를 못했다. 게다가 공에 볼을 얻어 맞기까지 했다.
2006.06.22 -
2006.04.29 힘찬 응원
2006.04.29 토요일 우리 반 아이들이 운동장 스탠드에 모두 모였다. 청군과 백군의 대표들이 각각 2명씩 나가 달리기 시합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반 대표로 이현기와 민재준이 나갔다. 2-1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자 고학년 형들이 먼저 땅! 거세게 출발하였다. 선수들은 제각기 파란색 막대와 하얀색 막대를 들고 달렸다. 청군이 계속 이기다가 다섯 바퀴 쯤 돌 때 백군이 역전을 하였다. 나는 내 응원이 선수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였다. 그런데 청군 응원 소리가 백군 소리에 파묻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신능 초등학교 운동장이 응원 소리로 뒤집어 질 것 같았고, 해도 우리의 앞 길을 비추어 주려고 쨍쨍하였다.
200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