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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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 나는 거리
2008.01.07 월요일 며칠 동안 지겨운 감기를 앓으며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피아노 학원에 가려고 오랜만에 공원 길을 나섰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공기가 다르게 느껴져 살맛이 났다. 겨울 나무들이 빼빼 마른 가지들을 달고 잎도 없이 쭉 늘어서 있었지만, 그 위로 안개가 틈틈이 내려앉아 그 어느 때보다 꿈에 젖어 보였다. 새들도 가끔 날아와 깍깍 울었다. 나는 에 나오는 주인공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첫 번째 모험을 겪었던 곳인 꿈의 나라가 바로 여기 아닌가! 하는 생각에 푹 빠져있다가, 사람들이 덜컹덜컹 약수물통 끄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수터에는 물을 마시는 사람, 물통을 씻는 사람, 물 받으러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도 그 틈에 끼어 서 있다가, 내 차례가 되자..
2008.01.08 -
나뭇잎 나라
2007.11.04 일요일 날씨도 좋고 햇빛이 아까워 우리 가족은 물과 김밥과 새우깡을 싸가지고 서둘러 공순영릉으로 갔다. 공순영릉에 가니 많은 가족들이 가을을 느끼려고 우리처럼 나무 냄새도 맡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공순영릉 안의 산책 길은 노랑, 주황, 갈색, 황금 빛 나뭇잎들이 카페트처럼 촤르르 깔려 있었는데, 어떤 곳은 발이 움푹 빠지도록 쌓여서 혹시 수렁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하였다. 겁이 없는 영우는 온 공원 안을 내 세상이다 하고 벼룩이처럼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날개처럼 펼치고 "부엉 부엉!" 외치며 뛰어다니는 영우의 모습이 숲의 왕자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그 모습이 부러워 아픈 내 신세가 처량하게만 느껴졌고, 피톤 치드라도 마음껏 들이마시자고 코로 ..
2007.11.07 -
2006.05.21 빙산 루리 - 독서 감상화
2006.05.21 일요일 이것은 제가 빙산 루리가 마리나를 업고 북극에서 남극으로 가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왼쪽은 돌고래가 뛰어 오르는 것이고 오른쪽은 루리 친구 키키가 날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랫쪽은 바닷물에 잠긴 빙산 루리의 몸이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2006.05.21 -
2006.04.15 자전거
2006.04.15 토요일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호수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승민이 형아네랑 함께 자전거를 빌렸다. 나는 처음에 천천히 달리기 시작 하다가 나중에 작은 돌개바람처럼 달렸다. 내가 쌩쌩 달리니 나무들이 손을 뻗어 '이쪽으로 가세요' 하는 것 같았다. 새들도 푸드득 내 옆으로 날았다. 승민이 형아는 자전거를 타느라 낑낑거렸고 영우는 아빠가 밀어 주었다. 공원 안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나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2006.04.15 -
2006.01.06 새장
2005.01.06 금요일 엄마가 아주 예쁜 가짜 새가 들어 있는 하트 새장을 사오셨다. 나는 엄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내방 벽걸이에 걸어 놓았다. 나는 새를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그 새는 온몸이 누릿 누릿했고 꼬리는 파랑색이고 아주 작고 귀여운 새였다. "안녕, 내가 네 주인 이란다." 하고 말을 걸자 그 새는 금방이라도 '삐오 삐오' 울 것 같았다.
2006.01.06 -
2005.10.30 새들의 비행
2005.10.30 일요일 강화도 항구에서 새들을 보았다. 새들은 1-4반보다 줄을 잘 맞혀서 V자를 뒤집은 모습으로 북서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빠는 맨 앞에 있는게 그 무리의 우두머리라고 하였다. 엄마는 맨 앞에서 날고 있는 새가 우두머리 암컷이라고 하였다. 새파란 하늘에 구름을 뚫고 날아가는 것이 나는 처음엔 새까만 종이 비행기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았더니 그건 바로 새들이었다. 땅이 인간의 세계라면 하늘은 새들의 세계인 것처럼 온 하늘을 누비고 다녔다. 새들은 해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해가 너무 밝아 눈이 부셔서 새들 가는 마지막 모습을 못 보았다. 그렇지만 하늘 높은 곳에 새들의 왕국으로 날아갔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2005.10.30