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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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에서 저녁 먹기
2010.09.27 월요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 오려니 몸이 조금 피곤하였다. 집에 와서 손발을 씻고 저녁을 먹고 잠깐 눈이나 붙일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셨다. "여보세요? 응, 그랴~ 어, 상우하고 영우만 집에 있는데! 응? 저녁 지금 막 먹었는데? 또? 그랴~ 됐어, 됐어." 할머니께선 전화를 끊으시더니 아직 아래층에 있던 영우에게, "영우야, 아직 배 더 고프니?" 물으셨다. "삼촌이 지금 집 앞에 환경 연합에서 저녁 먹는데 같이 먹자 하네!", 영우는 "네! 가고 싶어요!" 하였다. 참! 여러분께 우리 외삼촌을 이야기해 드렸나? 우리 막내 외삼촌은 유모 감각이 넘치는 분이다. 그리고 변호사이며 환경 연합 회원이기도 하다. 나는 ..
2010.09.29 -
친구 집에서 먹은 치즈 떡볶이
2010.07.10 금요일 오늘 친구들과 영우와 오후 내내 축구를 하였다. 우리는 지치고 힘들고 목말라서 각자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재호가 "야, 우리 집에 가서 좀 쉬자!" 하였다. 마침 재호는 우리 집 바로 옆라인 1층에 살고 있어서 가까운 거리였다. 영우랑 나랑 재호는, 더운 날씨에 땀에 옷이 쩔어붙은 상태로 싸움이라도 한바탕 한 것처럼 절뚝거리며, 서로 부축을 하고 재호네로 들어갔다. 그러나 곧 나는 재호 엄마 앞에서 "안녕하세요?" 하고, 90도로 인사를 하며 공손한 아이로 돌변했다. 그러니 영우도 따라서 "안녕하세요?" 하며 카랑카랑하고 예쁘게 인사하였다. 재호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배고플 테니까 떡볶이를 만들어준다고 하셨다. "저, 저는 괜찮은데...", "아니야, 상우와 영우도..
2010.07.12 -
밥 두 공기
2009.11.24 화요일 오늘은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거른 채 학교에 갔다. 그래서 오전 내내 배가 고팠다. 어제저녁에 먹었던 아주 질고 맛없던 밥도 옛날처럼 아쉽고 그리워졌다. 배가 한번 고프기 시작하니 뱃속에서 고골고골 앓는 소리가 나면서 배가 밑으로 폭삭 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때때로 혀를 힘없이 쏙 내밀고, 손으로 꽈르륵거리는 배를 계속 사알살 문지르며 달래주어야 했다. 급식 시간이 되자 나는 오징어 볶음을 밥에 비벼서 푸바바밥!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그러나 활활 타는 소각로에 휴지 한 조각 넣은 느낌이 들 뿐, 별로 배가 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밥을 열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은 수업 끝나고 1학년 6반 교실을 청소하는 날이었다..
2009.11.26 -
우리 학교에 닥쳐온 신종플루
2009.08.27 목요일 "딩댕, 동댕~ 현재 관리사무소에서 긴급 속보를 알려 드립니다! 삼숭초등학교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했으니, 8월 27일 오늘부터 9월1일까지 임시 휴교에 들어갑니다!" 아침 7시 40분, 막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을 때 들려온 안내방송이었다. 우리는 마치 전쟁이 났다는 방송을 들은 것처럼 얼굴이 하얘졌다. 그렇지 않아도 밖에는 비가 폭탄처럼 엄청나게 쏟아지고, 천둥도 쿠구궁! 쉬지 않고 내리쳤다. 가방을 싸던 영우는 겁먹은 얼굴로 내 옆에 바짝 붙었다. 나는 영우를 쓰다듬고, 친구 석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희는 아직 자고 있었다. 또 친구 성환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순간 더럭 겁이 났다. 오늘부터 신종플루 때문에 등교할 때, 교문 앞에서 체온을 재기로 했..
2009.08.29 -
차 따르는 재미
2009.02.15 일요일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시내 중국집으로 자장면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벽면에 일자로 붙어 있는 자리 중, 맨 구석 창가 자리를 얻었다. 그곳은 옆 손님들과 너무 딱 붙은 비좁은 자리였다. 외투를 벗어놓을 자리가 없어, 엄마는 외투를 둘둘 말아 각자 등 뒤에 쿠션처럼 고이게 하셨다. 바로 내 옆엔 입가에 자장면 소스를 듬뿍 묻힌 어린 아기가, 나를 빙글빙글 재미있는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식사가 나오기 전, 물 대신 돼지 저금통 크기만 한 찻주전자가 나왔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 나뭇잎 무늬가 있는 항아리 모양의 주전자였는데, 뚜껑 위에 얇은 손잡이도 있었다. 그리고 동그란 찻잔도 딸려 나왔다. 나는 불쑥 엄마, 아빠에게 차를 따라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른손을 쭉 뻗어..
2009.02.17 -
2007.08.07 생일 파티
2007.08.07 친구들이 오나 궁금해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마중을 나갔더니, 마침 "땡" 하고 문이 열리며 진정우, 김서영, 김준영이 우산과 포장된 선물을 들고 나타났다. 나는 식탁에 차린 음식이 식을까 봐 부랴부랴 친구들을 집 안으로 안내하였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내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고맙고 뿌듯했다. 친구들은 굶고 온 아이들마냥 치킨이며 떡볶이며 초밥, 슈크림 빵, 과일들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나는 친구들 많이 먹으라고 일부러 천천히 조금만 먹었다. 드디어 케잌을 자르는 순간이 왔다. 친구들은 신이 나서 생일 축하 노래를 목청껏 불렀고, 엄마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소감도 물어보셨다. 나는 너무 행복해서 내 몸이 하늘로 부웅 날아 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가..
2007.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