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14)
-
대통령의 죽음
2009.05.23 토요일 내 나이 12살인 2009년 5월 23일 오늘, 나는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다가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의 주름진 웃는 얼굴이 자꾸 나오는데, 서거라고 해서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 봉하 마을, 부엉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에 물고 있던 라면이 다시 나와 주르륵 흘러 떨어졌는데도 감각이 없었다. 김밥을 싸는 아주머니도 주인아저씨도 손님도,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자꾸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힐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도대체 무슨 ..
2009.05.25 -
죽지 않는 남자
2008.07.02 수요일 수업을 마치고 예민이와 석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예민이가 학교 앞 상가에서 엄마를 만나 돈을 타서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보자마자 강아지처럼 사악 핥아먹었는데, 예민이와 석희는 점잖게 앙 베어 먹었다. 내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잔뜩 묻은데다 입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니까, 석희와 예민이는 기겁을 하였다. 예민이랑 석희는 소곤소곤 나랑 떨어져 걷자고 속삭였다. 난 애들에게 더 바짝 붙어 걸으며 일부러 계속 아이스크림을 입에 묻혔다. 그러다가 애들의 충격도 가라앉힐 겸, 화제를 바꾸어 말을 걸었다.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불로장생 이야기에 살을 붙여 예민이와 석희에게 들려주었다. "어떤 과학자가 있었어. 그는 불로장생 할 수 있는 약을 만드는 데, 오랜..
2008.07.06 -
강낭콩과 채송화
2008.06.28 토요일 기말고사를 앞두고 나는 과학 과목 중 강낭콩 단원을 공부하였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문득 강낭콩의 한살이와 사람의 한평생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낭콩에 싹이 트고 줄기와 잎, 가지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또 다른 씨앗을 남긴다. 이걸 사람의 한살이로 치면, 태어나고, 점점 자라나고 인생이 만발해지고, 자식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아무리 하찮게 보이고 값어치 없게 보일지라도, 생명이 처음 탄생할 때와 죽을 때까지의 과정이 모두 고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느님이 신비해진다. 하느님은 가장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고 귀하게 만든 사람과, 말 못하고 단순한 식물의 한살이 과정을 똑같이 만드신 걸 보니, 공정하시구나! 순간 나는 2학년 때 썼..
2008.06.30 -
2007.01.19 슬픈 소식
2007.01.19 금요일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벼락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것은 내 동생 영우가 다니는 미술 학원이 사정이 어려워져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술 학원은 내가 초등학교 들어오기 전에 4년 동안이나 다녔던 곳이기도 하다. 엄마는 충격과 근심에 가득 찬 얼굴로 그 소식을 전하셨다. 나는 처음에 놀라서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멍하였다가 점점 슬픔에 못이겨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침대에 엎드려 이불을 덮고 펑펑 울었다. 라임 오렌지 나무 학원은 나에게 너무 소중한 곳이었다. 그래서 내 어린 시절도 없어져 버린 느낌이었다.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앞으로 어디로 가셔야 하나? 그리고 내 동생 영우는 어디서 배우지? 그 많은 즐거운 추억들과 어떻게 안녕..
2007.01.19 -
2006.07.30 바다
2006.07.30 일요일 우리는 바닷가 갯벌 앞에서 준비 운동을 하였다. 팔을 허리 옆까지 대고 굽히기도 해보고 손을 무릎에 대고 굽혀 보기도 하였다. 우리는 바다 얕은 데서 깊은 곳으로 옮겨 갔다. 나는 개구리 헤엄을 쳤다. 나는 학교에서 방학을 하는 이유를 이제 좀 알 것 같다. 껍데기를 벗으라고 였다. 껍데기란 공포심과 불쾌함 그리고 증오감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바닷물이 그걸 다 씻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아이들이 나에게 욕을 하고 머리를 왜 때리는지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항상 느리다고 어딜 가나 구박을 받다 보니 누가 날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슬픔과 분노가 차올라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린 스님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파도가 나의 그런 것들을 마그마가 물건을 녹이듯..
2006.07.30 -
2006.07.11 선생님
2006.07.11 화요일 나는 오늘 학교에서 슬프고도 충격적인 소식을 알게 되었다. 바로 선생님이 얼마나 아프시면 벌써 연속 이틀 째 결석이다. 얼마나 아프시면 그럴까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결석하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기운이 팔팔 넘치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틀 동안 선생님은 또 우리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선생님 부디 빨리 나으세요.
200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