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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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야, 사랑해!
2008.09.01 월요일 지난 토요일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 컴퓨터에 메일이 딩동 오고 그걸 열어보신 선생님 표정이 조금 난처해지시더니, "얘들아,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 숙제가 하나 더 늘었구나!"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께서 숙제를 3개나 가득 내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9월 1일이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이라서, 개교 기념을 주제로 글짓기를 하는 거예요. 이건 잘하면 상도 줘요." 하셨다. 아이들의 울상이 좀처럼 풀어지지 않자, 선생님께서는 가장 어려운 사회 숙제를 빼주시기까지 하셨다. 개교기념일이 사회 숙제를 빼주면서까지 챙겨야 할 중요한 날인 것은 분명한데, 왜 그것을 주제로 하는 글짓기 숙제가 우리에게 부담..
2008.09.01 -
달팽이와 수업하는 아이들
2008.05.29 목요일 3교시 체육 시간이 끝나고 중앙 화단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데, 화단 풀숲 여기저기에서 달팽이가 보였다. 실내화를 갈아신던 아이들은 달팽이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 올리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였다. 달팽이를 자세히 보니, 조그만 게 귀엽기도 하고, 툭 튀어나온 까만 눈에 뭔가 닿으면, 눈을 살 속으로 집어넣었다가, 다시 쑥 나오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제각기 달팽이를 몰래몰래 교실로 가져갔다. 수업 시간 내내 아이들은 달팽이를 나름대로 보관하며 수업을 들었는데, 나는 그 모습이 신기하여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떤 아이는 언제 준비했는지, 커다란 병뚜껑에 휴지를 깔고, 물을 적셔 그 위에 풀잎을 몇 장 얹어, 달팽이를 올려놓았다. 또 어떤 아이는 책상 위에..
2008.06.02 -
이해하기 힘든 아이
2008.02.02 토요일 학교는 개학을 맞아 활기가 넘친다. 방학 때는 입을 굳게 다문 얼음 궁전처럼 차갑기만 했던 학교가, 교실마다 보일러 가동하는 소리와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로 추위를 몰아냈다. 4교시 수학 시간을 앞두고 교실 안은 여전히 아이들 잡담 소리로 떠들썩하였다. 나는 3교시 수 맞추기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시간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딸랑딸랑 눈을 예쁘게 뜨고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갑자기 교실 문이 끼익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래도 아이들은 잡담을 멈추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누군가 선생님께 나아가 무언가를 이르듯이 말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말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도 일제히 잡담을 뚝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 반 호봉이가 3학년..
2008.02.03 -
가루 녹이기
2007.11.12 월요일 나는 2교시 과학 시간에 있을 가루 녹이기 실험을 앞두고 책상 위에 내가 준비해 온 가루들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엄마가 조그만 비닐봉지마다 가루를 넣고 이름을 붙여 주셔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가루 학자가 된 기분으로 가루 봉지를 요리조리 주무르고 찔러 보았다. 소금과 설탕은 알갱이가 굵어서 유리 파편처럼 뾰족해 보였고, 베이킹 파우더는 둥실둥실해 보였고, 밀가루는 조금만 봉지를 건드려도 주르륵 금이 갔는데 소다는 아무리 건드리고 주물러도 갈라지지 않았다. 이 많은 가루들을 한 번씩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한데 섞어서 부글부글 마법의 약을 만들어도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참고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 6모둠은 주로 소금을 많이 가져왔..
2007.11.12 -
2007.05.31 새로 시작
2007.05.31 목요일 아침 자습 시간에 한자를 쓰고 있을 때, 갑자기 박영은 선생님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하며 들어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오른쪽 손에 걸고 계셨던 가방을 교탁위에 '탁' 올려 놓으시고나서 컴퓨터 있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셨다. 바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우리는 모두 1교시 국어 책을 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직도 새 선생님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하고 산만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엄격한 눈초리로 우리들의 흐트러진 태도를 지적하셨다. 나는 왠지 선생님이 무서운 분 같아 바짝 긴장이 되었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 목소리는 맑고 쩌렁쩌렁하였다. 그런데 무언가 아직은 어색하고 서먹했던 우리 반 수업 분위기가 4교시 사회 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좀 더 활..
2007.05.31 -
2007.04.27 앞자리
2007.04.27 금요일 6교시가 시작됐다. 선생님께서는 "이제부터 자리를 바꿀테니 선생님이 부르는 사람은 교실 오른쪽 벽으로 나와 모이세요'" 하고 말하셨다. 아이들이 다 나오자 반대로 선생님이 지정해 준 자리에 앉는 순서가 왔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나의 자리를 지정하여 주셨다. 그런데 왠지 뜻밖이었다. 나는 키가 커서 뒷자리에 속하는 데 앉을 줄 알았는데, 앞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그것도 맨 앞자리에! 나는 선생님께서 왜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조금 뒤 선생님께서 나의 생각을 읽으셨는지 "상우, 앞자리에 앉아서 지난 일 반성 좀 해." 하셨다. 나는 드디어 기억했다. 원래 앞자리는 말썽을 많이 피우고 혼이 많이 나는 애들이 앉는 자리였다. 나는 "흐음" 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
2007.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