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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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회장 선거
2009.03.13 금요일 선생님은 얼마 전에 교실에 새로 들어온 TV를 자랑스럽게 켜셨다. 그리고 전교 회장 선거가 열리는 우리 학교 강당이 나오는 화면에 채널을 맞추시고, 회장, 부회장 후보의 연설을 들으라고 하셨다. 5, 6학년 중 자원한 열 몇 명 되는 후보들의 연설을, 하나하나 방송으로 들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설을 들으며 무엇보다 화면에 비추는 후보들의 눈빛을 자세히 관찰했다. 나는 눈빛을 통해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어떻게 눈빛을 통해 아느냐고? 그 기준은 간단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삶에 대한 의지와 목표가 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은 눈에서 푸른 빛이 나온다. 아니, 눈빛에서 푸른 희망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눈빛은, 나이가 아주 많은 할아버..
2009.03.14 -
2007.03.08 투표
2007.03.08 목요일 드디어 투표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이렇게 도장 찍은 종이를 나누어 주면 반으로 접어서 왼쪽에는 남자 중에서 맘에 드는 회장 후보를 쓰고, 오른쪽에는 여자 회장 후보를 각각 1명 씩 쓰세요." 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우리 반은 아무도 없는 밤길처럼 조용해졌다. 놀 때는 그렇게 시끄럽던 우리 반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 누구를 뽑을까 고민하느라 쥐 죽은듯 조용해진 것이다. 어떤 아이는 이미 결정했다는 듯이 단호하게 적었고, 어떤 아이는 식은 땀을 흘리며 쓸락말락 연필만 만지작거렸다. 나도 갑자기 잘 모르는 애들을 뽑으려니 갈피가 안잡혀서 머리가 좀 아팠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모습과 오늘 연설을 생각하며 책임감 있는 아이를 찾아 보았다. 그래, 얘라면 거뜬이 해낼 수..
2007.03.08 -
2006.05.31 꼭대기
2006.05.31 수요일 우리는 지방 선거를 마치고 행주산성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행주산성 담벼락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 가족은 행주산성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 양쪽은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힘들어서 땀을 많이 흘렸다. 맨 꼭대기에 올라 왔을 땐 탑이 하나 있었는데 탑 근처에서 아래를 보니 엄청나게 많은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래에는 강물과 주택들이 보였다. 강물 위에는 빨간 다리가 있었는데 그 다리 위에는 차들이 빼곡히 차여 있었다. 나는 산 위에서 이런 멋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가지며 "아!" 소리를 질렀다.
200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