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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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산 가는 길
2012.01.25 수요일 나는 아소산의 정상에 올라갔다가 죽을 뻔하였다. 일본의 날씨, 정확히 최남단 규슈의 날씨는 서울의 날씨보다 훨씬 따뜻하였다. 구름 한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하늘에서는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구정 연휴에 대구에 내려갔다가 할아버지, 할머니, 큰고모 가족, 둘째 고모 가족, 막내 고모 가족, 그리고 나와 영우, 이렇게 전 가족이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가게 일 때문에 아빠, 엄마는 가지 못하셨다! 나는 후쿠오카로 가는 배 위에서 거센 높이의 파도에 대항하듯이, 파도를 눈 부릅뜨고 바라보느라 다른 가족 다 하는 배멀미도 하지 않았다. 칼데라 화산으로 유명한 아소산 입구에 모인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하지만 기상 상태는 점점 더 안좋아지고..
2012.01.29 -
추석에 모인 가족
2010.09.21 화요일 나는 작지만 힘차게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저희 왔어요!", "어휴, 그랴~ 이제 오는 겨?" 할머니는 웃는 얼굴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리를 마중 나와 주셨다. 그 옆에는 "왔어요?" 하며 팔짱을 끼고 맞아주는 둘째 고모와, 뒤에서 지현이 누나와 수연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서 가만히 인사하였고, 더 뒤에 집안에서는 할아버지께서 뒷짐을 지고 "왔냐?" 하시는 모습이 그림처럼 보였다. 할아버지 댁에 들어서자, 오랜만에 아파트의 탁 트인 넓은 마루가 보여 신이 났다.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절을 하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추석은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는 소파에 앉아서 TV에 초점을 맞추셨다. 할아버지는 새로운 소식을 찾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처럼..
2010.09.25 -
마을버스에서 선생님을 만나다!
2010.08.30 월요일 나는 덜컹거리는 동두천행 지하철에 올라탈 때까지도, 오늘이 개학날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만약에 어제 석희가 전화로 오늘이 개학날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이불 속에서 뒹굴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이 가물가물한 내 눈 속으로 파고들었고, 컴퓨터에 전원이 들어오듯이 나는 깨어났다. 영어 단어 책을 꺼내어 읽다 보니, 어느새 나는 양주역에 와 있었다. 7시 50분! 그새 푸르러진 하늘과 구름을 탁 뚫고 나오는 태양,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이제 막 활기차게 돌아가는 아침의 냄새를 맡으며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역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긴 버스 무리..
2010.08.31 -
회는 무슨 맛일까?
2009.03.28 토요일 오늘 우리 가족은 서울에서, 아빠 친구 가족들과 모임을 했다. 오랜만에 대구에서 오신 동규 아저씨 가족을 환영하는 모임이기도 했다. 특히 동규 아저씨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아줌마는, 내 블로그를 많이 칭찬해주셨다. 우리는 처음에 고깃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다. 그러나 고깃집에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럽고 연기가 부글부글 나서 아기에게 안 좋겠다고, 지하에 있는 횟집으로 발을 돌렸다. 지하상가는 무지 썰렁했고, 횟집도 조금 허름해 보이고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우르르 들어가니 횟집이 꽉 찼고 주인아줌마의 동작이 빨라졌다. 난 회를 별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내키지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상을 붙이고 방석을 깔고 아빠는 아빠 친구들과 모여 앉고, 엄마는..
2009.04.02 -
외할아버지와 수박
2008.07.05 토요일 기말고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서울에 계신 외할아버지댁을 찾아나섰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날씨가 엉망이었다. 비가 오려면 시원하게 올 것이지, 약 올리게 툭툭 떨어지고 하늘은 곰팡이가 핀 것처럼 어둡고, 무덥고 습기가 차서 기분까지 꿉꿉하였다. 영우랑 나는 자꾸 짜증을 부리며 차 안에서 티걱태걱 싸웠다. 할아버지 사 드리려고 토마토 농장을 들렸는데 비가 와서 천막을 친 문이 닫혀 있었다. 시내로 접어드니까 차가 막혀 몇 시간을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꽉 막힌 도시 안에서 낡은 건물들 위로 번개가 빠방! 치고, 하늘은 더 새카매지고, 빗줄기가 신경질 부리듯 쏟아졌다. 영우랑 나는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었는데, 저녁이 되었고 푹 꺼지듯 배가 고팠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사시는 동네는..
2008.07.08 -
전학 첫날
2008.04.28 월요일 나는 교탁 앞에 서서,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듯 놀란 얼굴로, 눈을 다람쥐처럼 일제히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에, 이쪽은 서울에서 온, 어, 서울에서 온 거 맞니?" 하시며 선생님께서 뜸을 들이신 다음, "신능초등학교에서 온 권상우라고 한다!"하고 내 소개를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오오~!"하며 바람 소리 같은 것을 내었다. 선생님께서 "상우야, 친구들한테 할 말 있니?" 하셔서, 나는 "네~."하고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얘들아, 안녕? 우리 앞으로 학교생활 같이 재미있게 잘해보자!" 나는 웃고 있었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내가 다른 데서 왔다고 따돌리거나 무시..
2008.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